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김현수, 불만을 제대로 싶었지만...
야구대표팀의 김현수가 12일 일본 지바현 조조마린스타디움에서 진행된 ‘2019 WBSC 프리미어 12’ 슈퍼라운드 대만과의 경기에서 0-6으로 뒤진 9회 투수 교체 상황에서 로진백 교체 요청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자 불만을 어필하고있다. 지바(일본)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세계 야구가 또 한 번 진화했다. 더 독해졌다. 야구의 기본은 강력한 투수력을 바탕으로 한 수비다. 야구 흐름의 변화가 포착된 2017년에는 이른바 무빙 패스트볼이 득세했는데 올해는 강속구가 더해졌다. 정체기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한국야구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부분이다.

지난 2017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서울예선은 한국에 충격 그 자체였다. 구속은 빠르지 않지만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예리하게 변하는 무빙 패스트볼을 국제 무대에서 무명에 가까운 투수들이 자유롭게 활용했다. 1승 2패로 WBC 예선라운드 사상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든 한국은 “무빙 패스트볼이 대세”라는 결론을 내리고 투구 레퍼토리 변화를 추구했다. 당시만 해도 KBO리그에서는 투심과 컷패스트볼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전통적인 투구 레퍼토리인 포심-슬라이더-커브-체인지업 구위와 제구가 투수 가치를 측정하는 척도로 활용됐다. WBC를 계기로 극심한 타고투저 시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힘이 아닌 움직임이라는 결론을 도출하는 야구인이 늘었다.

[포토] 대만 선발 장이, 한국 타선을 어떻게?
대만 야구대표팀의 선발 장이가 12일 일본 지바현 조조마린스타디움에서 진행된 ‘2019 WBSC 프리미어 12’ 슈퍼라운드 한국과의 경기에서 역투하고있다. 지바(일본)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불과 2년이 지난 뒤 메이저리거가 참가하지 않는 프리미어12에서는 또다른 흐름이 포착됐다. 투수들은 기본적으로 150㎞에 육박하는 빠른 공을 던져야 한다는 점이다. 투심이나 커터를 구사하더라도 130㎞대 후반과 140㎞대 중반은 타자가 느끼는 위압감에 큰 차이가 있다. 슈퍼라운드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서울라운드(C조예선)에 참가한 캐나다와 쿠바 투수들 중에도 빠른 공을 중심으로 다양한 무브먼트를 가미하는 투수들이 여럿 보였다.

마운드만 높아진 게 아니다. 야수들의 수비도 한층 견고해졌다. 구장 환경에 따라 타구 판단 실수는 가끔 나왔지만 기본적으로 타구에 반응하는 속도가 빨라 졌다. 향상된 전력분석 능력도 역할을 했겠지만 기본적으로 타구의 강도와 회전을 이해하고 움직이는 모습이 많이 보였다. 수비가 허술하다는 이미지가 있던 대만도 지난 12일 조조 마린스타디움에서 치른 한국전에서 기대 이상으로 견고한 수비를 과시했다. KBO리그를 기준으로 봐도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투수력을 포함한 수비 강화는 야구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가장 큰 변수를 지워내는 역할을 한다. 전력 평준화를 위한 첫 번째 요소로 꼽히는 이유다.

[포토] 한국 vs 호주, 프리미어 12 시작!
한국과 호주의 야구대표팀 선수들이 6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진행된 ‘2019 WBSC 프리미어12 C조 조별 예선을 앞두고 그라운드에 도열해 국민의례를 하고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우물안의 개구리 신세를 피하려면 한국도 세계야구 흐름을 실시간으로 지켜봐야 한다. 대만이나 멕시코, 캐나다 등이 불과 2년 만에 수준급 선수들을 길러낸 점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KBO리그 10개구단이 앞다투어 선수 육성 기치를 높이고 있지만 최근 2년간 구단이 자체 육성한 선수 중 태극마크를 달 만 한 수준이 몇 명이나 되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투수도 마찬가지다. 고교야구를 평정한 강속구 투수들이 프로에서 쉽게 자리를 잡지 못하는 현실을 단순히 선수 탓으로 돌리기도 어렵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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