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윤소윤기자]"저런 패스는 손으로도 줄 수 없다"


이강인(18·발렌시아)의 완벽한 패스에 안정환 MBC 해설위원은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월드컵 대한민국과 에콰도르의 4강 경기에서 이강인은 또다시 기적의 중심에 섰다.


12일 오전(한국시간) 폴란드 루블린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4강전, 이강인은 전반 38분 중앙으로 파고들던 왼쪽 윙백 최준과 눈빛으로 신호를 교환한 뒤 땅볼 패스를 건넸다. 자로 잰 듯한 패스에 모두가 혀를 내둘렀다. 이강인의 완벽한 어시스트를 이어받은 최준의 슛은 에콰도르의 골망을 흔들었으며, 이는 곧 대한민국의 결승 진출을 이끈 '한 방'이 됐다.


이를 지켜본 안정환은 "시야가 정말 넓다. 판단도 빨랐고 손으로 옮겨놓은 듯한 패스였다"고 극찬했다. 이어 "손으로도 저렇게 가져다 줄 수 있을까 싶다. 좁은 공간에서 저런 패스를 하는 건 이제 놀랍지도 않다"며 이강인의 실력에 혀를 내둘렀다.


이강인을 향한 안정환의 칭찬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9일 펼쳐진 세네갈과의 8강전에서도 이강인의 활약은 두드러졌다. 이날 터진 3골에 이강인은 모두 관여하며 기적 같은 승리의 주역이 됐다. 0-1로 뒤지고 있던 후반 17분, 이강인이 정확한 패널티킥으로 동점골을 터트리자 안정환은 "담대하게 찼다. 물건 하나 나왔다"고 웃어 보였다.


이어 다시 터진 세네갈의 역전 골로 인해 1-2로 끌려가던 추가시간, 이강인은 완벽한 왼발 코너킥으로 이지솔의 헤딩골을 어시스트했으며, 2-2로 맞서던 연장 6분에는 역습 찬스에서 문전으로 쇄도하던 조영욱에게 완벽한 스루패스를 찔러줬다. 이에 안정환은 "밥을 떠 먹여준 게 아니라, 씹어서 먹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예선전부터 결승을 앞둔 지금까지 대표팀의 모든 경기에 해설로 나선 안정환은 매 경기 폭발하는 이강인의 화려한 발놀림에 감탄을 멈추지 못했다. '맛깔나는 해설'로 축구 팬들의 사랑을 받는 안정환의 해설과 이강인의 '맛깔나는 축구'가 만나 특급 시너지를 만들어냈다. 시청자들에겐 보고 듣는 즐거움을 모두 선사한 셈이다.


이제 남은 것은 결승전뿐이다. 대한민국 대표팀은 오는 16일 오전 1시 우치의 우치 경기장에서 우크라이나와 우승컵을 두고 운명의 혈투를 펼친다. 2002년 월드컵 당시 그라운드에서 대한민국 축구 역사의 한 획을 그었던 안정환은 이제 부스에서 후배들의 마지막 경기를 지켜보게 됐다. 그의 기대에 태극전사들이 부응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younwy@sportsseoul.com


사진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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