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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시전 후 믹스트존을 빠져나가는 손흥민. 런던 | 이동현통신원

[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 가장 중요한 ‘박싱데이’에 손흥민(27·토트넘)의 모습을 볼 수 없게 됐다.

잉글랜드 축구협회(FA)는 25일(이하 한국시간) 손흥민 징계에 대한 토트넘의 항소를 기각했다. 손흥민은 지난 23일 홈에서 열린 첼시와의 프리미어리그 18라운드 경기에서 첼시 수비수인 안토니오 뤼디거의 옆구리를 가격하는 거친 반칙을 범해 레드카드를 받고 퇴장 당했다. FA는 다음날 징계위원회를 열고 손흥민에게 3경기 출전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상대를 해하려는 목적이 명백해 보인다는 근거 아래 내린 결정이었다. 팀 공격의 핵심 자원인 손흥민을 구제하기 위해 토트넘은 곧바로 FA결정에 항소했으나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결국 손흥민은 26일 브라이턴 앤 호브 앨비언전을 시작으로 29일 노리치 시티, 다음해 1월2일 사우샘프턴과의 3연전에 모두 결장하게 됐다. 경기가 3~4일 간격으로 타이트하게 붙어 있는 박싱데이 일정 전체에서 사라지는 셈이다. 한 시즌 농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박싱데이에 손흥민은 전력에서 이탈해 불가피하게 휴식을 취해야 한다. 일수로 따지면 무려 12일을 쉬다 1월5일 미들즈브러와의 FA컵 경기에서 출전이 가능해진다. 시즌 중간에 예상치 못한 장기 휴식은 자칫 신체리듬에 해가 될 우려가 있다.

지금 토트넘 상황을 고려할 때 손흥민의 결장은 치명적이다. 토트넘은 주제 무리뉴 감독 부임 후에도 좀처럼 상위권으로 도약하지 못하고 있다. 첼시에 패하면서 승점 26에서 제자리걸음을 했고, 7위에 머물고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뉴캐슬이 1점 차로 턱 밑까지 추격한 상태라 박싱데이를 통해 중위권과의 차이를 벌리는 동시에 선두권을 따라가야 한다. 갈 길이 급한 연말에 손흥민이 없으면 로테이션을 실시하기도 어려워진다. 루카스 모우라가 대안이 될 수 있으나 그 외에는 마땅히 무게감 있는 공격수가 없다는 게 문제다.

손흥민 개인에게도 우울한 연말이 될 수밖에 없다. 손흥민은 원래 박싱데이에 강한 면모를 보이는 선수였다. 2015년 프리미어리그에 입성한 후 네 시즌간 빠지지 않고 박싱데이에 골을 넣었다. 지난 시즌에도 크리스마스 전후로 3골을 터뜨려 ‘손타클로스’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연말이 되면 펄펄 날아다녔는데 이번에는 피치에서 아예 사라지게 됐다. 징계로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것도 문제지만 평소 다정하고 친근한 행동을 통해 쌓은 손흥민의 이미지에도 균열이 생겼다. 올해에만 세 번이나 레드카드를 받으면서 영국 현지 언론과 팬 사이에서도 손흥민의 거친 행동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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