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일본과의 결승전 준비하는 한국 야구대표팀
지난 2017년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3세 이하 아시아 프로야구챔피언십에 참가한 대표팀이 워밍업을 하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기반을 만들어 궤도에 오를 때까지 프로의 힘을 빌려야 한다.”

한국야구위원회(KBO)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당장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의 독단 탓에 2020 도쿄올림픽 본선행 티켓이 걸린 프리미어12 대표팀에 부담이 가중됐다. 아사아선수권대회가 도쿄올림픽 본선행의 일종의 보험 형태로 열린 대회라 아쉬움이 더 컸다. 정예 대표팀이 출전하는 국제대회 성적은 KBO리그 인기와 직결된다.

야구-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006 지역예선 한국-대만
한국 야구의 국제경쟁력을 세계에 알리기 시작한 2006년 WBC 대표팀.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이미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 신화를 시작으로 2008 베이징올림픽, 2009년 WBC 등 국제대회에서 잇딴 선전이 KBO리그 흥행의 기폭제가 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KBO 핵심 관계자는 “지난 3월 이사회에 ‘아시아선수권에 1.5군급 선수를 차출할 수도 있으니 협조해달라’고 요청해 승인까지 받은 상태였다. 그런데 KBSA는 이번 대표팀을 순수 아마추어로 꾸렸고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며 탄식했다. 아마추어 선수들에게 기회의 장을 제공한다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중요한 티켓이 걸린 대회라는 점을 간과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크다.

KBO측은 “다양한 경로로 확인한 결과 교육부는 학원 스포츠를 생활체육으로 전환하는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학습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고 말했다. 그는 “종목 특성에 따른 차별적인 정책이 입안돼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이런 것을 야구계가 강하게 요구하는 것도 현실적 제약이 따른다. 정부 방침에 맞춰서 체육계 스스로 자구책을 마련해야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남 탓 하거나 떠난 버스를 보고 두 손 두 발 다 든다고 달라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현실을 냉정하게 돌아보고 살아나갈 방법을 찾아야 한다.

[SS포토]  박병호, 나 주장인데 말 좀 들어주시죠
청소년 대표팀을 거쳐 성인 대표로 올라선 ‘젊은 대표팀’ 1기로 꼽히는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대표팀이 주장 박병호(오른쪽) 주제 하에 미팅을 하고 있다. (스포츠서울 DB)

대표팀 상비군 제도는 KBO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제안이다. 실효성도 없고 선수 성장에도 별 도움이 안된다는 게 이유다. 대신 중학교부터 대학까지 아마추어 선수들을 체계적으로 육성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출 때까지 프로가 대표팀 구성에 협조한다는 구상이다. 엘리트 스포츠가 설자리를 잃게 되면 KBO 자체적으로 유소년부터 고교, 대학선수까지 육성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최소 5년 이상 장기플랜을 갖고 움직여야 하는 사안이다. 기반을 마련하고, 이 시스템 하에 성장하는 선수가 프로에 입단하기까지 10년은 봐야 한다. 아마추어 육성 시스템이 정립될 때까지는 성인 대표팀(A대표팀 제외)에 1.5군급이어도 프로 선수들이 참여가 필요하다는 게 KBO의 주장이다. 어느정도는 국제경쟁력이 뒷받침돼야 아마추어 저변 확대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KBO는 KBSA보다 훨씬 더 심각하게 대학야구 몰락을 바라보고 있다. 대학 저변이 옅어지면 선수 수급을 고교 선수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다. 각 구단이 지명권 한 두장씩 희생해가며 대학선수를 의무적으로 선발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KBO측은 “대학야구가 처한 현실을 KBSA뿐만 아니라 관계 기관이 제대로 들여다봐야 한다. KBO는 언제든 대화의 문이 열려 있다”고 강조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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