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려한 합천 선수단의 검토 모습

[스츠서울 유인근기자]주장 박영훈 9단의 결혼식 날을 축하해주는 축포였을까

수려한 합천이 바둑리그 전반기를 1위로 마무리했다. 수려한합천은 17일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2019-2020 KB국민은행 바둑리그 9라운드 3경기에서 2∼5지명 선수들의 활약으로 한국물가정보에 4-1로 낙승을 거뒀다.

형님, 동생의 조화가 환상적인 ‘수려한 합천’은 ‘합천의 아이들’로 불리는 박종훈ㆍ박상진 두 명의 루키가 결정적일 때마다 홈런을 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사기 면에서 의미를 부여할 만한 점이 눈에 띄었다. 경기 전 열성적이기로 소문난 합천군 바둑관계자들이 지역 특산물을 한보따리 들고 검토실을 찾았다. 또 주장 박영훈 9단은 낮에 결혼식을 올린 머리와 옷차림 그대로 대국장으로 달려 왔다. 이런 면면들이 팀원들, 특히 어린 선수들의 승부욕을 크게 끌어올렸다.

박영훈 9단이 강동윤 9단에게 허망하게 선취점을 내준 후 팀의 보루인 이지현 9단이 곧장 반격에 나섰고, 이어 5지명 루키 박종훈 3단이 랭킹 28위의 젊은 강자 박하민 6단을 꺾었다. KB리그 해설진 3인방이 모두 박하민의 손을 들어준 이 판이 뒤집히면서 승부의 저울추도 수려한 합천쪽으로 기울었다.

주인공은 수려한 합천의 3지명이자 2001년생 루키인 박상진 4단이었다. 랭킹 4위인 한국물가정보 주장 신민준 9단을 꺾는 성과를 거뒀다. 초반 힘싸움에서 전혀 밀리지 않았고, 우상의 승부처에서 단번에 우위에 선 다음 완벽한 마무리로 항서를 받아냈다. 수려한 합천은 최종 4국에서 예비역 박승화 8단까지 승리하며 대승의 기쁨을 누렸다.

수려한 합천의 전반기 1위는 누구도 예상 못한 결과였다. 중계석의 목진석 해설자 역시 “과연 몇 명이나 예상했을까요”라는 물음표를 던지면서 “리그를 처음 경험하는 두 명의 루키(박상진ㆍ박종훈)가 기죽지 않고 잘 풀어가고 있다. 이런 기세라면 후반기도 기대가 된다”는 멘트로 7시간 가까운 격전을 마무리했다.

한편 29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정관장 황진단과 화성시코리요의 9라운드 2경기에서는 정관장 황진단이 3-2로 승리하며 개막전 승리 후 두 달 만에 승리의 기쁨을 맛봤다. 전반기 마지막 경기에서 6연패의 사슬을 끊은 정관장 황진단은 2승 6패로 꼴찌 탈출의 계기를 마련했다. 포스트시즌으로 가는 5강권엔 아직 적잖은 거리가 있지만 졌을 경우 사실상 탈락하는 입장이었다.

9개팀이 더블리그를 벌여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다섯 팀을 가리는 정규시즌은 1일 나란히 3승 4패를 기록 중인 홈앤쇼핑과 사이버오로가 9라운드 4경기를 벌인다. 이기는 팀은 4승의 중위권 대열에 합류할 수 있는 전반기의 최종전이다.

기전 총규모 37억원으로 단일기전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KB국민은행 바둑리그는 매주 목∼일 오후 4시 1국[장고(A)], 오후 5시에 2국[장고(B)]이 시작되며 오후 6시 30분부터 바둑TV를 통해 시청 가능하다. 오후 4시부터 시작하는 장고 대국은 유튜브(YouTube) 바둑TV채널(tvbaduk)을 통해 생중계된다.

ink@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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