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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손흥민은 지난 8일(이하 한국시간) 번리와의 경기에서 70m 가량을 홀로 드리블한 후 골을 넣었다. 토트넘의 주제 무리뉴 감독은 “마치 바르셀로나 시절 호나우두 같았다”며 손흥민의 골을 극찬했다. 언론은 하루 종일 손흥민이 드리블한 후 골을 넣는 장면을 보여줬다. 필자도 몇 번이나 감상했다.

하지만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안타깝게도 손흥민은 올해 더 이상 뛸 수 없게 됐다. 영국축구협회는 지난 24일 손흥민에게 3경기 출전정지 징계를 내렸다. 손흥민은 지난 23일 경기에서 첼시 수비수 안토니오 뤼디거와 볼을 다투다 넘어졌다. 손흥민은 넘어진 채로 발을 뻗었는데 그의 발이 향한 곳이 공교롭게도 뤼디거의 가슴이었다. 영국축구협회는 이 행위를 문제 삼았다. 영국축구협회는 영상 판독(VAR) 후 손흥민의 행위를 ‘폭력적인 행위’로 간주하고 징계를 내렸다.

손흥민은 항소했지만 영국축구협회는 이를 기각했다. 하지만 필자는 영국축구협회와는 조금 생각이 다르다. 뤼디거가 할리우드 액션으로 레드카드를 유발했다고 본다. 손흥민이 발을 뻗기는 했지만 그 힘이 세지 않았고 뤼디거의 가슴에 살짝 닿았을 뿐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뤼디거는 손흥민의 발이 닿자마자 과한 동작을 보였다. 영국축구협회의 징계는 지나치다. 물론 달리 생각하는 독자들도 있겠지만 필자가 대한민국 국적자라는 사실을 고려해주시길 바란다.

그런데 손흥민은 왜 법원에 소를 제기하지 않고 영국축구협회에 항소를 했을까? 영국축구협회에 다시 판단해달라고 요청하기보다 제3자인 법원에 영국축구협회의 결정의 옳고 그름을 따지라고 요청하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물론 손흥민이 영국 법원에 영국축구협회를 상대로 징계 결정 무효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도 있다. 그러나 법원에 소를 제기해서 판단을 받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법원이 판결을 내리기 전에 토트넘은 3경기를 치르게 된다. 즉 법원에 징계의 효력을 다퉈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그래서 영국축구협회는 선수들의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자체 항소절차를 마련하고 있다.

우리도 이런 자체 이의절차가 있다. 대한체육회 및 산하 체육회 그리고 각 종목단체는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설치해야 하고(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 규정 제22조), 이렇게 설치된 스포츠공정위원회는 선수들에게 징계를 내릴 수 있다. 각 종목 단체 스포츠 공정위원회가 징계를 내리면 해당 선수는 상위 단체 스포츠공정위원회에 이의를 신청할 수 있다. 다만 우리나라 스포츠공정위원회 결정은 언제나 법원의 결정보다 빠르지는 않다. 스포츠공정위원회 위원들은 법관과 달리 스포츠공정위원을 직업으로 삼지 않기 때문에 종종 결정이 더뎌지는 경우도 있다. 만약 손흥민이 우리나라에서 위와 같은 징계를 받았다면 스포츠공정위원회 절차를 이용할지 아니면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통해 호소할지 여부를 전문가와 상담해야 한다.

그러나 징계를 받기 전이라면 스포츠공정위원회에서 적극적으로 다퉈야 한다. 스포츠공정위원회는 징계를 주기 전 징계혐의자가 된 선수에게 방어권을 보장한다. 해당 선수는 스포츠공정위원회에 출석해 진술할 수 있고(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규정 제30조 제2항), 증인을 신청해 심문할 수 있는 권리도(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규정 제30조 제3항) 있다. 따라서 선수들은 징계를 받은 뒤 그 징계의 당위성을 다투기보다 처음부터 징계를 받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스포츠공정위원들은 각자 현업이 따로 있는 분들이라 징계 혐의와 관련된 사실관계, 징계 혐의자가 된 선수가 처한 상황 등 제반 사정을 잘 모를 수도 있다. 징계혐의자가 된 선수들은 위원들이 알아서 잘 판단해 주기를 기대하지 말고 최초 징계절차에서 정확한 사실관계를 밝히고 징계자체의 부당함을 다투거나 선처를 호소해야 한다.

선수들에게 출전정지는 가혹한 징계다. 억울함을 빨리 풀고 싶다면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란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변호사·법무법인 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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