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홍명보 감독, '0대4 패배라니...'
10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선라이프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4브라질 월드컵 한국 대표팀과 가나 대표팀의 평가전에서 0대4로 대패한 한국의 홍명보 감독이 그라운드를 빠져나가고 있다. 마이애미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기적의 반전은 실현될 수 있을까.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0일(한국시간) 미국 마이애미 선 라이프 스타디움에서 열린 가나와의 평가전에서 0-4로 완패했다. 공·수 모든 면에서 합격점을 줄만한 부분을 찾아보기 힘들만큼 졸전을 펼쳤다. ‘홍명보호’는 가나를 ‘가상의 러시아’로 상정하고 최종평가전에 나섰다. 하지만 훈련 상황에서 보여준 플레이와 실전의 괴리감은 너무나 컸다. 이제는 극적인 반전을 기대할 수 밖에 없는 상황까지 내몰렸다. 브라질월드컵 본선 1차전은 8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사실상 홍명보호에게 주어진 훈련 시간은 5일에 불과하다. 과연 홍명보호의 거짓말 같은 반전 스토리가 완성될 수 있을까.

[SS포토]두 번째 골 허용한 한국
10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선라이프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4브라질 월드컵 한국 대표팀과 가나 대표팀의 평가전에서 한국의 박주영(오른쪽)과 구자철이 두 번째 골을 넣고 세리머니를 하는 가나 선수들을 뒤로하고 경기 재개를 기다리고 있다. 마이애미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사활을 걸었던 4가지 전술이 모두 실패했다
가나전의 초점은 러시아의 최대 강점인 역습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막아내느냐에 달려있었다. 홍명보 감독은 “우리가 잘하는 것을 보여주기 보다는 상대가 잘하는 것을 막는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해왔다. 역습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중앙보다는 측면 공격을 활성화하고, 수비에서는 역습의 빌미를 제공하지 않는 조직력의 단단함을 요구했다. 하지만 홍명보호는 가나전에서 공수 양면에서 역습에 대한 취약점을 여실히 드러냈다.
전반 두차례 실점이 모두 허술한 수비 조직력에서 시작된 역습 상황에서 나왔다. 첫 실점은 김창수의 패스 미스가 독이 됐다. 특히 안드레 아예우가 공격진영 왼쪽을 돌파할 때 한국 수비진 4명이 볼을 잡은 선수 위주로 몰린 것도 문제점으로 부각됐다. 수비진이 우왕좌왕하는 사이 반대편에 있던 조르당 아예우에게 볼이 이어졌고, 결국 아예우의 슛은 기성용의 몸을 맞고 굴절돼 득점으로 이어졌다. 두번째 실점에서도 하프라인 인근에서 곽태휘가 아사모아 기안과 몸싸움 끝에 볼을 뺏기면 단독 찬스를 내줬다. 김영권이 뒤늦게 기안을 따라붙었지만 슛을 시도할 때까지 제대로 된 밀착 마크가 이뤄지지 않았다.

주 공격루트로 상정했던 측면 공격도 아쉬움이 짙게 남았다. 가나전에서는 측면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한 이청용과 손흥민이 고군분투했지만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운 결과를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측면 공격의 핵심은 양쪽 풀백의 활발한 오버래핑에 이은 크로스 공격이다. 이청용과 손흥민은 측면보다는 페널티박스 안쪽 침투를 맡고, 빈 공간을 측면 수비수들이 활용해야 한다. 하지만 가나전에서는 좌우 풀백으로 선발출전한 윤석영과 김창수가 가나의 영리한 수비에 막혀 오버래핑을 시도하지 못한채 묶였다.

가나전에서는 홍명보호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압박마저 실종됐다. 킥오프 휘슬과 함께 시작된 전방 압박은 전반 3분까지만 유효했다. 개인기로 무장한 가나 선수들은 한국의 느슨한 압박을 비웃듯 경기 내내 그라운드를 지배했다.

마이애미 전지훈련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했던 창의적 공격 전개도 찾아 볼 수 없었다. 중앙수비수를 시작으로 중원을 거쳐 최전방 공격수까지 이어지는 패턴 플레이가 제대로 이어진 장면은 없었다. 특히 지공 상황에서는 가나가 물샐틈 없는 수비 조직력을 보이면서 태극전사들은 백패스를 이어가면서 점점 뒤로 물러나기 바빴다.

[SS포토]러닝으로 훈련 마무리하는 홍명보호
2014브라질 월드컵 대표팀 선수들이 지난8일 오전(한국 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세인트 토마스 대학에서 훈련을 한 뒤 러닝을 하고 있다. 마이애미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남은 시간은 5일, 기적의 반전을 꿈꾼다
2014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인 러시아와의 맞대결까지 남은 시간은 8일. 하지만 사실상 홍명보호가 발을 맞출수 있는 시간은 10시간 남짓에 불과하다. 가나전 이�날과 브라질 입성 후 첫 훈련은 회복훈련으로 이뤄진다. 대표팀은 브라질 이과수 베이스캠프에서 열리는 13일 훈련부터 러시아와의 본선 1차전 전날인 17일 쿠이아바에서 갖는 공식 훈련까지 5일간의 전술훈련을 통해 반전의 씨앗을 뿌려야한다.

홍명보 감독은 가나전 직후 기자회견에서 “0-4로 져 선수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 모르겠지만 좋은 영향으로 이어질 수 있게 준비를 잘 하겠다”고 밝혔다. 대표팀은 지난달 28일 출정식을 겸한 튀니지와의 평가전에 이어 가나전까지 패배를 맛보면서 선수들의 사기가 바닥까지 떨어졌다. 이청용은 믹스트존 인터뷰에서 “튀니전 패배 후 마이애미로 와서 무거운 분위기에서 훈련을 했다.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러시아전을 앞두고 최대한 밝은 분위기 속에서 훈련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진짜 승부인 러시아전을 앞두고 태극전사들을 패배의 충격에서 해방시켜주는 것이 급선무다.
무엇보다 홍 감독의 역할이 중요하다. 월드컵 경험이 전무한 선수들이 대다수인 대표팀에서 홍 감독의 말 한마디와 행동 하나가 선수들에게는 큰 울림으로 다가올 수 있다. 2년전 런던올림픽에서 홍 감독은 강력한 메시지로 반전을 일으킨 사례가 있다. 올림픽대표팀은 8강까지 무패행진을 달리며 준결승에서 브라질과 만났지만 0-3으로 완패했다. 홍 감독은 결승행이 좌절된 선수들에게 “고개 숙이지마라. 우리에게는 진정한 결승전이 남았다”면서 용기를 불어넣었다. 그 한마디에 기운을 차린 선수들은 3·4위전에서 일본을 2-0으로 완파하고 사상 첫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몸을 지배하는 것은 정신이다. 열악한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멘탈이 강해져야한다. 가나전 대패가 태극전사들의 정신을 재무장시킬수 있는 터닝포인트가 될지 지켜봐야 한다.


마이애미(미 플로리다주)| 도영인기자 doku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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