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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수 U-17 축구대표팀 감독이 6일 브라질 고이아니아 올림픽 경기장에서 열린 U-17 월드컵 16강 알제리전에서 그라운드를 바라보고 있다. 제공 | 대한축구협회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한국 축구 연령별 대표팀의 승승장구 비결에 ‘맞춤형 지도자들’이 있다.

이번엔 막내 ‘김정수호’가 해냈다. 김 감독이 이끄는 17세 이하(U-17) 축구대표팀은 6일 브라질 고이아니아 올림픽 경기장에서 열린 2019년 U-17 월드컵 16강전에서 전반 33분 최민서의 선제골을 잘 지켜 1-0으로 이겼다. 한국이 이 대회에서 8강에 오르기는 이번이 3번째다. 신태용 서정원 감독이 주축으로 나선 1987년 캐나다 대회, 그리고 한국 축구의 아이콘 손흥민이 맹활약한 2009년 나이지리아 대회에 이어 10년 만에 ‘세계 8강’ 기염을 토했다. 한국은 오는 11일 오전 8시 일본-멕시코전 승자와의 8강전을 통해 사상 첫 준결승 진출에 도전한다. 아무도 가보지 못한 길을 ‘김정수호’가 준비하고 있다. 한국은 앙골라전에서 골대 맞히는 슛을 쏘는 등 상대 문전을 계속 두드리다가 전반 중반 강한 압박으로 앙골라 수비수의 패스 미스를 유도했다. 정상빈의 페널티지역 오른발 슛이 상대 골키퍼 선방에 막혀 흘러나오자 골지역 왼쪽에서 도사리던 최민서가 오른발 시저스킥으로 굳게 닫혔던 상대 골문을 열었다.

한국 축구는 맏형인 국가대표팀이 지난해 러시아 월드컵 독일전에서 일궈낸 기적 같은 2-0 승리를 바탕 삼아 대반전하고 있다. 러시아 월드컵 이후 동생들이 바통을 넘겨받아 상승 곡선을 더욱 가파르게 끌어올리고 있다. 23세 이하(U-23) 대표팀은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사상 첫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이어 정정용 감독이 이끄는 20세 이하(U-20) 대표팀이 지난 5~6월 폴란드 U-20 월드컵에서 남자 각급 대표팀 사상 첫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대회 결승 진출에 성공해 준우승을 거뒀다. U-17 대표팀의 경우, 앞서 ‘형들’의 질주에 꽤 부담이 됐을 상황이었으나 아이티와 칠레 앙골라 등 다른 대륙의 강자들을 꺾고 8강까지 달렸다.

축구계에선 연령별 대표팀의 특성, 그리고 그들이 참가하는 대회의 성격에 맞는 감독을 세운 것이 연이은 성공스토리의 비결 중 핵심 요소인 것으로 보고 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을 이끌었던 김학범 감독은 프로 경험이 없지만 지도자 변신 뒤 성남에서 K리그와 FA컵 우승을 한 번씩 경험하는 등 큰 대회 지휘에 강하다. 특히 토너먼트에서 이기는 법을 알고 있다. 다양한 스타 선수들을 다뤘다. 이런 관록은 김학범 감독이 아시안게임이란 ‘단 한 번의 찬스’에서 흔들림 없이 나아가는 힘이 됐다. 손흥민 황의조 황희찬 이승우 조현우 등 개성 강한 스타급 선수들을 다독이며 이들 능력을 적재적소에 활용, 2014년 인천 대회에 이어 2연패를 이뤄냈다. 올해 U-20 월드컵 준우승은 지난 2006년부터 10여년 넘게 유소년 육성 외길을 걸어온 정 감독이 자신의 모든 노하우를 쏟아부어 준우승이란 역작을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정 감독은 현역 시절 프로에서 뛴 적이 없는 등 무명에 가까웠으나, 이강인 중심의 창의력 넘치는 축구를 선보여 한국 축구에 새 지평을 열어젖혔다. 유소년 전문 지도자의 힘을 유감 없이 발휘했다.

이번엔 김정수 감독이 웃었다. 김정수 감독은 U-17 월드컵이 처음은 아니다. 이승우가 뛰었던 지난 2015년 칠레 대회에서 최진철 사령탑 아래 코치로 참가했다. 그 때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브라질을 1-0으로 이기는 등 1위로 진출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으나 16강에서 벨기에에 맥 없이 0-2로 무너져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 김정수 감독은 그 때의 기억을 바탕 삼아 조별리그는 물론 16강에서도 환호성을 질렀다. 4년 전 칠레는 지금 브라질과 같은 남미 대륙에 있다. 대회 역시 그 때와 비슷하게 가을에 열렸다. 그런 노하우들을 모두 살려 칠레에서의 아쉬움을 털어냈다.

그야말로 한국 축구의 전성기다. 화려한 현역 시절을 보낸 것은 아니지만 지도자의 길에 접어든 뒤 묵묵히 실력을 쌓아온 사령탑들이 지도력을 발휘하면서 고공 비행을 이어가고 있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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