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9J5919 김가영 차유람
당구스타 김가영(왼쪽)과 차유람이 1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신한금융투자 PBA·LPBA 챔피언십’ 미디어데이에서 나란히 큐를 잡은 채 포즈를 하고 있다. 제공 | 프로당구협회(PBA)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후배여도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니까 붙으면 무조건 이겨야 한다(김가영)”

“프로에서도 만나다니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이냐.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인가보다.(차유람)”

아마 당구 포켓볼에서 여제 타이틀을 두고 라이벌 관계를 형성했던 김가영(36)과 차유람(32)이 프로 당구 LPGA 무대에 나란히 선다. 둘은 오는 22~26일 롯데호텔월드(잠실)에서 열리는 2019~2020시즌 프로당구 2차 대회인 ‘신한금융투자 PBA·LPBA 챔피언십’에 와일드카드(후원사 추천) 자격으로 동반 출격한다. 대회 개막 일주일을 앞둔 1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이들은 “당구 팬 기대에 충족하는 멋진 경기로 보답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김가영은 지난달 초대 대회에도 와일드카드로 출전, 포켓볼에서 3쿠션 큐를 잡고도 4강에 진출한 적이 있다. 그는 이날 “올해 PBA 선수 등록은 마감이 돼서 (등록은) 안 되겠지만 계속 (와일드카드로) 초대를 해주신다면 선수로 활동하고 싶다”면서 사실상 프로 전업을 선언했다. 이는 예고된 바와 다름이 없었다. 2011 WPBA 투어 챔피언십과 2012 세계 여자10볼 세계선수권, 2014 WPBA 마스터즈 등을 제패한 김가영은 2015년엔 차이나오픈 우승으로 여성 포켓선수로는 처음으로 그랜드슬램(4대 메이저 석권)을 달성하는 등 국제 무대에서도 ‘레전더리’ 행보를 썼다. 그러나 지난달 5일 대한당구연맹으로부터 선수 등록 말소처분을 받았다. 아마추어 당구를 주관하는 연맹과 선수수급을 두고 대립각을 세우면서 출범을 강행한 프로당구협회(PBA) 초대 대회에 초청 선수로 시드를 받아 출전했다는 이유에서다.

당구연맹 경기인등록규정(제21조 3항)에 따르면 연맹이 승인하지 않은 단체 대회에 출전하면 등록선수 자격을 말소한다. 당구연맹은 이를 근거로 김가영을 비롯해 3쿠션의 강동궁, 이미래 등 PBA 대회에 참가한 369명을 한꺼번에 말소 처리했다. 김가영 측 관계자는 “(말소를 두고) 해명 기회를 주지 않았다”면서 “과거에도 아마추어 선수로 뛰면서 미국 등 다른 나라 프로 대회에 초청받아 참가했다. 당시엔 아무런 얘기가 없다가 PBA 대회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말소 처리했다”고 분노했다. 그러나 남삼현 당구연맹 회장은 “미국에서 열린 포켓 대회는 국제연맹에서 승인받은 대회다. PBA는 UMB 등에서 승인하지 않은 대회이기에 규정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또 “이미 PBA 출범 전부터 각 소속 연맹에 관련 규정 및 징계에 대해서도 공문화해서 보냈다”면서 소명 기회를 주지 않았다는 말에 반박했다. 연맹과 갈등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김가영의 프로행은 유력했다. 이날 확실하게 프로 선수로 변신 의지를 보이면서 제2 인생을 그리게 됐다.

특히 PBA 홍보대사로 활동중인 차유람까지 참가하게 돼 LPBA는 당구인의 이목을 끌고 있다. 차유람은 2006 도하,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당구 국가대표로 뛰었으며 2010 세계9볼 암웨인 오픈, 2011 베이징 오픈 우승과 2009, 2013 실내무도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차지한 스타 플레이어다. 김가영과 아마추어 시절부터 불꽃 같은 라이벌로 주목을 받았는데 차유람이 지난 2015년 결혼 이후 출산과 육아에 전념하면서 큐를 놓은 뒤엔 그 열기가 식었다. 그러나 둘 다 3쿠션 프로 선수로 전향, LPBA에서 다시 한 번 격돌하게 됐다.

미디어데이에서 둘은 서로를 격려하는 미소 속에서도 강한 승리욕을 숨기지 않았다. 차유람은 “(아직 대진 추첨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김가영과 이왕이면 결승에서 만나면 좋을 것 같다”며 “서로 3쿠션 프로 무대에서도 비슷한 시기에 데뷔하게 돼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포켓하면서도 김가영이 없었다면 나도 성장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가영은 “(차유람과)붙으면 무조건 이겨야 하지 않겠느냐.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다”며 “차유람은 공백기를 가지기 전까지 최상의 선수였다. 특히 내가 부러워했던 건 경기 집중력인데, 이곳에서도 멋지게 집중력을 발휘해서 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테이블 크기서부터 큐까지 포켓과 다른 3쿠션인지라 ‘포켓 여제’들이 얼마나 LPBA에서 두각을 보일지도 지켜볼 일이다. 김가영은 “사실 난 4구와 3쿠션으로 당구를 시작했다. 과거 아마 3쿠션 대회도 출전해 우승한 적이 있다”며 “오히려 포켓으로 전향할 때 애를 먹었다. 포켓볼은 목적구 위주로, 4구나 3쿠션는 수구에 집중한다. 시선 처리가 다르고 타법도 3쿠션이 더 다양하다”고 말했다. 차유람도 “(훈련 중) 테이블 앞에 섰을 때 (3쿠션을) 머리로만 알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더라”며 “3쿠션은 공 반개 차이로 선택이 달라지고 힘 조절 등 변화를 줘야 한다. 룰 역시 초대 대회에서 (남자부) 강동궁이 시간 파울을 범했는데 포켓에서는 남은 시간을 심판이 알려준다. 시간 분배를 스스로 잘해야 하는 만큼 변수가 잦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 대회 (홍보대사로)관람하면서 선수로 뛰고 싶은 마음이 컸다. 완벽한 준비는 아니지만 연습하는 과정에 나를 보이는 것도 중요하다고 느꼈다”면서 이 대회 선전을 다짐했다.

kyi0486@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