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2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스포츠서울 이선율기자]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다음달 주주총회를 앞두고 강도 높은 재무구조 개선에 나섰다. 이 같은 조 회장의 행보는 누나인 조현아 전 부사장 등 ‘반 조원태 연합군’에 맞서 국민연금 등을 포함한 소액주주들의 표심을 얻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다.

6일 오전 대한항공은 서울 중구 서소문 사옥에서 이사회를 열고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유휴자산인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와 비주력사업인 왕산마리나 매각을 포함한 주주총회 안건을 의결했다.

공교롭게도 조 회장이 매각하기로 결정한 부지와 사업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관계가 있는 사업이다. 이를 두고 재계일각에서는 조 회장이 조 전 부사장이 애착을 가진 사업 부문부터 정리함으로서 그룹 복귀는 물론 3자 연합의 행보에도 더욱 압박을 주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조 전 부사장은 그룹 내 호텔·레저사업에 애착을 가져왔으며 왕산레저개발은 조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땅콩 회항’ 사건 전까지 대표를 맡은 회사다.

송현동 부지는 경복궁 옆에 한옥호텔 건립을 추진했으나 당시 학교 옆에 호텔을 지을 수 없다는 이유로 수년간 인허가가 이뤄지지 않아 유휴부지로 남아있는 상태였다. 한진그룹은 지난 2019년 2월 재무구조 개선방안을 위해 ‘비전2023’을 내놓고 송현동 부지 매각을 약속했지만 구체적 시일이 정해지지 않고 미뤄져 말만 꺼내놓고 매각을 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았다. 이를 두고 한진칼 2대주주인 KCGI은 이달 초 “지난해 발표한 송현동 부지 매각 등은 여전히 요원한 상태”라며 “형식적인 지배구조 개선안만 발표하고 아직까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노력은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번 조치에 대해 대한항공 측은 “비수익 유휴자산과 비주력사업을 매각하는 것은 재무구조 개선이 적극적 의지표현”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당장 대한항공은 수천억원대 현금을 확보해 재무구조 개선에 숨통을 틀 수 있게 됐다. 게다가 경영권 분쟁을 일으키고 있는 KCGI 측의 요구도 일부 수용하는 결과를 빚게 되면서 “재무구조 개선을 했다”는 명분도 서게 됐다.

아울러 대한항공은 이날 이사회에서 이사회 독립성 강화와 지배구조 투명화를 위한 안건도 의결했다. 대한항공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의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키로 했다. 대한항공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의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키로 했다. 이를 위해 대한항공은 사내이사인 우기홍 사장이 위원직을 사임하고 사외이사인 김동재 이사를 신규 위원으로 선임 의결했다.

이외에도 대한항공 이사회는 이날 지배구조 투명성을 더욱 높이기 위해 의결권 자문기관들이 설치를 권고하고 있는 거버넌스위원회 설치도 의결했다. 거버넌스위원회는 주주가치 및 주주권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회사의 주요 경영사항에 대한 사전 검토하는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이사회의 독립성 강화를 위해 거버넌스위원회도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와 같이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하고 김동재 이사를 위원장으로 선임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이날 결의한 안건은 재무구조 개선과 건전한 지배구조 정착을 위한 회사의 의지를 천명한 것”이라며 “향후에도 이를 달성하기 위한 과제들을 차질없이 이행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melod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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