돌아온 조상우, 차분히 경기장 응시[포토]
키움 마무리 조상우가 12일 2019프로야구 시범경기 첫날 LG와 키움의 경기 를 덕아웃에서 지켜보고 있다.2019.03.12.고척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고척=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메이저리그(ML) 트렌드는 초호화 불펜진 구축이다. 우승을 노리는 팀이라면 스토브리그부터 여름 트레이드 마감일까지 더 강한 불펜진을 구축하기 위해 전력투구한다. 리빌딩 모드로 돌아선 구단들의 마무리투수를 수집하려고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우승권 팀들은 마무리투수급 중간투수 3명을 7회부터 1이닝씩 투입하거나 막강한 구위를 자랑하는 선발투수를 중간투수로 전환시켜 필승조에 넣는다.

창단 첫 우승을 노리는 키움도 이러한 트렌드를 고스란히 따르고 있다. 2019시즌에 앞서 마무리투수 경험이 있는 필승조 3명을 경기 후반 나란히 등판시키는 시나리오를 짰다. 지난해 토종 선발투수 중 세 번째로 많은 이닝을 소화한 한현희(26)를 중간투수로 복귀시켰고 시범경기를 통해 김상수(31)와 조상우(25) 중 한 명을 마무리투수로 낙점할 계획이다. 키움 장정석 감독은 13일 고척 LG전을 앞두고 “필승조를 어떻게 구상할지 고민하고 있다. 일단 한현희는 6회 혹은 7회 가장 중요한 시점에서 투입할 예정이다. 김상수와 조상우 중 한 명을 마무리투수로 기용할 계획인데 시범경기를 통해 결정하겠다. 시즌 전에는 마무리투수를 확실히 지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포토]9회초 마지막 투수로 등판한 한현희
키움 한현희가 12일 2019프로야구 시범경기 첫날 LG와 키움의 경기 9회초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2019.03.12.고척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한현희는 2012년 입단 후 커리어의 대부분을 8회를 책임지는 셋업맨으로 보냈다. 2013시즌과 2014시즌에는 2연속 홀드왕에 올랐고 간혹 9회에도 등판하며 통산 8세이브를 기록했다. 그런데 우타자에게 막강한 반면 좌타자에게 고전한다. 2018시즌 우타자 상대 피안타율 0.258,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 0.353로 1할 가량 차이났다. 장 감독은 경기 중후반 상대팀 우타자들이 포진한 상황에서 한현희를 등판시킬 생각이다.

KBO리그 토종 투수 중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조상우는 통산 14세이브를 기록했다. 2018시즌부터 마무리투수 자리를 꿰찼고 5월 중순까지 9세이브를 올렸지만 인천 원정 숙소 사건으로 인해 시즌을 완주하지 못했다. 검찰이 지난 1월 28일 무혐의 처분을 내리면서 지난달 2군 대만 스프링캠프에 참가했다. 준비기간은 짧았으나 지난 10일 고척돔에서 열린 두산과 평가전에서 최고구속 152㎞를 찍으며 무실점 피칭을 했다. 장 감독은 조상우에 대해 “아직 컨디션이 완전히 올라오지는 않았다. 구속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지만 스피드 외적으로 부족한 부분도 보인다. 그래도 꾸준히 시범경기에 출장시키며 지켜보겠다”고 설명했다.

당초 마무리투수 1순위는 김상수였다. 통산 세이브 숫자도 33개로 가장 많다. 지난 시즌 조상우가 이탈했을 당시에도 김상수가 마무리투수를 맡았다. 장 감독은 “마무리투수가 되기 위해선 멘탈과 배포, 그리고 경험이 중요하다. 여기에 구속도 빠르고 정확하게 던지는 능력도 갖추면 더 좋다”며 마무리투수로 성공하기 위한 조건들을 나열했다. 김상수는 멘탈과 경험에서 조상우보다 우위에 있다. 둘 중 누가 마무리투수가 될지는 아직 알 수 없으나 둘이 8회와 9회를 양분할 것은 분명하다.

키움은 지난겨울 프리에이전트(FA) 이보근과 계약을 체결하며 불펜진 강화에 시동을 걸었다. ML처럼 양질의 불펜진을 구축해 지난해 최대약점을 극복하는 시나리오를 짰다. 2018시즌 키움은 불펜진 방어율 5.67로 이 부문 최하위였다. 조상우 이탈 후 불펜진이 급격히 무너졌다. 하지만 2019시즌에는 이보근, 오주원, 한현희, 김상수, 조상우가 나란히 불펜에서 대기한다.

박병호의 ML식 2번 타순 기용으로 거대한 바람을 일으킨 장 감독은 “평소 ML를 보면서 우리 야구에 어떻게 접목하면 좋을지 생각을 많이 한다. 물론 선수들의 체형이나 선수층과 같은 부분에 있어서는 ML과 격차가 크다. 그래도 운영방향은 충분히 따라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ML는 100년이 훌쩍 넘는 역사를 자랑하지 않나. 그동안 ML도 여러가지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이런 방향을 이어간다고 본다. 따라갈 수 있는 것은 따라가고 싶다. 올시즌 불펜진 구축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도 최근 ML 흐름과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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