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이과수 첫 훈련, 각오를 다지는 선수들
[스포츠서울] 2014브라질월드컵 한국 축구대표팀이 12일 오전(한국시간) 브라질 이과수의 베이스 캠프에서 첫 훈련을 마친 뒤 주장 구자철(왼쪽 세번째)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2014. 6. 12. 이과수(브라질)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세계 최대를 자랑하는 이과수 폭포. 브라질과 파라과이, 아르헨티나 3국에 걸쳐 있는 2.7㎞에 달하는 거대한 폭포입니다. 실제로 보니 수도 없이 많은 큰 폭포들이 끝나지 않을 것처럼 이어진 곳이었습니다. 그동안 국내에서 봤던 폭포들과 같은 이름으로 불러도 좋을지 망설여질 정도로 장대했습니다. 폭포가 일으킨 물보라가 비처럼 내려 금세 옷이 젖어버릴 정도였습니다. 물줄기의 최대 낙폭이 82m에 달하는 것도 있다더군요. 손에 잡힐듯이 선명한 무지개가 폭포 틈에서 솟아올라 물줄기 속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바라보며 할말도, 생각도 잊은채 행복해졌습니다. 자연의 놀라운 모습 앞에 세상의 모든 걱정이 물에 씻겨내려간 듯 마음 속이 뚫리는 느낌이었습니다.

축구 국가대표팀 홍명보호가 12일(한국시간) 베이스캠프인 브라질 이과수에 도착했습니다. 2014 브라질월드컵 본선 조별리그를 치르는 동안 대표팀의 안방이 되어줄 곳입니다. 지난 1월 이곳으로 전지훈련을 왔던 홍명보 감독은 당시 함께 떠났던 23명의 선수들과 이과수 폭포를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선수들 모두 훈련으로 지친 몸과 마음을 대자연 앞에서 풀어버리고 새로운 각오를 다지는 기회였습니다. 당시 홍명도 대표팀 감독은 “평생에 한 번 볼까 말까 한 광경 앞에서 선수들이 뭔가 느끼는 것이 있을 것이다. 거대한 자연을 바라보며 앞으로 일희일비하지 않고 목표를 향해 정진하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김승규, 이근호 등 당시 함께 전지훈련에 나섰던 선수들은 5개월 뒤 브라질에 다시 와 월드컵 무대에 서겠다는 의지와 희망을 얘기했습니다.

다시 이과수에 돌아온 홍명보호의 표정은 희망에 찼던 지난 1월과는 다른 것 같습니다. 출정식을 겸했던 튀니지와 평가전, 마이애미에서의 훈련성과를 보여줄 가나와 평가전 모두 근심을 키우고 실망감을 안겨준 경기였습니다. 선수단 스스로도 느꼈을 겁니다. 홍명보 감독은 “경기가 뜻대로 되지 않아서 아무래도 실망감이 있었다. 하지만 마이애미에서의 마지막 날 모두 털어버리고 왔다. 패배에 대한 분위기는 남아있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선수들의 마음 한 구석에는 지워지지 않은 패배의 그늘이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첫 날 훈련을 마친 선수들의 표정은 밝지 않았습니다. 어떤 선수는 “많이 준비했는데 아쉽다”고 말했고, 또 다른 선수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책임감’이라는 단어는 여기저기에서 나왔습니다.

월드컵은 전세계인들이 즐기는 축구 축제입니다. 하지만 기대와 관심이 온통 쏠린 가운데 성적을 내야하는 선수들의 마음은 축제를 즐길 여유는 없이 부담으로 가득차 있을 겁니다. 2002 월드컵 4강신화를 이뤘던 송종국 MBC 해설위원도 선수시절 겪은 월드컵을 돌이켜보면 경기 생각말고는 주변을 돌아볼 겨를이 없었다고 하더군요. 5개월이 지난 사이 선수들은 성적에 대한 부담으로 무겁게 짓눌려 이과수로 돌아왔습니다. 시원하게 쏟아져 내리는 이과수 폭포앞에서 내려놨던 그 부담감을 말이죠.

5개월전 이과수 폭포에서 홍명보호가 얻은 깨달음과 ‘정기’가 있다면 지금이 되살려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당시 홍 감독이 바랐던 “일희일비하지 말고 목표를 향해 정진하자”는 메시지가 지금의 대표팀에서 잊혀졌다면 다시 일깨울 때인 것 같습니다. 지금은 자신감과 배짱을 가득 채워야 할 때니까요.
이과수(브라질) | 이정수기자 polaris@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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