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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정하은기자]YG엔터테인먼트(이하 YG)와 경찰 간 유착이 핵심인데 결국 가수 연습생 출신 한모씨에게 모든 초점이 쏠렸다. 사건의 본질을 벗어나 가십성 소비를 부추긴 언론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 12일 그룹 아이콘 전 멤버 비아이의 마약 투약 의혹이 불거졌다. 비아이가 2016년 4월 카카오톡 메신저 대화 상대 A씨를 통해 대마초와 마약류로 지정된 환각제인 LSD 등을 구매하려 한 정황이 담긴 메시지가 공개된 것. 이후 지난 13일 한 매체는 비아이와 메신저 대화를 나눈 A씨가 가수 연습생 출신 한모씨라고 실명을 보도했다.

A씨가 곧 한모씨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대중의 관심에는 더욱 불이 붙었다. 한모씨는 빅뱅의 탑과 대마초를 흡연한 혐의 등으로 지난 2017년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등을 선고받은 인물. 현재도 한모씨는 집행유예 기간 중이다. SNS를 통한 거침없는 발언으로 끊임없이 구설에 올랐던 그가 비아이의 마약 의혹에도 깊숙이 관여한데다, 국민권익위원회에 YG와 경찰의 유착 의혹을 제기한 공익 제보자라는 사실이 전해지며 파장이 커졌다. 한모씨는 지난 4일 방정현 변호사를 통해 익명으로 국민권익위원회에 공익신고서를 제출했다. 해당 자료에는 3년 전 비아이의 마약 의혹과 YG엔터테인먼트와 경찰의 유착 관계가 의심되는 정황, 양현석 대표로부터 마약 관련 진술을 번복하도록 지시받은 내용 등이 담겨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모씨는 익명과 신원을 보장받을 수 있는 ‘공익제보’를 택했으나, 본의 아니게 실명이 드러나며 오히려 비난의 대상은 한모씨가 된 모양새다. 마약 투약 전과가 있는 한모씨가 공익 제보의 자격이 있냐는 지적부터 그의 인성에 대한 비난도 거센 상황이다.

이에 한모씨를 겨냥하며 사건의 본질을 흐리는 언론 매체들의 보도에 대중의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한모씨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MBC 뉴스데스크 취재진이 자신의 집을 찾아온 사실을 폭로하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MBC뉴스 확인했는데 우리 집 현관문 초인종 누르고 있길래 물어봤더니 돌아오는 답장. 진짜 기가 찬다”며 취재진과 나눈 메시지 내용을 공개했다. 공개된 메시지에서 MBC 취재진으로 추정되는 사람은 “사태가 커지고 있다. 한모씨는 MBC로부터 보호받는 게 안전하다. 어디에 있든 저희가 가겠다. 해외도 상관없다”며 “이미 온라인 매체에서 한모씨 이름을 노출했다. 우리는 약속대로 이름 노출 안 했다”며 익명 인터뷰를 시도했다. 이에 한모씨는 “우리 집 찾아간 거 그쪽이냐?”고 물었고, 취재진은 “한모씨 집이 맞군요”라고 답하기도 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권익위 측은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공익신고자 보호법’은 ‘누구든지 공익신고자라는 사정을 알면서 그의 인적사항이나 그가 공익신고자임을 미루어 알 수 있는 사실을 신고자 동의 없이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거나 공개 또는 보도하여서는 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익명성 보장을 담보 받을 수 없다면 공익신고의 기능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 한모씨 역시 공익제보의 본질이 훼손되고 있는 점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그는 “사실 전 제 이름이 이렇게 빨리 알려질지 몰랐다. 당황스럽고 무서운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마음 잘 먹고 있으니까 걱정 안 해도 된다”며 “내가 그동안 많이 막 살고 내 기분대로 행동하고 사람들 기분 나쁠 만한 언행을 한 것은 맞고 나도 인정하고 반성한다. 하지만 이 사건은 내 인성과 별개로 봐주길 간곡히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덧붙이자면 난 감형받기 위해 여러분한테 호소하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제 집중해야 할 건 한모씨가 아닌 YG, 그리고 경찰이다. 물론 각종 논란 행보를 이어왔던 한모씨지만 이번 공익제보만큼은 별개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비아이에 대한 부실 수사와 양현석 전 대표의 개입 의혹이 제기되자 경찰은 뒤늦게 재수사 방침을 밝혔다. 한모씨를 통해 어물쩍 넘어갈 뻔한 이번 사건이 재수사에 돌입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단순히 한모씨란 인물에만 초점을 두는건 이번 사건을 단순한 가십성으로 전락시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jayee212@sportsseoul.com

사진 | Y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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