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고은

[스포츠서울 조성경기자] 배우 김고은이 감수성을 한껏 담은 로맨스물로 관객들을 찾는다.

28일 개봉한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정지우 감독)의 여주인공 미수로 나선 김고은은 남자주인공 현우 역의 정해인과 함께 고등학교 학창시절부터 직장생활을 하는 성인이 되기에 이르기까지 만나고 엇갈리며 어렵게 사랑의 주파수를 맞추가는 로맨스 연기를 펼쳤다. 라디오에서 가수 유열이 새 DJ로 나서게 됐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1994년 어느날 두 남녀의 우연인 듯 기적 같은 인연이 시작되는 영화인데, 어찌보면 평범한 남녀의 일상적인 연애 이야기다.

그러나 그 평범함 좋아 김고은은 이 영화를 선택했다고 했다.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 어떤 특별한 사건이 있거나 다이내믹한 전개가 있지 않고, 흘러가는 이야기였다. 일상에 가깝고, 인물들의 감정이나 고민하는 지점이 공감이 많이 되는 영화였다. 다이내믹한 영화의 지점이 없어서 더 좋게 다가온 것 같다.”

뒤이어 “영화를 하면서 좋았던건 일상의 인물을 연기를 하는게 흔한 기회는 아닌거 같다. 인물들 자체가 일상저인 인물이라고 해도 영화 안에서는 영화적인 요소와 영화적인 사건이 있어서 결국엔 영화 같은 인물이 되는데, 이번에는 정말 일상적인 인물이 알상적인 감정을 가지고 가는 영화여서 그 지점에서 고민도 많았다”면서 “미수를 연기하면서도 조심스럽게 연기했다. 표현이 과하지 않게 연기하려고, 미수와 밀접해지려고 노력했다”고 회상했다.

두 사람의 엇갈림은 여러 가지 상황 탓이기도 하지만, 90년대만 해도 통신이 지금 같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휴대폰이 없던 시절의 연애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는 게 정지우 감독의 기획의도이기도 하다. 이에 대한 김고은의 생각은 어떨까. 그는 “엇갈리고 만날 수 없는 시간들이 있어서 관계의 애틋함이 더 있었을 것 같다. 애틋함으로 더 사랑하게 되고, 만났을 때 더 견고함이 생기는 것 같다”고 했다. 그래서 이번 영화에서도 “쉽게 이어지지 않은게 두 사람에게 더 좋지 않았을까. 쉽게 이어졌다면 그렇게 사랑하진 않았을 것 같다”고 봤다.

유열의 음악앨범 스틸

비록 두 사람은 엇갈리더라도, 영화를 보는 이들은 주인공들이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면도 있다. 미수 역시 사랑에 있어 직진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그런 미수를 두고 김고은은 “저는 미수가 그렇게 솔직한 부분들이 한편으로는 되게 대단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사랑에 있어서 표현하고 솔직한 모습이 멋있었다”고 했다. 평상시 자신과는 다르다는 말인 듯해 되물으니, “저는 연애를 시작하면, 관계가 형성되고 나서는 저도 좋은거 싫은거 솔직하게 표현하는 편인거 같은데, 시작하기 전의 상태에서는 먼저 잘 표현 못하고 부끄럽기도 하다”며 생긋 웃었다.

유열의 음악앨범 스틸

미수는 글이 쓰고 싶어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했지만, 처음에는 소음이 가득한 인쇄소에서 일을 하며 이런저런 이유로 스스로를 “후지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자존감이 낮아진 순간을 그린것인데, 김고은도 그런 마음이 든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학교 다닐 때는 배우는게 너무 행복했고, 배우로 데뷔해서는 정말 열심히 살았다. 일을 하면서 여러가지 경험을 하게 되니까 정말 힘들었던 시기에도 멘탈적으로는 더 강해졌다. 이겨내기 위해 저를 더 강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그 시기가 지나고 나니까 한꺼번에 몰려온 것 같다.” 그랬기에 “2000년대 미수의 모습을 연기하면서도 가장 많이 공감도 됐고, 마음도 많이 아팠다. 미수가 이 시기를 잘 이겨냈으면 좋겠다고 바라본것 같다”고 했다.

그래도 당찬 이미지만큼이나 슬기롭게 그 시기를 잘 이겨낸 모습이다. 김고은은 “그러다 금방 사라졌다. 노력을 했다. 자존감이 떨어진다는 건 자기자신에 대한 사랑이 떨어지기보다 자기 스스로를 의심하고 누군가와 비교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게 저를 작게 만들고 작게 여기는 거였던 것 같다. 그래서 근본적인 것부터 다시 생각하고, 저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간을 가지면서 어느정도 다독여줬던 것 같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쉼없이 작품을 해온 김고은이기에 어느 순간 자존감이 떨어졌을지 가늠하기 어려웠는데, 그는 “그 시기에 그렇다고 작품을 쉬는 건 아니라고 봤다. 쉰다면 또 어느 순간 어느 시점 또 이런 일들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작품을 쉬는 건 답이 아니라는 생각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때 ‘변산’(이준익 감독) 출연을 결정했고, 그 결정이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때 많이 극복하고 힐링을 했다”고 말했다.

김고은

김고은이 자신의 이야기를 차분히 하듯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 역시 주인공들은 갈등을 하는 순간에도 감정이 폭발하며 극한으로 치닫지 않는게 매력이다. 김고은은 “지극히 미수와 현우의 성격인 것 같다. 그런 두 사람의 성격이 이 관계에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10년간의 세월도, 중간중간 떨어져있던 시간도 두 사람의 성격 때문에 가능한게 아닐까. 어떻게든 이어나가려고 했으면 이어갔을 수도 있는 지점이 있었을텐데 그러지 않은 것도 그 둘의 성격인 것 같다”고 해석했다.

cho@sportsseoul.com

사진| BH엔터테인먼트·CGV아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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