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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배신하지 않겠습니다.”
현역 선수로는 봉우리를 접었지만 더 큰 꽃으로 돌아오겠다고 약속했다. 20년 현역 생활에 마침표를 찍은 ‘꽃’ 이범호(38·KIA)가 코치 연수를 마친 뒤 반드시 KIA로 돌아오겠다고 약속했다.
이범호는 13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9 KBO리그 한화와 정규시즌 홈 경기를 끝으로 프로 20년, 통산 2001경기 여정을 마무리했다. 성대한 은퇴식까지 마친 이범호는 “고별사는 생각나는대로 얘기하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김종국 코치에게 “종국이 형”이라고 부르는 과감함을 뽐낸 이범호는 “KIA에 처음 왔을 때(2011년)가 생각이 나서 본의 아니게 김민호 수석코치님보다 종국이 형 이름이 먼저 나왔다. 낯선 구단에 와서 적응하던 시기에 서재응, 김상훈 선배뿐만 아니라 당시 레전드 중에는 최선참인 김종국 코치님께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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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전 공식 기자회견 때에도, 고별사를 하던 순간에도, 더그아웃 앞에 도열한 선수들과 포옹을 나눌 때에도 절친인 김주찬과 나지완을 떠올리면 눈시울을 붉혔다. 이범호는 “셋이 늘 같이 다녔다. 나이 어린 후배들이 많다보니 만날 셋이 놀았다. 특히 지완이는 (윤)석민이와 함께 선배들에게 덛지 못한 후배들의 성향이나 특성에 관해 많은 조언을 해줬다. 이제 내가 없으면 둘이서 ‘어디가지?’하고 있을 거 생각하니 짠하다.(웃음) 정말 의지를 많이 했던 친구들이다. 그래서 둘만 떠올리면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KIA로 돌아오겠다는 약속은 반드시 지키겠노라 다짐했다. 이범호는 “우리팀에 좋은 타자들이 정말 많다. 안타를 치는 선수들은 많지만 멀리 치는 장타자들은 눈에 띄지 않는게 사실이다. 내가 일본과 미국으로 코치 연수를 가겠다고 결심한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거포는 교타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만들어지기 어렵다. 타고난 힘도 있어야 하지만, 타이밍 싸움이나 배트에 힘을 전달하는 방법 등 기술로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부분도 분명 있다. 이범호는 “몸통 회전이나 공에 회전을 넣는 기술 등을 선진 야구를 통해 더 세밀하게 배우고 싶다. 스스로 완벽하게 이해했다고 판단했을 때 KIA로 돌아와 후배들의 성장에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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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렇게 성대한 은퇴식을 열어준 구단에서도 ‘배신하지 말라’고 말씀하시더라”며 웃더니 “내가 아는 지식만으로 후배들을 가르치면 한계도 있을테고 틀린 부분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더 많이 배워서 후배들이 내가 가진 지식을 다 빼먹을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해서 돌아오겠다. 지도자 생활을 한다면 그 시작은 무조건 KIA가 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는 “현역 때에는 300홈런 1000타점 2000경기가 목표였는데 지도자가 되면 더 많이 우승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 목표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또 열심히 한 번 달려보겠다”고 다짐했다.
떠나는 날까지 팀을 생각한, 진정한 리더의 모습을 이미 갖춘 이범호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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