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러시아전 앞둔 홍명보 감독
2014 브라질 월드컵 한국대표팀의 홍명보 감독(맨 왼쪽)이 16일 오전(한국시간) 브라질 쿠이아바의 마투 그로수 연방대학에서 훈련을 실시하기에 앞서 선수들에게 훈련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쿠이아바(브라질)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승부의 세계에서 살다보면 피할 수 없는 것이 ‘징크스’다. 어원과는 달리 때로는 기분 좋은 ‘행운의 신호’가 되는 사례도 있지만 불길한 예감은 신기하게도 딱 들어맞는 경우가 많다.

홍명보호에도 그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확대재생산된 징크스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1차전 징크스’다. 지난 5년 동안 홍명보호는 각종 대회에서 1차전에서 이겨본 적이 없다. 2009년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에서 ‘복병’ 카메룬에 0-2로 덜미를 잡힌 것이 시작이었다. 지휘봉을 잡은 이후 10연속경기 무패 행진도 그렇게 끝났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북한에 0-1로 패했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는 멕시코와 득점없이 비겼고 지난 해 동아시안컵에서는 호주와 0-0으로 무승부를 기록했다.

다행스러운 것은 첫 경기에서 2무2패로 좋지 않은 출발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최종적으로는 성적이 나쁘지 않았다는 점이다. U-20 월드컵에서는 8강에 올랐고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을 따내며 나름 선전을 펼쳤다. 런던 올림픽 동메달은 기대 이상의 쾌거였다. 동아시안컵에서 3위에 그친 것이 기대치 이하의 성적이었을 뿐 1차전의 부진이 최종 성적에 큰 변수가 되지는 않았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한국 월드컵 대표팀은 2002년 한·일 월드컵부터 3회 연속 본선 1차전에서 승리를 거두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대표팀의 연승 분위기로 1차전 징크스를 상쇄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홍명보호가 러시아와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깨뜨려야할 또다른 징크스는 ‘흰색의 저주’다. 한국은 역대 월드컵에서 상·하의 흰색 유니폼을 입고 4차례 경기를 치러 1무3패로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월드컵 뿐만이 아니다. 한국 대표팀은 2001년 이후 흰색 상·하의를 입고 치른 A매치에서 고작 20%의 승률을 기록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홍명보호가 러시아전에서 착용하는 유니폼이 상·하의는 물론 양말까지 모두 흰색이다. 게다가 27일 벨기에전에서도 상·하의 모두 흰 유니폼을 입게 된다.

‘흰색의 저주’와 맞물려 한 대회에서 성적을 내면 그 다음 대회에서 부진을 겪는 ‘퐁당퐁당 징크스’까지 주목받고 있다. 이 징크스는 1986년 멕시코 월드컵부터 계속 이어지고 있는데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16강 진출에 실패한 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사상 첫 원정 16강에 진출했으니 이번에는 16강 진출이 어려울 것이라는 내용이다. 조별리그 3경기 가운데 두 경기를 승률이 떨어지는 흰색 유니폼을 입고 치러야 한다는 점에서 ‘퐁당퐁당 징크스’는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과연 홍명보호가 러시아와의 1차전에서 ‘백의민족’ 유니폼을 입고 승리를 일궈내며 징크스를 털어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박현진기자 ji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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