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의 CSR과 마케팅 전략 : 브랜드는 팩트 아닌 이미지- 중소기업 브랜딩, 소셜미디어와 스토리텔링 적극 활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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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리 데이비스 맨체스터 비즈니스 스쿨(MBS) 교수.

[스포츠서울 김윤경 기자] “한국은 비즈니스 신뢰도가 세계 36위로 바닥 수준입니다. 한국에서는 대기업(재벌)이 정경유착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노동자를 탄압한다는 이미지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오너 리스크도 한몫하고요. 재밌는 사실은 한국 사람들은 삼성이라는 기업 자체를 싫어하면서도 삼성 제품을 열광적으로 구매합니다. 종종 대기업 본사 앞에서 데모하는 것을 보면 의아합니다. 중소기업들도 대기업도 모두가 보다 더 큰 기업이 되길 원하지 않나요.”

마케팅·브랜딩·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분야에 있어 세계적 석학으로 통하는 게리 데이비스 영국 맨체스터대학교 비즈니스스쿨 교수는 18일 한류타임즈와 인터뷰에서 “기업과 브랜드 이미지는 기업의 CSR과 직결된다”고 주장했다.

데이비스 교수는 ‘대한민국 기업이 고객들로부터 왜 신뢰받지 못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답을 내놨다. 그는 “브랜딩이라는 것은 본래 신뢰 얻기”라고 단언했다. 그는 “기업은 고객의 신뢰를 얻기 위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선한 영향력을 끼쳐야 한다”고 말했다. 그것이야말로 브랜드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라는 얘기다.

“CSR을 지속적으로 잘하는 기업은 신뢰가 쌓입니다. 단순히 한 번의 봉사로 끝나지 않아야겠죠. 기업이든 사람이든 진정으로 행동할 때 신뢰가 따라오는 겁니다. 영국의 중소기업들이 활동하는 로컬 커뮤니티에서 기업을 홍보하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 “낙수효과, 삼성엔 통하지 않더라”

데이비스 교수는 기업의 신뢰에 대해 설명하며 영국에 본사를 둔 세계적인 유통기업 ‘테스코’의 사례를 들었다.

그에 따르면 영국인들은 테스코에서 장을 보면서도 기업 이미지는 부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었다. 테스코에서 회계 부정 사건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테스코는 고객들로부터 신뢰를 잃었다가 다시 회복하는 긴 고난의 시간을 거쳤다.

테스코는 사건 이후 호스티지 포스팅을 도입해 고객 모니터링과 참관을 시작했다. 또 영국 소비자 단체 ‘컨플레이닝카우’의 리더를 테스코의 운영진으로 참여시켰다. 기업 이미지와 브랜딩이 위협받는 순간 반대파에 서 있던 이들을 우리 편으로 끌어들이는 전략은 꽤나 성공적이었다.

데이비스 교수는 국내 대표 글로벌 기업 삼성에 대해서도 재밌는 의견을 냈다.

“삼성은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가진 회사입니다. 삼성은 ‘또 하나의 가족’이라는 감성 마케팅을 합니다. 그런데 한국인들은 회사와 경영진의 윤리성 보다는 제품의 가치를 높이 사는 것 같습니다. 경영자에 대한 윤리적 평가가 부정적이더라도 최고의 제품을 대체할 수 있는 기술력이 없기 때문에 그들이 만드는 제품을 사용하고 좋아하는 것이라고 보입니다.”

그는 학계의 논문 중 ‘트리클 다운 이펙트(낙수효과)’에 관한 얘기를 꺼냈다. 사회적 이미지가 제품 이미지로 어떻게 전가되는지에 대한 논문이다. 데이비스 교수는 “일반적으로 기업 오너의 이미지가 나쁘면 제품에도 악영향을 미치는데 삼성의 경우 그렇지 않은 것 같다”며 의아해했다.

그는 “최근 한 연구를 보면 회사의 오너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나쁜 짓을 했더라도 해당 사건이 소비자에게 직접적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 상관 없어한다는 결과도 있다”고 말했다. 회사와 제품을 분리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고 삼성의 경우도 이 연구결과에 해당된다는 것.

데이비스 교수는 “몇 년 전 삼성과 애플의 특허 침해 소송이 세계적 이슈였지만 소비자들은 자신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없었기에 구매를 지속하고 있다는 사실도 이 연구 결과를 뒷받침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기업의 평판은 벚꽃만큼이나 부서지기 쉽다. 갖고 있을 때는 아름다운 자산이지만 폭풍과도 같은 대중의 분노 앞에서 순식간에 사라져 버릴 수 있다”면서도 “모든 회사가 브랜딩이 필요한 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만약 적은 비용으로 보통 품질의 제품을 만드는 중소기업이라면 굳이 비용을 들여서 브랜딩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가격 경쟁에서 벗어나 고가 전략을 구사하는 기업은 제품에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입히기 위해 브랜딩 작업이 꼭 필요하다”고 했다.

