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훈련 지켜보는 홍명보 감독, '더 빠르게!'
[스포츠서울] 2014브라질월드컵 축구국가대표팀의 홍명보 감독이 4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세인트 토마스 대학교 운동장에서 훈련을 하는 선수들을 지켜보고 있다. 2014. 6. 3. 마이애미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홍명보호’가 역대 월드컵대표팀 가운데 최연소 팀이라는 사실은 다들 알고 있을겁니다. 젊고 패기 넘치는 팀답게 이전까지 이어져 온 대표팀의 관례들이 홍명보호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고 합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 ‘버스 지정석’ 이야기를 해볼까 하는데요. 2002년 이후의 역대 월드컵대표팀은 팀내 서열에 따라서 버스내 좌석이 대체로 지정이 돼있었습니다. 버스안의 좌석위치에 따라 팀내 선수 개개인의 위상을 대충 알 수 있었다는 뜻이죠. 4년전 ‘허정무호’의 오스트리아 전지훈련에서 대표팀이 타고 다닌 버스 좌석을 보면 당시 주장이었던 박지성은 운전석 기준으로 대각선 맨 끝자리인 ‘캡틴석’에 앉았습니다. 2002 월드컵때 바로 홍명보 감독이 앉았던 자리죠. 2006 독일월드컵때는 이운재가 이 전통을 이었습니다. 맨 앞줄에 앉은 허정무 감독과 가까운 좌석에는 신참 선수들로 채워졌고, 코칭스태프와 거리가 먼 자리에는 베테랑과 노장 선수들의 차지였습니다. 자연스럽게 ‘신참석’과 ‘선참석’이 구별이 됐죠. 이전에는 거의 이런 형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대표팀은 다릅니다. 감독과 코칭스태프가 맨 앞쪽에 자리를 잡는 것은 이전과 동일하지만 선수들은 신참과 선참할 것 없이 자신이 원하는 좌석에 앉는다고 합니다. 대표팀 관계자는 “선착순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먼저 버스에 탑승하는 선수가 우선권을 갖고 있다. 매일 같은 자리에 앉는 것도 아니다”라며 자유로운 대표팀의 버스 문화를 전했습니다. 상징적이죠?

마이애미 전지훈련 중인 대표팀은 훈련장을 오갈 때마다 버스를 이용합니다. 대표팀 버스에는 불문율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코칭스태프와 선수들 이외에는 비상 상황이 아닌 이상 대표팀 관계자들도 탑승을 할 수 없다는 것이죠. 이 곳에서도 홍명보 감독을 비롯한 5명의 코칭스태프와 23명의 선수가 정식 탑승 멤버입니다. 이것은 이전과 크게 변하지 않은 부분입니다. 한국에서 사용하는 대표팀 버스는 선수들의 편의를 위해 좌석 앞 뒤 간격을 넓히는 등 개조를 했지만 이 곳 버스는 일반인들이 흔히 타는 45인승 버스입니다.

홍명보 감독은 2009년 청소년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이후 선수들에게 그라운드 안과 밖에서 확연히 다른 잣대를 두고 있습니다. 그라운드 안에서는 스타 선수라도 엄한 선생님의 역할을 하는 반면 훈련이 끝나면 편안한 ‘동네 형’으로 변신합니다. 청소년대표팀부터 지난 5년간 한솥밥을 먹은 선수들은 사제 관계 이상의 돈독한 정을 나누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그라운드 안에서는 원칙과 규율로 무장한 선수들도 훈련이 끝나면 자유로운 생활을 하고 있는가 봅니다. 예전 대표팀의 경우 식사 시간에 지정석이 있었다고 하죠. 하지만 홍명보호에는 식사 시간에도 선수별로 딱히 정해진 자리는 없다고 하네요. 달라진 대표팀 문화가 선수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젊고 어린 선수들이 주도해나가는 팀이니만큼 딱딱한 분위기는 아닐 것 같네요. 자유롭게 변한 만큼 성적이 나오면 금상첨화겠죠.


마이애미(미 플로리다주) | 도영인기자 doku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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