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희_합정
최강희 상하이 선화 감독. 이지은기자 number23togo@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이지은기자] “이제 많이 적응했습니다.”

지난 19일 ‘최강희 상하이 선화 감독 미디어 정담회’가 열린 합정동의 한 카페, 1년 만에 한국 공식 석상에 최 감독은 이전과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었다. 우선 왼쪽 가르마를 타서 넘긴 머리가 특유의 헤어스타일에 소소한 변화가 생겼다. “중국에서 머물며 30년 만에 미용실을 가봤다. 머리를 짧게 깎았는데 10년은 젊어 보인다고 하더라”며 멋쩍게 웃던 그는 중국 슈퍼리그 첫해 소회를 전하기 위해 마이크를 잡았다. “봉동을 나왔다가 1년 동안 별일을 다 겪었다. 여러분들은 집 나오시지 마라”는 특유의 유쾌한 농담만큼은 그대로였다.

2005년 전북의 지휘봉을 잡은 후 약 13년간 수많은 트로피를 쓸어담았던 최 감독은 2018년 겨울 중국행을 선택하며 축구 지도자로서 인생 2막을 열었다. 그러나 출발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지난해 12월 슈퍼리그 톈진 취안젠 사령탑으로 취임했으나 모 기업인 취안젠 그룹이 재정 문제로 파산했다. 3개월 만에 다롄 이팡에서 새 도전에 나섰으나 외인 선수들과의 불화설이 불거지며 또다시 지휘봉을 내려놓아야 했다. 이제서야 “난 빨리 돌아 오고 싶었다. 지도자가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는 걸 느꼈다”고 이야기할 정도로 힘든 시간이었으나, 2전3기 끝에 상하이 선화에서 명예회복에 성공했다. 지난 7월 시즌 도중 강등권에 머물렀던 상하이 선화에 사령탑으로 부임했고, 자력 잔류는 물론 FA컵 우승까지 일궈내며 첫해 목표를 모두 달성했다.

최 감독은 “합류할 당시만 해도 FA컵 우승은 생각도 못 했다. 팀이 워낙 분위기가 안 좋아서 강등이 안 되는 게 우선이었다. 리그 몇 경기를 남겨두고 강등을 피할 수 있게 돼 FA컵은 오히려 홀가분하게 준비했다. 그래서 우승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그 과정에서 일등공신을 콕 찍었다. 부임 1호 영입선수였던 김신욱(31)이었다. 사실 최 감독이 상하이 선화행에 도전을 찍기 전 김신욱 영입을 전제로 이적료와 연봉을 정해뒀을 정도로 공을 들인 자원이었다. 최 감독은 “김신욱은 내가 다롄에 있을 때부터 데려오고 싶었다. 오면 분명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사실 구단은 가레스 베일(레알 마드리드) 정도의 스타 외인을 영입하려 했으나, 단장이 내 의견에 한 번 이견을 안 달고 허락해줬다”며 “처음에는 팬들도 한국 공격수는 안된다고 했는데, 첫 경기부터 골을 넣어주고 기대 이상으로 잘해주며 스스로 고정관념을 깨줬다. 김신욱이 웨이트트레이닝장에서 개인 훈련을 하는 걸 보고 선수들도 많이 놀랐더라. 구단 고위층에서도 ‘저렇게 개인적으로 관리 철저히 하니 잘할 수밖에 없구나’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팀 분위기가 김신욱으로 인해 많이 바뀌었다”고 뿌듯해했다.

일반적으로 슈퍼리그에서 외인 영입은 전적으로 구단의 몫이다. 반면 상하이 선화는 최 감독을 향한 신뢰를 바탕으로 많은 권한을 위임한 상태다. 2020시즌 또 다른 한국 선수가 상하이 선화행을 택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도 여기서 비롯된다. 그러나 최 감독은 “김신욱도 사실 굉장히 어렵게 데려왔다. 유럽 출신 거물급 선수가 오는 게 당연한 정서 때문에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아시아 쿼터도 따로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서도 친정팀에서 뛰고 있는 애제자 이용(33·전북)에 대해서는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데려오고 싶은데 방법이 없더라. 중국 여자와 결혼시켜서 국적을 바꾸면 될 것 같다”고 웃음을 터뜨린 그는 “그 정도로 김신욱을 살리기 위한 사이드 자원이 필요하다. 중국 선수들 수준을 어느 정도까지 끌어올리느냐에 따라서 리그나 챔피언스리그에서 할 수 있는 게 달라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제 중국에서 2년 차를 맞이하는 최 감독은 더 높은 곳을 바라본다. 목표는 두 가지, ‘슈퍼리그 5위 입성’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통과’다. 그는 “FA컵 우승을 막상 하고 나니 걱정이 앞선다. 분명 리그와 챔피언스리그를 병행하는 게 어렵다는 걸 알고 있다. 중국 리그는 원정만 3박 4일을 가고, 기후도 지방마다 크게 다르다. 리그도 챔피언스리그처럼 준비해야 하는 셈이지만, 결국 그런 스케쥴도 우리가 이겨내야 한다”며 “전북만 피하면 어떤 팀도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다행히 전북을 안 만났다. 그렇다고 울산이 해볼 만하다는 건 아니다. 우리는 도전하는 자세로 대비를 많이 해야 한다. 선수 보강을 비롯해 시즌을 빨리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각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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