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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가 자녀들의 잇따른 마약류 범죄에 비난 여론이 거세다.  출처 | 픽사베이.

[스포츠서울 임홍규·김민규기자] 재벌가의 자녀들이 마약류를 구매·투약해 큰 물의를 빚고 있다.

SK그룹과 현대그룹, 남양유업 창업주의 직계 자녀들이 잇따라 마약류를 투약한 사실이 적발되거나 봐주기 논란에 휩싸였다. 이른바 ‘금수저’인 이들의 범죄에 비난 여론이 거세다. 막대한 부를 축적한 재벌가의 자녀가 모범은커녕 마약류 관련 범죄에 연루됐기 때문이다. 재벌가 자녀라는 점에서 기업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구매·투약 사실이 적발돼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SK·현대그룹 재벌가 3세 변종 마약 투약

경찰은 최근 최근 변종 마약을 구매·투약한 혐의로 최모(31)씨를 체포했다. 그는 SK그룹 창업주인 고 최종건 회장의 손자이며, 고 최윤원 SK케미칼 회장의 아들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는 5촌 조카와 당숙 사이다. 최씨는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현재 SK그룹 계열사인 SK디스커버리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지난해 3∼5월 평소 알고 지낸 마약 공급책 이모(27)씨로부터 15차례 고농축 대마 액상을 구매해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최씨는 최근까지 또 다른 판매책으로부터 대마를 3차례 구매해 투약한 혐의도 받고 있다. 그가 이들로부터 마약을 구매하면서 지급한 금액은 700만원이었다. 이 변종 마약은 1g당 가격이 금값의 3배 수준에 달하고, 환각성이 대마초보다 40배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은 최씨와 관련해 “공식입장이 없다”고 일축했다. 최씨가 근무 중인 SK디스커버리 측에 입장을 요청했지만 끝내 답변을 듣지 못했다.

경찰은 또 이씨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손자인 현대가 3세 정모(28)씨도 같은 종류의 대마 액상을 구입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중이다. 정씨는 정몽일 현대기업금융 회장의 장남으로 알려졌다. 현재 해외에 체류하고 있는 정씨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귀국하는 대로 조사할 방침이다.

◇식품업계도 예외 없어, 봐주기 논란도

식음료업계 대기업의 자녀들도 예외는 아니다. 남양유업 창업주 홍두영 명예회장의 외손녀 황하나(31)씨는 2015년 9월 강남 모처에서 A씨에게 필로폰 0.5g을 건네고 함께 투약한 혐의를 받았다. A씨는 이후 황씨가 알려 준 마약 공급책 명의의 계좌에 30만원을 송금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수사를 담당한 종로경찰서는 황씨를 2017년 6월께 검찰에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했고, 황씨는 이후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에 앞서 황씨는 11년에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로 입건됐다가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황씨가 잇따라 처벌을 피하자 봐주기 논란이 일고 있다. 실제로 황씨와 함께 입건된 A씨는 재판에 넘겨져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에 3년을 선고받았다. 결국 경찰은 지난 2일 “황씨 등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없었는지 명확한 진상을 확인하기 위해 내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남양유업은 2일 입장 자료를 통해 “황씨는 회사 경영과 무관하고, 황씨 일가족 누구도 회사와 관련한 일을 하거나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며 “오너 일가 봐주기식 수사 의혹과 관련해 회사는 전혀 무관함을 알려드린다”고 해명했다.

지난해는 액상대마를 밀반입·흡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허희수 전 SPC 부사장(40)에게 법원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허 전 부사장이 미국 교포 전달책인 이씨와 공모해 지난 6월25일 액상대마를 들여왔고, 수차례 흡연했다”며 허 부사장에게 징역 4년을 구형했다. 허 전 부사장은 SPC그룹 창업자 허영인 회장(69)의 차남이다.

◇솜방망이 처벌 지적도, 마약류 적발은 급증

마약류 투약이 적발돼도 처벌 수위가 높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평화당 김광수 의원에 공개한 2016∼2018년 마약사범 재판 자료에 따르면 마약사범은 총 1만3276명으로 이 중 1만2222명(92%)이 징역 3년 미만의 판결을 받았다. 집행유예가 5109명(38.5%)으로 가장 많았고 징역 3년 미만 4713명(35.5%), 1년 미만 1938명(14.6%), 7년 미만 591명(4.5%), 벌금 462명(2.5%), 10년 미만 75명(0.6%), 10년 이상 20명(0.2%) 등이 뒤를 이었다. 집행유예와 벌금형은 전체의 42%에 불과했다. 또 마약사건 4만3599건 중 정식재판 없이 처분이 내려진 약식기소·기소유예·기소중지·무혐의 비율은 1만5518건(35.6%)으로 집계됐다.

김 의원은 “마약사범을 가볍게 처벌하다 보니 법을 가볍게 보는 마약사범들이 늘고, 다시 범행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결국 ‘버닝썬 사건’이라는 거대 범죄를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해 세관당국에 적발된 마약류가 전년보다 6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관세청이 적발한 마약류는 총 660건, 426㎏에 달했다. 전년보다 각각 1.5배, 6배 늘어난 것이다. 이중 필로폰(메트암페타민) 적발이 222.9㎏(110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는 전년(30.9㎏)의 7배 수준이다. 코카인은 전년(136g)보다 무려 600배 많은 72㎏(15건)이 적발됐다. 대마류는 59.9㎏, 양귀비 종자류는 57.6㎏ 적발돼 전년보다 각각 342%, 514% 늘었다. 대마류와 양귀비 종자류는 특송 화물을 통한 밀반입이 증가 추세인 것으로 분석됐다.

hong7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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