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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픽사베이

[스포츠서울 권오철 기자]

IT기업에 재직 중인 박건영씨는 월 급여로 400만원을 받고 있다. 하지만 과거 창업을 경험했던 그는 5000만원의 제2금융권 빚을 갚느라 매달 100만원 이상을 지출해야 한다. 자녀 교육비와 생활비로 200만원을 쓰면 남는 월급은 90만원 남짓이다. 외벌이 가장인 박씨는 어린 두 아들의 향후 교육을 위해서라도 이자 부담을 줄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신용 6등급으로 연 20%대의 제2금융권 이자를 부담하던 그는 지인으로부터 중금리 대출을 통한 이자 절감 사례를 확인하고 모바일을 통해 P2P대출기업에 접속했다. 그는 중금리 대출을 통해 연 8.4%의 금리로 2000만원을 빌렸다. 이자 갈아타기에 성공하면서 그가 부담해야 될 제2금융권에 대한 이자는 연간 400만원이 낮아졌다. P2P대출기업에 갚아야 할 연간 이자 168만원을 고려하더라도 기존 연간 이자에 비해 232만원이 줄어든 셈이다. 이 과정에서 별도의 지점 방문이나 복잡한 서류 제출은 없었다.

최근 박씨처럼 새로운 대출을 통해 기존 대출금을 갚는 대환대출을 통해 이자를 줄이는 ‘이자 다이어트’가 인기를 얻고 있다. 실제로 P2P금융기업 8퍼센트가 개인신용 P2P대출을 이용한 고객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대환 대출이 48%를 차지해 가장 높은 비중을 기록했다. 8퍼센트에서 대환대출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의 대출 금리는 평균 20.3%에서 11.5%로 낮아졌다. 만약 2000만 원을 대출한 고객이라면 대출 이자를 연간 90만원 정도 절약하는 셈이다.

개인신용 P2P대출 이용 고객의 직업군은 회사원(58.9%), 사업자(24.2%), 공무원/공기업(14%), 프리랜서(2.8%) 순이었으며 평균 연령은 37.2세였다. 남성이 77.4%로 다수를 차지했고 지역별 분포에서는 서울, 경기, 인천의 수도권 이용자가 61.8%로 높은 비중을 보였다. 대출 목적은 대환대출이 48.2%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생활자금, 사업자금, 주택자금 등이 뒤를 이었다. 신용 등급별 분포를 살펴보면 중신용자인 4~7등급이 89.6%의 비중을 차지해 중신용자에게 P2P대출 상품이 집중적으로 공급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P2P금융기업 렌딧에서도 2016년 말 전체 대출자의 32.5%를 차지했던 신용등급(CB) 5~7등급 대출자가 2019년 11월 말 51.7%로 증가했다. 이처럼 중금리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신용등급이 확장된 가장 큰 이유는 기술 기반의 금융 서비스가 급속히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렌딧 측은 분석했다. 렌딧은 대출 심사를 위해 빅데이터 분석 기반의 렌딧 개인신용평가시스템(CSS)을 자체적으로 개발했다. 해당 시스템은 신용평가사에서 제공하는 300여 가지의 금융정보를 기반으로 대출 신청자의 신용정보와 금융기록 등을 분석한다. 같은 CB등급을 가진 대출자라도 렌딧 신용등급은 다를 수 있으며 모든 대출자마다 최적화된 금리를 산출해 부여한다.

P2P대출산업은 관련 법안인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P2P금융법)의 적용을 앞두고 있다. 2017년 7월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의 첫 법안 발의에 이어 2018년 2월에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의원안, 바른미래당 김수민 의원안이 연거푸 발의됐다. 이어 2018년 4월 자유한국당 이진복 의원안, 2018년 8월 바른미래당 박선숙 의원안 등 총 5건의 관련 법안이 발의됐다. 결국 지난해 10월 국회 본회의에서 P2P금융법은 재석 229인에 찬성 227인, 기권 2인으로 통과해 오는 8월 발효된다.

P2P금융법의 법제화 과정이 완료되면 업계가 목표해온 ‘개인 중금리 대출’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릴 전망이다. 민간의 중금리 대출을 통해 소상공인 진흥을 유도해온 영국 정부의 정책 사례 등으로 비춰 볼 때 향후 정부 정책과의 연계 가능성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고금리 대출을 이용하던 고객이 중금리 대출로 갈아타는 대환 대출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P2P대출을 잘 활용하면 효과적으로 이자를 절감할 수 있어 가계부채를 개선할 수 있다. 중신용자들이 장기적으로 제1금융을 이용할 수 있는 사다리 구실을 P2P대출이 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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