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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선우 박성현 고진영 김하늘 최혜진(왼쪽부터)이 9일 경기도 여주 블루헤런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KLPGA투어 ‘제20회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기자회견에 참석해 우승트로피에 손을 둔 채 포즈를 하고 있다. 여주 | 김용일기자

[여주=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언니도 나도 잘하고 있는데 역사 깊은 메이저 대회에 같이 나오게 됐다. 미국서 언니 보기 어려운 데 한국에서 볼 수 있어서 좋다.(고진영)”

“미국이라는 큰 나라에서 한국 선수가 1, 2위 하고 있는데 보시는 분들도 뿌듯하지 않을까(박성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활동하는 세계 랭킹 1위 고진영(24)과 2위 박성현(26)이 국내로 무대를 옮겨 샷을 겨룬다. 둘은 10~13일 경기도 여주 블루헤런 컨트리클럽에서 열리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메이저 대회인 ‘제20회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에 나란히 출격한다. 개막 하루 전 열린 기자회견에 배선우, 김하늘, 최혜진과 함께 참석한 둘은 경쟁자이기 전에 동반자 같은 느낌으로 서로를 격려했다.

먼저 마이크를 든 박성현은 “우선 신기하다. 2년 전 (이 대회에 출전했을 때) 한·미·일 상금랭킹 1위였던 (이)정은이, (김)하늘 언니, 나 이렇게 동반 플레이한 적이 있다. 당시와 비슷한 느낌”이라며 “한국 선수들이 미국이라는 큰 나라에서 (세계) 1, 2위를 하고 있는데 둘이 국내에 와서 많은 분께 멋진 모습을 보여드리게 돼 기쁘다. 보시는 분도 굉장히 자부심을 느끼시지 않을까”라며 기뻐했다. 고진영도 “미국에서는 이상하게 시간이 잘 맞지 않아서 언니랑 마주칠 기회가 없었다. 역사 깊은 대회에 같이 나오게 돼 기쁘다”고 화답했다.

둘 다 LPGA투어 시즌 막바지를 향하면서 몸컨디션이 최고조는 아니다. 박성현은 지난달 설해원 레전드 매치를 치른 뒤 미국으로 날아갔다. 인디 위민 인 테크 챔피언십과 볼런티어 오브 아메리카 클래식 등 최근 2주 연속으로 대회에 나선 뒤 다시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는 “지난해와 조금 다르긴 하다. 시즌 막바지라 피곤하긴 하다”며 “감기를 두 차례 앓았는데 오늘 잠을 잘 자면 괜찮을 것”이라고 웃었다. 그는 올 시즌 남은 대회 4개 중 2개만 출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8일 귀국해 이날 오전 연습 라운드를 한 박성현은 “9홀만 플레이했는데 코스가 역시 어렵더라. (한국에 있을 때) 이 코스에서 잘해본 적이 별로 없어서 캐디와 많이 상의했다”며 “우드로 티샷한 홀에서 드라이버, 드라이버로 티샷한 홀에선 우드로 해보는 등 변화를 줄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고진영은 최근 한 달여 국내에서 개인 훈련에 매진하다가 지난 6월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에 출전해 공동 4위를 기록했다. 다만 퍼트가 마음대로 되지 않아 고전했다. 그는 “어드레스가 여러 가지 세트업이 바뀐 것 같다. 골프는 예민한 운동이다. 조금이라도 틀어지면 홀에 들어가지 않는다”며 “한국에서 쉬면서 쇼트게임 코치를 만나지 못했다. 혼자 연습한다고 해도 봐주는 사람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다르다. 코치에게 영상을 보낸 뒤 점검을 받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올 시즌 랭킹 뿐 아니라 다승, 올해의 선수 등 전 부문 1위에 오른 고진영은 한 시즌 점수를 매겨달라고 하자 “지금은 88점을 줄 수 있다”며 “남은 대회에서 나머지 점수를 채우겠다”고 웃었다.

이날 둘은 우승 공약을 두고서도 입씨름을 벌였다. 주류회사가 스폰서로 나서는 대회인만큼 이 대회는 우승자가 트로피에 맥주를 담아 마시거나 동료 선수가 맥주를 뿌리면서 축하하는 게 전통이 됐다. 지난 2009년에도 우승자인 서희경이 동료 선수에게 맥주 폭탄을 맞기도 했고 2016년 우승자인 고진영은 트로피에 담긴 맥주를 한꺼번에 들이마셔 눈길을 끌기도 했다. 박성현은 “이번에 (대회 스폰서) 소주가 새로 나왔더라. 내가 한 병을 다 마시진 못한다”며 “다만 경기장에서 (우승 직후) 소주를 마신 선수가 한 명도 없더라. 소주 한 잔 정도는 마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 맥주에 소주를 섞은 ‘소맥 세리머니’를 다짐했다. 고진영은 “언니가 소맥이라고 하는데 나도 소맥 좋아하니까 그걸로 마시겠다”며 한쪽에 놓인 트로피를 응시, “트로피 반 정도는 담아서 마실 수 있을 것 같다”고 받아쳤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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