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인터뷰 하는 박주영, '훈련에 집중하겠다!'
박주영이 12일 오전(한국시간) 브라질 이과수의 베이스 캠프에서 첫 훈련을 마친 뒤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이과수(브라질)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홍명보호’에 팀을 이끌어 갈 진정한 리더가 없다는 평가가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튀니지전에 이어 가나와의 평가전에서도 패배를 당하자 ‘리더 부재’가 경기력 저하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죠. 역대 월드컵 대표팀 사상 최연소 팀이라는 타이틀도 불안감에 큰 몫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어린 선수들이 중심 자원이다보니 패기는 있지만 앞장서서 팀을 이끌어 갈 정신적인 지주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홍명보호’의 주장은 구자철입니다. 그는 2009년 청소년대표팀으로 출범한 ‘홍명보호’에 초대 주장이었고, 2010광저우아시안게임과 2012런던올림픽에서도 주장 완장을 찼습니다. 검증된 리더임에 틀림없지만 그도 월드컵은 처음 경험하는 무대입니다. 또한 이전 메이저대회는 모두 연령대별 대표팀을 이끌었기 때문에 월드컵 대표팀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이제는 선배들도 함께 생활을 하기 때문에 동생들 챙기기에 주안점을 뒀던 예전 대표팀과는 분명 다르겠죠.

지난 5일 미국 마이애미 선 라이프 스타디움에서 열렸던 잉글랜드와 에콰도르의 평가전을 현지에서 지켜봤습니다. 이 날 경기는 4골이 터지며 볼거리도 많았지만 가장 인상적인 순간은 ‘왜 리더가 필요한지’를 보여준 장면 때문입니다. 양 팀이 팽팽한 접전을 벌이던 후반 중반 잉글랜드의 스털링이 에콰도르의 발렌시아에게 거친 태클을 가한 뒤 두 선수는 목덜미를 잡아채는 등 몸싸움을 벌였습니다. 사실 태클을 건 잉글랜드의 스털링이 반칙 후 ‘적반하장’격으로 더 화를 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죠. 결국 두 선수는 모두 레드카드를 받고 동시에 경기장을 떠나야하는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SS포토]박주영과 이근호를 불러세운 홍명보 감독
홍명보 감독(왼쪽)이 13일 오전(한국시간) 브라질 이구아수의 플라멩구 에스타포르테 스타디움에 마련된 베이스캠프에서 훈련을 하던 중 최전방 공격수인 박주영(오른쪽)과 이근호에게 이야기를 하고 있다.이구아수(브라질)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이 때 잉글랜드 벤치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주장 스티븐 제라드가 스털링에게 다가갔습니다. 제라드는 스털링이 경기장을 빠져나갈때까지 옆에서 어깨동무를 한 채 동행했죠. 아무 말도 없이 그저 함께 걸어주기만 했습니다. 현지 중계방송도 그라운드의 상황을 전하는 대신 두 선수가 경기장 밖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클로즈업 했습니다. 아마도 제라드는 관중들의 시선에서 사라진 뒤 스털링에게 조언을 전했을겁니다. 그리고 제라드가 경기 종료직전 다시 벤치로 향하기 위해 모습을 드러내자 잉글랜드 팬들은 기립박수로 그를 맞이했습니다.
진정한 리더란 이런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제라드는 이 날 경기에서 단 1분도 뛰지 않았지만 그의 존재감은 잉글랜드 11명의 선수보다 빛났습니다.

홍명보 대표팀 감독은 최근 팀 내 리더가 없다는 지적에 대해 “1명의 리더보다는 모든 선수가 리더가 되길 원한다”고 했습니다. 팀 내 선참인 박주영도 “리더가 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모든 선수들이 각자가 역할을 해 준다면 충분하다”고 자신의 견해를 밝혔죠. 이러한 발언들이 ‘홍명보호’의 팀 컬러를 보여주는 단면일수도 있습니다. 모두가 하나가 되기 위한 ‘원 팀’이 되려면 누군가 혼자서 무거운 짐을 짊어지지 않아야한다는 생각이죠.
하지만 위기에 봉착했을때는 강한 권력을 지닌 한 명의 리더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사공이 여러명일때 힘을 내는 순간도 있겠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강력한 리더십이 좋은 효과를 낼 수 있으니까요. ‘홍명보호’에도 잉글랜드의 제라드를 연상시킬만한 진정한 리더가 존재하길 기대해봅니다.
이과수(브라질) | 도영인기자 doku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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