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이근호 골 축하하는 선수들
[스포츠서울] 18일 오전(한국시간) 브라질 쿠이아바의 아레나 판타날에서 열린 2014브라질월드컵 H조 조별 예선 한국과 러시아의 경기에서 이근호가 선제골을 넣자 동료들이 달려들어 기쁨을 나누고 있다. 2014. 6. 18. 쿠이아바(브라질)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월드컵 직전 치른 평가전과 180도 달라진 경기력이다. 홍명보 감독이 추구하는 ‘한국형 축구’가 정상 궤도에 근접하고 있다.

홍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8일 오전(한국시간) 브라질 쿠이아바 아레나 판타날에서 열린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H조 1차전 러시아와 경기에서 1-1 무승부를 거뒀다. 후반 23분 이근호가 선제골을 터뜨렸지만 6분 뒤 알렉산더 케르자코프에게 동점골을 허용했다. 비록 이기진 못했지만 정상급 수비 조직력을 자랑하는 러시아를 상대로 선제골을 넣고 승점 1점을 따내며 알제리와 조별 리그 2차전을 앞두고 자신감을 끌어올렸다.

이날 손흥민과 이청용 등 공격의 주력인 양쪽 날개의 움직임 살아났고 4년 만에 월드컵의 한을 풀고자 했던 이근호의 결정적인 한 방이 컸다. 가장 돋보인 건 기성용과 한국영이 이끈 중앙 미드필더의 움직임이다. 둘은 지난달 28일 0-1로 패한 튀니지, 10일 0-4로 패한 가나와 평가전에서 잦은 패스 실수와 집중력 저하로 부진했다. 월드컵에서 가장 중요한 수비 조직력의 1차 저지선 구실이자 공격의 시발점이 돼야 하는 기성용 한국영의 부진으로 결과도 좋지 않았다. 그러나 이날 기성용은 특유의 정확한 패스와 볼 컨트롤, 공수 연결 고리 구실을 해냈다. 상대 미드필더의 압박에도 전혀 당황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공을 지켰다. 간간이 번뜩이는 중거리슛도 나왔다. 한국영은 ‘숨은 MVP’로 불릴 만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소임을 다했다. 예리한 태클과 싸움닭 같은 투지로 러시아 선수들을 당황하게 했다. 윤석영과 이용이 버틴 측면 풀백도 평가전과 전혀 다른 몸놀림과 안정적인 수비, 공격 가담으로 홍 감독의 눈도장을 찍었다. 무엇보다 전후반 내내 전방과 후방 요원들이 간격을 일정하게 유지하며 약속된 압박과 효과적인 역습으로 상대 뒷공간을 노렸다. 수비에 역점을 둔 전반, 다채로운 중거리슛 등을 공세를 펼친 후반의 전략이 맞아떨어졌다. 문전에서 수비 집중력이 흔들린 게 한 가지 흠이었다.

[SS포토]교체 투입 이근호, 바로 일냈다!
[스포츠서울] 18일 오전(한국시간) 브라질 쿠이아바의 아레나 판타날에서 열린 2014브라질월드컵 H조 조별 예선 한국과 러시아의 경기에서 한국의 이근호(오른쪽)가 선제골을 넣은 뒤 이청용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2014. 6. 18. 쿠이아바(브라질)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홍명보호의 경기력이 부쩍 오른 건 코치진과 선수단이 오로지 러시아전을 바라보고 체계적으로 몸을 끌어올린 덕분이다. 또 첫 경기의 중요성을 인지한 선수들의 집중력과 동기부여가 시너지를 발휘했다. 체력 훈련에 중점을 둔 뒤 치른 튀니지전, 쿠이아바 기후 적응의 과도기였던 미국 마이애미에서 치른 가나전에 나선 태극전사들은 온전한 몸 상태가 아니었다. 이케다 세이고 피지컬 코치도 러시아전에 맞춰 태극전사들의 컨디션을 100%에 맞출 것이라고 강조했다. 약속은 틀리지 않았다. 조별리그 첫 경기라는 부담과 긴장감탓에 몸이 무거울 수밖에 없지만 태극전사들은 이전과 다른 운동 능력과 정신력으로 땀을 흘렸다. 지난 2경기에서 5골이나 내준 수문장 정성룡도 심리적인 안정을 되찾으며 선방쇼를 펼쳤다. 무엇보다 홍정호 김영권을 축으로 한 불안한 수비 조직은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러시아전에서 전방 공격수들이 평가전 때보다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해 후방 수비의 부담을 덜어줬다. 2선과 수비진의 간격 유지가 체력적으로 어려운 후반 막판까지 잘 이뤄져 위험한 상황을 내주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반면 골 결정력 부족은 아쉬웠다. 손흥민의 결정적인 두 차례 슛이 골문 위로 뜬 건 긴장감과 함께 발에 힘이 지나치게 들어갔기 때문이다. 경험이 풍부한 박주영 이근호를 축으로 공격진이 대화를 많이 하며 침착한 슛이 필요하다. 또 홍정호는 후반 중반 다리 경련으로 쓰러져 고전하는 등 예기치 않은 변수로 골머리를 앓아야 했다. 홍정호가 흔들리며 후반 막판 수비진이 집중력을 잃어 잦은 크로스를 허용하고 문전에서 동점 골까지 내준 셈이다. 23일 오전 4시 포르투 알레그리에서 열리는 알제리와 조별리그 2차전에선 공격적인 전술 형태로 나가야 하는 만큼 90분 동안 힘 배분을 효과적으로 해야 한다. 상대 측면 공격을 차단하고 문전에서 조직력을 끌어올리는 것도 보완 과제로 보인다.

김용일기자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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