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김용의와 나란히 자리한 LG 정근우
LG 정근우(왼쪽)와 김용의가 지난달 8일 오후 잠실구장에서 진행된 2020 LG트윈스 신년 하례식에서 나란히 앉아 행사를 지켜보고 있다. 잠실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잠실=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16년을 기다렸어요. 분위기 하나는 최고가 될 겁니다.”

1차 캠프 명단에서 제외된 아쉬움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아쉬움보다는 2차 캠프부터 자신의 롤모델인 정근우(38)와 완벽한 케미스트리를 구축하는 데에 집중하고 있었다. LG 에너자이저이자 주장 김현수의 든든한 오른팔 김용의(35)가 지난 25일 2차 캠프에 앞서 대권도전에 임하는 각오를 드러냈다.

언뜻 보면 이해할 수 없는 1차 캠프 명단 제외다. 늘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는 주전은 아니다. 하지만 김용의는 경기 후반 결정적인 순간마다 대주자와 대수비를 수행한다. 류중일 감독의 말대로 “소금 같은 존재”이자 없어서는 안 되는 선수다. 실제로 1루수로서 포구 능력과 수비 범위는 팀 내에서 가장 뛰어나다. 상대 투수의 버릇을 간파해 2루를 훔치고 수비와 타구 방향을 계산해 한 베이스를 더 가는 주루 플레이에도 능하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호주가 아닌 이천 챔피언스파크에서 보낸 1차 캠프 기간이 더 가치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석 코치님께서 일찌감치 1차 캠프에 제외된다고 귀띔해주셨다. 1차 캠프는 2차 캠프 명단에 들어가기 위해 경쟁하는 곳이다. 단체 훈련 시간도 많다. 내게는 나 자신에게 집중하며 시즌을 준비할 수 있는 이천 캠프가 더 맞는다. 이천에서 철두철미하게 준비했다. 몸상태는 완벽하다”고 미소지었다. 이어 그는 “이천에서 이제 막 프로에 들어온 선수들을 보면서 신선한 자극도 받았다. 나는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선수가 아니다. 지금 이천에 있는 후배들처럼 밑바닥에서 시작해 겨우 올라왔다. 후배들의 입장이 이해가 됐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마음처럼 기량이 늘지 않는 안타까움을 잘 안다. 분명한 점은 지금 젊은 선수들이 내가 어렸을 때보다 열심히 한다는 것이다. 모두 열심히하는 모습을 보고 나 또한 쉴틈없이 준비했다”고 돌아봤다.

김용의에게 올해는 각별한 시즌이 될 전망이다. 고려대 시절 자신의 롤모델이자 우상인 정근우와 드디어 같은 유니폼을 입게 됐기 때문이다. 그는 “16년을 기다렸다. 16년 전 내가 1학년, 근우형이 4학년이었다. 지난해까지 근우형이랑 ‘우리가 현역선수로 같이 뛰는 것은 안 될 것 같다. 나중에 지도자라도 어떻게 함께 해보자’고 했는데 이렇게 다시 만났다”고 활짝 웃었다. 그러면서 그는 “근우형이 온 만큼 한 가지는 장담할 수 있다. LG 구단 30년 역사상 1994년 신인 트리오 이후 가장 분위기 좋은 시즌이 될 것이다. 10구단 중 선수단 케미 하나는 최고가 될 것으로 자신한다”고 밝혔다. 그만큼 정근우라는 존재는 김용의에게 각별하다. 야구에 대한 모든 것을 정근우를 보고 따라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스로 “열정, 근성, 언제든 몸을 날리는 야구 스타일 모두 근우형에게 배웠다. 야구가 안 될 때 몸이 후져도 웃통 벗고 쓰러질 때가지 배트를 휘두르는 것도 근우형을 따라한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포토] LG 류중일 감독, 추가득점...좋았어!
LG 류중일 감독이 지난해 5월 16일 사직 롯데전에서 2-0으로 앞선 8회 추가득점을 내고 덕아웃에 돌아온 김용의와 주먹을 맞대고 있다. 사직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지난해까지 등번호 8번을 달았던 이유, 그리고 올해 8번을 망설임없이 양보하고 5번을 단 이유 또한 정근우라는 세 글자가 굵직하게 자리했다. 김용의는 “근우형을 따라서 8번을 달았다. 양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근우형에게 8번이 얼마나 큰 의미인지 안다. 전혀 고민하지 않고 양보했는데 근우형 형수님께서 고맙다며 선물도 주셨다. 근우형과는 대학교 시절부터 늘 통화하며 형동생처럼 지내고 있다. 형수님도 이를 잘 알고 계시는데 이렇게 생각해주셔서 정말 고마웠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그는 “사실 근우형이 대학교 때는 송구가 좋지 않았다. 이제부터는 악송구가 나와도 다 잡아내겠다. 1루수로 출장하면 근우형이 에러를 기록하지 않도록 몸을 날려서라도 다 처리할 것”이라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포토]김용의, 내가 빨랐어!
지난해 9월 26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19 KBO리그 KT와 LG의 경기 6회초 2사 1루 LG 김용의가 KT 유격수 심우준의 태그에 앞서 도루에 성공하고 있다. 수원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김용의는 그라운드 위에서 모습으로만 평가할 수 없는 선수다. 분위기메이커 구실은 물론 필요할 때는 후배들에게 따끔하게 충고하는 악역 역할도 마다하지 않는다. 류중일 감독, 유지현 수석코치, 차명석 단장, 그리고 김현수까지 늘 김용의를 향해 고마움을 표시한다. 김용의에게 벤치리더가 된 과정을 묻자 “지난해 팀이 하나로 뭉치기에 앞서 동생들과 티격태격도 많이 했다. 나도 나름 내야수부터 외야수, 그리고 한 때는 1번 타자로 고정도 됐다. 그래서 주전으로 나가는 동생들의 입장과 고충도 이해가 된다”며 “동생들이 야구가 안 돼 짜증내는 모습을 보이면 ‘네가 잘 하면 네 연봉 오르고 우리도 포스트시즌 간다. 야구 안 되고 힘들어도 조금만 참고 팀 생각하면서 가자”고 다독였다. 나는 주전이 아니다. 그래도 내 얘기 들어주고 따라와주는 동생들이 고맙다. 특히 나를 믿어주고 따라주는 현수와 (김)민성이에게 더 고맙다고 얘기하고 싶다”고 털어놓았다.

과도기는 끝났다. 올해는 시작점부터 단단하게 뭉쳐 마라톤을 완주한다. 김용의는 “이제는 서로 성격과 성향이 다 파악이 됐다. 다가오는 시즌 우리팀은 시작부터 하나로 뭉쳐 전진할 것이다. 전력을 봐도 자신이 있다. 야구는 투수싸움이라는 얘기가 있지 않나. 2012년부터 LG에서 나름 오래 뛰었는데 올해가 가장 투수진이 강하다. 늘 기억할 시즌 잘 만들어 보겠다”고 역사에 남을 2020년을 다짐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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