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
국가대표축구침이 12일 2014년 월드컵 주최국인 브라질을 초청해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평가전을 치렀다. 대표팀 홍명보 감독이 히딩크 전 대표팀 감독과 포옹을 하고 있다.2013.10.12.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본선 8회 연속 출전, 최고 성적 4위. 하지만 역대 월드컵 통산 본선에 출전하고도 가장 많이 16강에 진출하지 못한 나라(6회).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에 대한 명장들의 냉담한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4강 신화’의 주역인 거스 히딩크(68) 전 한국대표팀 감독을 비롯해 해외 유명 감독들이 연달아 한국의 조별리그 탈락을 예상했다. 그동안 월드컵에서 보여줬던 저력있는 모습이 저평가되고 있는 분위기다. 사상 첫 원정 월드컵 8강 진출을 목표로 땀흘리고 있는 ‘홍명보호’에 찬물을 끼얹는 예상들이다. 하지만 홍명보 감독은 이런 분위기를 역이용할 계획을 품고 있다.

◇무리뉴, 벵거, 히딩크까지. “한국 조별리그 탈락”
한국 뿐 아니라 러시아 대표팀도 이끌었던 히딩크 감독은 최근 네덜란드 신문에 기고한 글을 통해 “한국은 재능있는 팀이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낼 것으로 기대되는 벨기에, 러시아와 같은 조에 속한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국이 가진 잠재력만으로 뛰어넘기에 객관적인 전력차가 크다는 평가로 풀이된다. 조제 무리뉴(51) 첼시 감독은 “벨기에가 실력이 있지만 젊은 선수들의 경험이 부족하다. 러시아가 1위, 벨기에가 2위가 될 것이다. 알제리와는 일찌감치 작별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없었다. 아르센 벵거 아스널 감독의 예상도 별반 다를 것이 없다. 그는 “2002년 한국이 4강에 올랐을 때 모두가 깜짝 놀랐다. 하지만 보통 때와 다른 열기 속에 홈에서 대회를 치른 이점이 있었다”면서 벨기에와 러시아의 조별리그 통과를 점쳤다. 종합해보면 한국은 선수구성과 경기력 양 측면에서 해외 축구전문가들의 이목을 끌 수 있을 정도의 임팩트를 갖추지 못했다. 강팀에 시선이 쏠려 한국은 관심밖으로 완전히 밀려났다.

◇“무관심이 오히려 반갑다”. 비수 품은 홍명보호
홍명보 감독은 한국에 대한 전문가들의 냉담한 평가에 “개인적으로 좋다”는 대답을 내놨다. 한국에 무관심할수록 전력노출을 줄일 수 있고, 상대가 준비에 소홀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홍 감독은 최근 미국 마이애미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남들이 우리를 무시하는 것이 오히려 좋다”고 말했다. 홍 감독은 지난 달 튀니지와 평가전 당시에도 상대에게 모든 카드를 내보일 필요는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전력노출에 신경썼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7위, H조 꼴찌로 객관적인 전력에서 뒤쳐지는 것이 사실인 만큼 다른 국가들이 한국을 1승 제물로 볼 수 있다. 홍 감독은 한국을 쉽게 보는 이런 시선을 역이용해 우리의 전력노출을 줄이고 선수들의 자존심을 자극해 정신무장을 강화하겠다는 생각이다.
홍 감독은 전문가들의 저평가, 상대국이 보이는 무관심의 그늘에 숨어 우리가 준비할 것을 점차 강화하고 있다. 안톤 두 샤트니에 코치를 활용해 상대팀의 평가전을 분석하며 정보도 차곡차곡 모으고 있다. 상대국 전력파악과 대표팀 경기력 상승 두 가지에 동시에 힘을 쏟으며 조용히 칼을 갈고 있는 홍명보호의 시선은 H조리그 첫 경기 러시아전(18일)에 맞춰져 있다.


이정수기자 polaris@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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