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링 팀 경애
경북체육회 여자 컬링 팀인 ‘팀 킴’ 김선영, 김경애, 김영미, 김초희(왼쪽부터)가 22일 인천국제공항에서 러시아 출국 전 스포츠서울 카메라를 향해 파이팅 포즈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 | 김용일기자

[인천국제공항=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다시 도전하는 본격적인 첫걸음이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컬링 여자 은메달 신화의 주인공인 경북체육회 컬링 ‘팀 킴(Team Kim·감독 임명섭)’이 지도자 갑질 파문을 딛고 국제무대에 복귀한다. 스킵이자 ‘안경 선배’ 애칭을 안은 김은정이 결혼과 출산으로 자리를 비운 가운데 김경애(25) 스킵 체제로 개편, 김영미(28·리드) 김선영(26·세컨드) 김초희(23·리드)로 구성된 ‘팀 경애’로 거듭났다. 이들은 24일(한국시간) 러시아 크라스노야르스크주 두딘카에서 열리는 2019 월드컬링투어(WCT) 악틱컵에 출전한다. 팀 킴이 국제대회에 나서는 건 지난해 4월 WCT 그랜드슬램 대회인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이후 13개월 만이다.

평창올림픽을 통해 국내 뿐 아니라 국제적 명성을 안은 ‘팀 킴’은 지난해 말 터진 지도자 갑질 파문으로 한동안 정상적인 훈련을 하지 못하는 등 어둠의 시간을 보냈다. 2018~2019시즌 국가대표 선발전에서도 ‘팀 민지’로 불리는 춘천시청에 내줘야 했다. 마침내 지난 2월 대한체육회, 경상북도와 합동 조사단을 꾸렸던 문화체육관광부의 감사 결과 지도자들의 선수인권 침해 및 회계 비리가 모두 드러나면서 팀 킴 사태는 일단락됐다. 지난 겨울 전국동계체전을 통해 복귀에 시동을 건 팀 킴은 비록 경기도청에 우승을 내주면서 준우승했지만 ‘팀 경애’ 체제로 연착륙하는 데 디딤돌을 놓았다. 이번 국제대회를 통해 새로운 전환점을 모색한 뒤 오는 7월 새 시즌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태극마크를 되찾겠다는 의지다. 22일 러시아 출국을 앞두고 인천국제공항에서 만난 이들은 “배우는 마음으로 다시 도전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김경애는 “오랜만에 국제 대회에 나서게 돼 설렌다. 이번 도전이 다시 시작하는 본격적인 첫걸음”이라고 했다. 김영미도 “설렘 반 걱정 반”이라며 “베이징올림픽으로 가는 단계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배우고 오겠다”고 말했다.

스킵의 존재가 워낙 큰 컬링 종목 특성상 ‘팀 킴’은 과도기를 겪고 있다. 그러나 김경애는 동계체전 이후 김은정이 노하우 전수에 애썼다고 알렸다. 김은정은 당시 “샷은 경애가 나보다 더 좋다. 아이스 리딩 능력만 보완하면 된다”고 조언한 적이 있다. 김경애는 “은정이 언니가 체전 이후 주요 포인트를 내게 전수해줬다. 그래서 더 집중하게 됐다”고 말했다. 노하우 전수 내용을 슬쩍 묻자 “그건 밝힐 수 없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과거 포지션인)서드할 땐 샷에만 집중했는데 지금은 샷 뿐 아니라 팀을 잘 이끌어야 한다”며 “아이스 리딩이 부족한데 최대한 채우고 싶다”고 말했다. 김은정의 절친한 친구이자 김경애의 친언니인 김영미는 둘의 장점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는 “은정이는 다른 사람이 보기엔 과감하고 강하다고 하나, 실제 여리고 아기자기한 면이 많다”며 “동생은 의외로 과감하고 힘이 있는 느낌”이라면서 둘의 장점을 최대한 팀에 녹이는 데 이바지하겠다고 했다. 김은정은 이틀 전 아들을 출산했다. 김선영은 “은정 언니가 출산하고 피곤할까 봐 (출산) 당일에만 연락했다. 출국 전에 다시 전화하려고 한다”며 끈끈한 팀 워크를 강조했다.

피터 코치
팀 킴에 복귀한 캐나다 컬링 코치 피터 갤런트. 인천국제공항 | 김용일기자

팀 킴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든든한 ‘원군’과 재회했다. 평창의 영광을 함께한 캐나다 출신 코치 피터 갤런트가 지난 13일부터 팀 킴에 재합류했기 때문이다. 막내 김초희는 “경북체육회에서 우리가 어려운 점을 고려해서 다시 피터 코치를 불러주셨다. 이전보다 준비가 탄탄하게 됐다”고 만족해했다. 김경애는 “피터 코치가 복귀해서 라인도 봐주고 전술적으로도 다양하게 심어주고 있어서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김영미도 “올림픽 때 ‘아빠’같은 느낌으로 우리를 보듬어줬다. 우리랑 잘 맞는다”며 기뻐했다. 이날 출국장에 함께 등장한 피터 코치는 “팀 킴에 다시 돌아와서 좋다”며 “기존 스킵 김은정이 빠졌지만 김경애도 아주 훌륭하다. 그가 팀에서 편안하게 스킵 역할을 하는 데 내가 아는 모든 정보도 공유하면서 압박감을 이길 수 있도록 이끌겠다”고 말했다. 또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서 1년 전 팀 킴이 어떤 팀이었는지를 다시 알게 하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번 대회는 10개 팀이 2개 조로 나뉘어 리그전을 치른 뒤 각 조 1,2위가 4강 토너먼트를 벌인다. ‘팀 킴’은 WCT 팀 랭킹 러시아 2개 팀, 스웨덴, 스코틀랜드와 경쟁한다. 한국 여자 컬링은 최근 세계선수권에서 사상 첫 동메달을 따낸 춘천시청과 더불어 지난 동계체전 우승팀 경기도청, 그리고 팀 킴까지 3파전 양상이다. 김영미는 “우리가 못 이룬 세계선수권, 유니버시아드 입상을 춘천시청이 해내서 자극된다. 한편으로는 한국 컬링이 발전했다는 것에 기쁘다”며 선의의 경쟁을 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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