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준열

[스포츠서울 조성경기자] 배우 류준열이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이제 신인배우 티를 완전히 벗어낸 류준열은 어엿한 주연배우로서 제몫을 하며 상업영화 한편을 당당히 이끌게 됐다.

20일 개봉하는 영화 ‘돈’(박누리 감독)에서 류준열은 67회 촬영 중 60회차에 나서는 등 영화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당연히 남다른 애착이 가는 영화가 될텐데, 류준열은 “처음으로 뭔가 ‘영화 하는 맛이 이런거구나’ 알게 해준 소중한 영화”라고 의미를 새겼다. 그는 “흔히 영화를 찍는다, 촬영한다 말하는데, 진짜 뭔가 만드는 느낌이었다. 찰흙으로 조각을 만드는 느낌이었다”면서 “감독님에게도 첫 작품이고, 저도 이제 막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배우여서 뭔가 학생 때처럼 같이 으쌰으쌰 하면서 (영화를)만들었다”고 ‘돈’을 돌아봤다.

돈 포스터

영화는 ‘부자가 되고 싶다’는 꿈을 품은 평범한 청년이 신입 주식 브로커로 여의도 증권가에 입성, 실적 0원으로 좌절을 겪던 중 작전 설계자의 위험한 제안을 받고 수십억을 버는 인물로 거듭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여기서 주인공 조일현 역을 맡은 류준열은 풋풋하고 순수한 신입사원의 모습부터 돈맛을 보고 자신감이 가득찬 모습에 이르기까지 변모하는 캐릭터를 흡입력 있게 표현해 연기력을 입증했다.

이에 대해 류준열은 “이번 영화에서 제 얼굴, 더 구체적으로는 눈빛으로, 눈에 많이 담아서 표현하려고 했다. 실제로 신입사원 때의 얼굴과 이후의 얼굴을 다르게 보여주려는게 연기 포인트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실 이게 스스로는 액션영화라고 생각했다. 액션 없는 액션영화였다. 시나리오 때부터 그렇게 생각하고 감독님과도 그렇게 이야기했다. 극중 (주식을 사고팔때)클릭하면서도 감정을 담았지만, 영화를 순차적으로 찍기 원했던게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달라진 얼굴로 보여주려 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런 류준열은 “대부분 순차적으로 찍었는데, 그래도 만족스럽지 못한채 패스하고 지나간 걸 나중에 다시 찍으려고 하니까, 특히 신입사원 때 모습을 다시 찍으려고 하니까, 그 얼굴이 안 나와서 신기한 경험이었다. 머리 길이나 옷이 처음 신입사원 때를 찍을 때와 똑같았는데, 얼굴이 달라서 포기했다. 다시 찍으려고 보니 그 얼굴이 다시 안 나오더라. 그 눈빛이 아니더라. 한편으로는 다시 못 찍어서 걱정도 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잘 하고 있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연기를 하며 자신 안에 그 캐릭터로서의 삶이 차곡차곡 쌓이다보면 얼굴이 달라질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그는 “(캐릭터가)쌓이다보면 그럴 수 있고, 컨트롤 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도전이자 실험이었는데, 하다보니까 그런 결과가 나와서 신기하다”면서 “걱정도 된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작품을 할수록) 내 얼굴이 어떻게 바뀌려나. 사람이 나이를 먹을수록 자기얼굴에 책임을 져야하는데, 배역을 받아서 해야하다 보니 어떤 얼굴이 나타날까 궁금하기도 하고 걱정이 되기도 한다”는 이유였다.

영화의 말미에는 다시 신입사원 때 양복과 가방으로 눈길을 모은다. 초심을 이야기하고 싶은 영화의 메시지일까. 류준열은 “알아봐줘서 너무 좋다”고 기뻐하면서 “마지막 장면이 이 영화가 이야기하려는 여러가지를 담는것 같다”고 전했다. 영화가 돈의 의미를 되짚어보게 하는데, 류준열은 어떻게 생각을 정리했을까도 궁금했다. 그는 “결론은 뚜렷하게 없지만, 돈에 목 매고 살지 않도록 노력해야하지 않나 생각했다”며 미소지었다.

류준열

돈에 목 매지 않는 방법으로 “제가 보람을 느끼는게 연기라면 연기에 에너지를 쏟으면 되지 않을까 했다”는 류준열 역시 이번 영화를 통해 자신의 초심을 되새길 수 있기도 했다. 평범한 청년의 모습과 돈의 유혹에 흔들리는 이야기 등 소재나 인물에 공감이 많이 될 수밖에 없는 영화인데, 여기에 꼭 어울리는 연기를 보여준 류준열은 “연기는 진짜 공부하지 않은 사람이 봐도 ‘잘 한다, 못 한다’를 알 수 있는 독특한 예술이다 보니까 걱정이 많이 되는 것 같다. 그래도 배우는 누구나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게, 연기는 자기가 경험한 바를 보여주는 직업이고, 어색한 상황은 있어도 어색한 인생은 없으니까 누구나 다 연기는 할 수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연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자신의 연기철학을 밝혔다. 뒤이어 “배우라는 건 이 시대를 대변하고 시대를 표현하는 얼굴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영화를 만든다고 생각했다. 한번도 내 연기철학이 뭘까 딱히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공감하고 소통하는 배우가 되고 싶었다. 그렇게 공감하는 재미로 소통하려고 한 영화여서 그렇게 봐주면 성공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cho@sportsseoul.com

사진| 씨제스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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