이에 관해 데이비스 교수는 지난해 영국에서 중소기업이 자사 제품을 활용해 고객과 어떻게 커뮤니케이션 하는지, 어떤 방법이 더욱 효과적인지를 비교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유럽, 특히 가족경영이 발달한 나라에서는 중소기업이면서 가족경영을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 고객들에게 더욱 신뢰 있고 친근한 이미지를 준다. 그는 “독일의 경우 강소기업(히든챔피언)의 대부분이 가족경영을 하는 중소기업들이다”며 “다만 한국과 중국에서는 가족경영에 대해 부정적 인식이 강하니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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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리 데이비스 맨체스터 비즈니스 스쿨(MBS) 교수.

◆ 기업 브랜딩, 소셜마케팅(SNS)의 시대

데이비스 교수는 영국을 비롯한 세계적 기업들의 마케팅 트렌드가 소셜미디어(SNS)를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고도 역설했다. 그는 “전통적인 미디어를 활용한 마케팅 비용이 점점 높아져 가는 분위기이고, 대기업조차 소셜미디어 마케팅에 주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소셜마케팅이 주목받자 과거 TV를 통해 보던 프로그램들을 유튜브나 블로그에서 접할 수 있게 됐다”며 “1인 방송 콘텐츠 제작에 참여하는 이들이 늘며 적은 비용으로 많은 콘텐츠를 생산하는 시대가 왔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20년 전 쯤 영국 런던 근교에서 시작한 작은 엔티크 가구점에 대한 사례를 들었다.

“그곳은 3층짜리 건물에 빈티지 가구들을 가득 전시해 놓고 판매했지만 매출은 저조했어요. 하지만 온라인 쇼핑몰을 개설하고 소셜마케팅을 도입한지 일주일 만에 놀라운 일이 벌어졌죠. 미국 LA에 거주하는 고객 한 사람이 재고를 한꺼번에 다 사들인 겁니다.”

데이비스 교수는 “대기업은 TV커머셜이나 스타 마케팅을 공식처럼 활용지만 전체 마케팅에서 TV채널은 일부일 뿐이다”며 “글로벌 브랜드나 연매출이 조 단위가 넘는 회사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TV마케팅이 필수지만 일부 고객이나 지역을 타깃으로 하는 중소기업의 소비재는 소셜미디어를 활용한다면 적은 예산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이나 브랜드의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마케팅 방법인 현수막, 전단지 광고 등 방법보다 웹 사이트, 페이스북 페이지, 트위터, 유튜브 등 다양한 채널을 적절히 활용한 소셜미디어가 더욱 저렴한 비용으로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방안이다”고 설명했다.

또 “간혹 중소기업 중 대기업을 벤치마킹 해 고가의 포지셔닝을 하려는 곳들이 있지만 실제 셀러브레이트를 내세워 광고하는 곳들이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실패하는 경우도 많이 보았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데이비스 교수는 중소기업의 창업주나 창업팀이 브랜드가 되는 방안도 제시했다. 예를 들면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가 나서서 ‘왜 고생하면서 이렇게 사업을 하게 됐는지’ 비하인드 스토리를 강조하는 것이다.

“요즘은 글보다 비디오 마케팅이 더욱 효과가 높습니다. 다른 이들의 영상을 보면서 스스로를 어떻게 이미지화 할지 연구하고 연습하세요. ‘카메라를 똑바로 보고 얘기해야 신뢰감이 생긴다’, ‘원고를 보고 읽으면 신뢰가 떨어진다’, ‘영국에서는 안경을 쓰면 신뢰를 받는 분위기다’ 등을 염두에 두고 가장 자연스러운 방법으로 비디오 마케팅을 시도해보세요.”

◆ 중소기업 브랜딩의 포인트는 신뢰, 능력, 평판

데이비스 교수는 중소기업의 브랜딩 전략에 대해서도 풀어놨다. 소비자가 상품이나 기업을 인지하고 평가할 때 3가지 포인트가 있다는 것. 이 기업은 믿을 만한가, 좋은 제품을 생산할 역량이 있는가, 사회적 지위가 있느냐다.

“브랜딩의 근본은 고객들에게 우리가 무슨 사업을 하는지 알리는 것입니다. 고객들이 상품을 처음 접하면 과연 이 제품은 쓸 만한 지, 기업이 믿을만한 지를 판단합니다. 이 때 신뢰가 우선이죠. 인류의 생존 과정을 보면 언제든 신뢰를 가진 자 만이 살아남았어요. 신뢰는 가장 근원적인 질문입니다.”

