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4차전, 관중석 곳곳이 비어있는 고척돔![포토]
31일 고척돔에서 플레이오프 4차전이 열렸다. 관중석 곳곳이 비어있다. 2018.10.31 배우근기자 kenny@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그래도 창원시는 새 야구장이라도 만들지 않았나. 서울시보다는 낫지 않나 싶다.”

지난달 창원NC파크의 명칭이 논란이 됐을 때 서울 구단 관계자들을 마치 입을 맞춘 듯 깊은 한숨을 쉬었다. 신구장 건설은 차치하고 자그마한 시설 확장도 불허하는 서울시를 바라보며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잠실구장을 사용하는 두산과 LG, 고척돔을 사용하는 키움 구단 관계자들은 요지부동한 서울시의 자세에 고개를 숙인 채 속만 태우고 있는 현실이다.

야구장에서 단순히 야구만 보는 시대는 지났다. 창원NC파크,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와 같은 신구장은 물론 수원KT위즈 파크, 인천SK행복드림 구장들도 매년 개보수와 시설 확장을 통해 가족단위 야구팬을 불러 모은다. 특히 인천SK행복드림 구장은 인천시와 SK 구단의 긴밀한 협조 관계를 통해 야구팬의 니즈를 꾸준히 충족시키고 있다. 아시아 최대규모 전광판을 설치하는 굵직한 변화는 물론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키즈존과 육아편의 시설 등을 추가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철학 아래 관중수도 상승곡선을 유지하며 이제는 구도 부산이나 광주 못지 않은 흥행력을 갖췄다.

2009년부터 2018년까지 SK는 10년 연속 80만 관중 이상을 기록했고 우승을 차지한 지난해에는 정규시즌에만 관중수 103만 7211명, 평균 관중수 1만4406명을 달성했다. 원정팬 확보에 유리한 두산과 LG에 이어 가장 많은 관중을 유치하면서 관중수 3위에 올랐다. 2000년대 초반 비인기 신생구단의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홈구장 리모델링과 시설확장을 앞세워 어엿한 KBO리그 흥행의 한 축으로 올라선 SK다.

그런데 잠실구장과 고척돔이 인천SK행복드림 구장처럼 진화하는 것은 현재로선 불가능하다. 키움 구단 관계자는 “인천시와 달리 서울시는 어떤 것을 제안해도 요지부동이다. 현재 고척돔은 다른 구단과 달리 일일대관해서 야구장을 운영하고 있다. 따라서 팬들을 위한 다양한 시설 개보수가 매우 어려운 구조다”고 아쉬움을 삼켰다. 이어 그는 “공간상의 제약으로 팀스토어도 매우 협소해 고객들이 매우 불편해 한다. 다른 구단의 팀스토어처럼 고객들이 직접 보고 만지면서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하고 싶다. 또한 지하상가도 공실이 많다. 다양한 업체들이 입점해서 고척돔이 명실공히 서울 서부지역의 랜드마크로 발전하여 야구장와 더불어 다양한 여가공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서울시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고척돔이 단순히 아구장에 그치지 않고 가치를 발휘하기를 바랐다.

2015년 11월 한국 최초의 돔구장으로 완공된 고척돔은 야구 외에도 콘서트와 대형 이벤트, 종교 행사 등으로 널리 쓰이고 있다. 일년 내내 임대가 이뤄지면서 서울시는 고척돔을 통해 꾸준히 흑자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냉정히 바라보면 고척돔의 성공은 반쪽짜리에 불과하다. 지하상가는 텅 비었고 야구 관중수도 꾸준히 줄고 있다. 키움 구단의 티켓파워가 강하지 않은 데다가 KT, NC 같은 신생팀과 붙을 경우 관중수는 급감한다. 원정팀 인기도의 따라 관중수가 최대 10배까지 차이난다. 지난 9일과 10일 키움과 KT의 고척돔 경기 관중은 각각 1377명, 1158명에 불과했다. 날씨와 무관한 돔구장의 장점을 전혀 살리지 못하고 있다. 고척돔이 키움 구단의 계획에 따라 인천SK행복드림 구장처럼 팬 편의시설을 꾸준히 확장하고 구장 네이밍라이츠를 통한 수익사업까지 실현했다면 완전히 다른 결과를 냈을 가능성이 높다. 야구팬은 경기도 중요하지만 친구, 연인, 가족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장소를 찾는 데도 큰 비중을 둔다. 야구 관람도 결국 여가의 일종이다.

[포토] 썰렁한 잠실 구장, 꽃샘추위?
kt 박경수가 잠실 두산전에서 리드오프로 나서 타격하고있다. 2019.04.02.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잠실구장도 고척돔과 상황이 다르지 않다. LG와 두산이 보다 나은 팬서비스를 계획해도 서울시는 훼손된 관중석 보수, 4~5년에 한 번씩 그라운드 정비 정도만 실행한다. 시공도 매년 늦다. 올해에는 시범경기 기간에도 그라운드 정비를 마치지 못해 잠실구장에서는 시범경기가 벌어지지 않았다. 서울시의 야구장에 대한 인식과 자세가 변하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건설할 잠실 신구장 또한 고척돔과 같은 반쪽짜리로 남을 수밖에 없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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