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 대표팀 귀국, 엿 먹으라니...
[스포츠서울] 축구대표팀이 30일 새벽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가운데 성난 시민이 뿌린 엿 사탕이 선수단에 뿌려지고 있다. 인천공항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이른 새벽의 도로처럼 귀국장도 안개만 자욱했다.

브라질월드컵에서 16년 만에 무승으로 짐을 싼 ‘홍명보호’가 지난 30일 오전 4시40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고개를 숙이고 등장했다. 지난달 30일 장도에 오른 뒤 한 달 만에 고국을 밟았다. 이른 시간에도 200여 명의 시민과 취재진이 몰려 인산인해를 이뤘는데 가라앉은 대표팀 분위기만큼 시민의 표정은 그다지 밝지 않았다. 선수단의 노고를 격려하는 플래카드도 자취를 감췄다. 손흥민 등 일부 선수를 지지하는 소녀 팬들의 조그마한 응원 문구는 보였지만 대표팀의 귀국장 분위기로는 적적함이 느껴졌다.

해단식엔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과 최순호 부회장 등이 찾아 홍명보 감독을 비롯한 선수단과 일일이 악수했다. 부진한 성적을 떠안은 선수들의 표정은 침울했지만 축구협회 관계자들의 손을 잡을 땐 이따금 가벼운 미소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때 예기치 않은 사태가 발생했다. 성난 40대 직장인 조 모 씨가 “엿 먹어라!”라고 소리치며 미리 준비해온 호박엿 사탕을 선수단에 던졌다. 다행히 선수단을 위협할 정도로 강하게 던지진 않았지만 발밑에 많은 양의 호박엿 사탕이 뿌려졌다. 선수단은 물론 주변을 에워싼 취재진과 팬들도 크게 당황했다. 일부 팬들은 “뭐하는 짓이냐”, “그만해라”, “괜찮다, 잘 싸웠다” 등을 외치는 등 일시적으로 소동이 발생했다. 심한 모욕을 당한 것에 해단식 분위기는 그야말로 초상집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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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감독 역시 당황한 표정이었지만 이어진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천천히 하자”, “인터뷰를 더 해도 된다”며 오히려 당황스러운 분위기를 정리하려고 했다. 약 10분여 인터뷰까지 조촐한 해단식을 마친 선수들은 일부 팬의 사인 요청에 조심스럽게 응하는 모습이었다. 러시아와 1차전에서 귀중한 첫 골을 터뜨린 이근호는 축구공을 들고온 한 여성 팬에게 사인을 해줬지만 끝내 웃지 못했다. 선수단이 귀국장을 빠져나가면서 장내가 정리되는 듯 싶었지만 호박엿 사탕을 던진 조 씨는 ‘한국 축구는 죽었다’는 근조 플래카드를 들었다.

축구대표팀 붉은 유니폼을 입고 공항을 찾은 이석효(33)씨는 일련의 상황을 보더니 허탈하게 웃었다. 그는 “나 또한 대표팀에 서운한 게 있는 건 사실이다. 그래도 격려 차원에서 새벽부터 차를 끌고 나왔는데 (엿 투척 등)안타까운 상황을 보게 돼 침통하다. 팬들의 자세도 무너진 한국 축구와 같다고 본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박정현(27)씨도 “엿을 던질 만큼 한국의 축구 팬들이 모두 당당한지 모르겠다. 어긋난 팬심”이라고 꼬집었다.

인천국제공항 | 김용일기자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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