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교체되어 나가는 박주영
[스포츠서울]23일 오전(한국시간) 브라질 포르투 알레그레의 에스타디오 베이라-리오에서 열린 2014 브라질 월드컵 H조 조별 예선 2차전 한국과 알제리의 경기에서 홍명보 감독(오른쪽)이 김신욱과 교체되어 나온 박주영과 악수를 하고 있다. 2014. 6. 23. 포르투 알레그레(브라질)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변화를 위해서는 확실한 대안이 필요하다. 벼랑 끝에 몰린 ‘홍명보호’가 2014 브라질월드컵 16강 진출의 실낱같은 희망을 키우기 위해서는 벨기에 전에서 다득점 승리가 필요하다. 자력 16강 진출은 좌절됐지만 H조 최종전 결과에 따라 다음 라운드로 향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전혀 없는것은 아니다. 그로 인해 본선 1,2차전에서 연이어 부진한 모습을 보여준 최전방 공격수 박주영의 3차전 활용에 대한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더욱 깊어진 박주영 딜레마
박주영은 브라질월드컵 본선 직전만해도 대표팀의 대체 불가능한 최전방 공격수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박주영만 믿고 의지한 결과는 참혹했다. 그는 본선 1,2차전에 선발출격해 113분을 소화했지만 공격포인트도 올리지 못한채 단 1개의 슛에 그쳤다. 러시아와 1차전 직후만해도 박주영에 대한 평가가 냉혹하지 않았다. 그는 공격적인 부분에서는 큰 기여를 하지 못했지만 제공권 싸움과 상대 미드필더를 부지런히 압박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홍명보 감독도 러시아전 직후 기자회견에서 “박주영이 전방에서 수비적인 역할을 아주 잘해줘서 그 부분을 지켜봤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박주영은 알제리와 2차전에서도 최전방 공격수로서의 민첩함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했다. 결국 지난 두차례 본선 경기에서 박주영이 빈 손으로 그라운드를 빠져 나오면서 벨기에와 3차전에서는 공격진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들끊고 있다. 하지만 박주영이 홍명보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컸기 때문에 그를 대체할만한 자원이 마땅치 않다. 박주영의 경쟁자가 사실상 팀 내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번 월드컵 본선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승부를 앞두고 홍명보호의 최대 아킬레스건으로 지목되고 있다.

◇정말 마땅한 대안이 없는 것일까
홍명보호에서 원톱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공격수는 박주영 김신욱 이근호 구자철 지동원 등이다. 박주영의 대체 자원 1순위는 장신 공격수 김신욱이다. 김신욱은 알제리전에서 후반 초반 교체 투입돼 자신의 장점인 제공권 장악을 통해 대표팀의 공격력에 숨통을 틔웠다. 알제리는 전체적으로 선수들의 신장이 크지 않아 김신욱을 활용한 공격이 잘 먹혀들었지만 벨기에는 다르다. 벨기에는 양 풀백들도 중앙수비수 못지 않게 신장이 크고 수비라인의 평균 신장이 185㎝를 넘어서기 때문에 제공권 장악이 쉽지 않다.

그렇다면 빠른 발을 활용하는 이근호의 선발 투입을 고려할 수 있다. 하지만 이근호는 핵심 조커 자원이라 선발 출전 전략이 실패로 돌아간다면 팀 공격력에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는 홍명보호에서 상대 수비진의 집중력이 떨어질 시점에 후반 조커로 활용돼 왔다. 구자철과 지동원은 전형적인 스트라이커 역할보다는 2선 공격이 잘 어울린다. 하지만 이들이 1선 공격에 나선다는 의미는 사실상 제로톱 전술을 가동한다고 봐야한다. 최전방과 2선 공격진에 배치된 4명의 공격수들이 유기적인 호흡과 로테이션을 통해 득점 루트를 생산하는 전략이다.

홍명보 감독은 지난해 6월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이후 최전방 공격수를 발굴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박주영 이외에는 뚜렷한 원톱 자원을 찾지 못한 상황에서 결국 지난해 10월 열린 A매치 2연전을 통해 제로톱을 시험가동한 바 있다. 브라질(0-2패)과의 대결에서는 구자철-지동원을 투톱으로 내세웠고, 말리(3-1승)와의 평가전에서는 이근호를 최전방에 배치했다. 당시 두차례 평가전에서는 홍 감독의 파격적인 실험이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최전방 공격수의 변화를 구상하고 있는 홍 감독에게는 쓸 수 있는 카드가 많지 않다. 가장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는 공격 전략과 선수 구성을 해야만한다. 박주영을 선발에서 제외한다면 제로톱이 가장 적절한 대안이 될 수도 있다.


이과수(브라질) | 도영인기자 doku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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