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vs가나전 예상 포진도

2009년 10월 10일은 홍명보 감독에게 잊을 수 없는 날이다. 홍 감독이 이끄는 20세 이하 청소년대표팀이 이집트 수에즈 무바라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U-20월드컵 8강전에서 가나를 만났다. 이 날 경기에서는 골키퍼 김승규, 수비수 김영권 홍정호 윤석영, 미드필더 구자철이 풀타임을 소화했다. 그리고 이범영과 김보경이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봤다. 가나와의 8강전은 홍 감독의 첫 메이저대회 마지막 경기였다. 이 날의 아픔을 딛고 지금의 ‘홍명보호’가 탄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나전에 참여했던 선수들 중에 7명은 2014 브라질월드컵에 출전할 축구대표팀의 일원으로 지금 미국 마이애미에서 땀을 흘리고 있다.

당시 청소년대표팀은 전반 중반까지 2골을 내주며 끌려가다 박희성의 추격골에 힘입어 1-2로 후반을 맞이했다. 하지만 후반 33분 중앙수비수 홍정호가 GK 김승규에게 백패스 한 볼이 짧게 연결된 것이 빌미가 돼 가나에게 세번째 골을 헌납했다. 대표팀은 점수차가 벌어지자 망연자실했고, 가나는 승기를 잡았다. 하지만 ‘꼬마 홍명보호’는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후반 막판 김동섭이 득점을 기록하면서 동점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싸웠다. 하지만 승부는 2-3 패배로 끝났다. 경기 직후 홍정호는 자신의 실수가 패배로 이어졌다는 죄책감에 눈물을 펑펑 쏟았다. 동료들도 눈물을 흘리며 “5분만 더 시간이 있었다면 분명 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홍 감독은 경기 직후 “우리 선수들은 강한 정신력을 가졌다. 결과만 빼고 모든 것을 칭찬 받아 마땅하다”면서 어린 선수들을 다독였다.

[SS포토]홍명보 감독, '공격을 전개할 때는 말이야...'
[스포츠서울] 2014브라질 월드컵 대표팀의 홍명보 감독이 8일 오전(한국 시간) 훈련장인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세인트 토마스 대학에서 공격 훈련을 하기 전 선수들에게 설명을 하고 있다. 2014. 6. 8. 마이애미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그리고 5년 후,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홍 감독은 브라질월드컵을 대비한 마지막 평가전에서 가나를 만나게 됐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10일 오전 8시(한국시간) 미국 마이애미 선 라이프 스타디움에서 가나와 평가전을 갖는다. 팀내에서 ‘원조 홍명보의 아이들’로 불리는 청소년월드컵을 경험한 7명의 선수는 가나전을 앞두고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다. 쏟아냈던 눈물을 지난 5년간 잊지 않고 마음속에 되새겼기 때문이다. 가나 대표팀에도 5년 전 한국을 꺾고 U-20 월드컵 정상에 올랐던 주인공인 사무엘 인쿰, 다니엘 오파레, 모하메드 라비우, 안드레 아예이우 등 6명의 선수들이 팀의 중추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패배의 아픔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는 GK 김승규는 “잊을 수 없는 경기다. 그래서 이번 대결이 더 의미가 있다”며 필승 의지를 다졌다.

가나전은 홍명보호의 브라질월드컵 전망을 점쳐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태극전사들이 반전의 불씨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대표팀은 열흘간의 미국 마이애미 전지훈련동안 많은 성과를 얻었다. 이제 부상의 악령도 더이상 홍명보호를 괴롭히지 않고 있다. 또한 모든 선수들의 컨디션이 100%를 향해 다가가고 있다. 마이애미에서 체력을 끌어올리면서 탄탄한 조직력을 만들었기 때문에 가나전에서 ‘한국형 축구’의 강점이 드러날 것이라는 기대감도 크다. 홍명보호는 가나전을 통해 복수와 반전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낸 뒤 결전의 땅 브라질로 향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주장 구자철은 “그동안 우리가 많은 것을 준비하고 다듬어왔다. 가나전에서 확실하게 보여주겠다”며 필승을 다짐했다.


마이애미(미 플로리다주) | 도영인기자 dokun@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