첫째, 기업의 신뢰를 갖췄다면 둘째는 역량이다. 과연 그 기업이 해 낼만한 능력이 있는가이다. 신뢰 다음으로 챙겨야 할 것은 좋은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 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기업의 사회적 지위가 있느냐, 얼마나 전문적인가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만약 내가 맨체스터대 교수가 아니라 옥스퍼드대 교수였다면 당신은 나의 답변을 더 신뢰하지 않겠어요?(웃음) 당황하지마세요. 저는 맨체스터대 이전에 옥스퍼드대에서 교수를 지냈어요.(웃음)”

데이비스 교수는 “차별화를 위해서는 앞의 세 가지 요건을 넘어 ‘우리는 남들과 다른 특별한 서비스가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만약 음식점이라면 그 매장만의 고유한 메뉴를 개발한다든지, 그동안 고객들에게 한 번도 보여준 적 없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는 “브랜딩은 이미지가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미지는 상대방이 어떻게 느끼느냐가 중요한 포인트다”며 “이미지는 팩트와는 다르다. 제품의 기능이나 장점에 대한 사실을 전달하는 것은 브랜드와는 상관없기에 이성보다는 감성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세탁 세제를 예로 들면 동일한 성분을 가진 세탁 세제도 브랜드에 따라 가격이 다르고 판매처가 다르다. 백화점에서 소량으로 포장해 비싸게 팔리는 브랜드가 있고, 대량으로 마트에서 팔리는 브랜드도 있다”며 “상품성이 좋고 나쁘고를 제품의 특성으로 비교할 수 있지만 더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브랜딩이 중요한 이유다”고 단언했다.

◆ ‘착한기업’ 스토리텔링과 ‘진짜 착한 일’하는 CSR 강조

그렇다면 중소기업 보다 더 작은 규모의 스타트업은 어떻게 브랜딩하고 고객으로부터 신뢰를 얻기에 꼭 필요한 물리적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을까.

데이비스 교수는 “스타트업의 경우 ‘왜 이 사업을 시작했는지, 어떤 시련을 겪으며 이 자리까지 왔는지’에 대해 자연스럽게 스토리를 만들어서 전달한다면 이것이 회사의 이미지가 되고 실질적인 브랜드가 될 수 있다”고 답했다.

“창업자의 성향과는 상관없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기업의 스토리를 잘 전달하는 것은 스타트업이 성장하는 데 꼭 필요합니다. 브랜딩이 되면 시장에서의 포지셔닝도 잘 할 수 있게 됩니다.”

그는 “최근 영국에서도 정부 지원을 받아서 스타트업 하는 청년들이 많다”며 “정부가 대학교에 예산을 투입해 이노베이션센터를 운영하고 이곳에 스타트업이 모여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개발해 사업화하거나 산학협력으로 신규 사업을 벌이곤 한다”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다만 정부의 예산을 투입해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것은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해외에서 성공한 스타트업 비즈니스가 첫 도전에 성공한 케이스는 없다. 대부분 몇 번의 실패를 거듭하며 스스로 일어난 기업들이다”며 “정부가 지원해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것은 오히려 실패자를 양성하는 효과를 낼 것이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데이비스 교수는 기업의 이미지, 최근 막강한 파워를 자랑하는 SNS 마케팅과 더불어 중요하게 생각할 건 CSR이라고 덧붙였다.

“제가 살고 있는 사우스 맨체스터 남부에 있는 피쉬앤칩스 매장은 CSR에 성공한 케이스입니다. 그 가게의 사장은 오랫동안 지역 학교 행사에 스폰서를 자처하며 운동회에서 이긴 팀에게 피쉬앤칩스 상품을 주곤 했어요. 지역 사회에 기부나 봉사활동을 하는 것이 기업 이미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신뢰도를 높였다는 것을 증명한 사례입니다.”

그는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명심할 점은 기업이 잘되기 위해서는 직원들에게 ‘우리가 어떤 일을 하면 시장에서 상품이 잘 팔릴지’를 물어 봐야 한다”며 “특히 지역을 타깃으로 삼는 중소기업의 경우 지역사회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에 대해 해결하려는 노력을 하는 것도 아주 중요한 과제”라고 조언했다.

◆ 게리 데이비스 교수는 누구?

게리 데이비스 맨체스터 비즈니스 스쿨(MBS) 교수는 세계적인 브랜드 마케팅 석학으로 지난 40여 년 동안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비즈니스에 관한 연구를 해왔다. 그는 9년 전 아일랜드에서 ‘퓨처 오브 브랜딩’이라는 주제로 컨퍼런스를 개최한 뒤 매년 이어오고 있다. 컨퍼런스는 2017년 영국 체스터, 지난해 대한민국 서울, 올해는 중국 상해에서 열릴 예정이다.

socoo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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