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19015201904018k_Noksan-ro Mustard Flower Field
가시리 마을회가 서귀포시에 녹산로 유채꽃 조기 파쇄를 요청했다. 제공|한국관광공사

[스포츠서울 양미정 기자]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마을회가 봄철 드라이브 명소로 유명한 녹산로의 유채꽃을 이른 시일 내에 갈아엎어달라고 시에 요청했다.

녹산로는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될 만큼 찬란한 경관을 자랑하는 곳이다. 상춘객들은 매년 이맘때쯤 절정을 맞은 유채꽃과 벚꽃과 함께 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담았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미국 유학생 모녀’가 지난달에 녹산로가 속한 표선면 일대를 다녀간 뒤 주민들은 코로나19 감염 공포에 사로잡히면서 평년보다 일찍 유채꽃 길을 갈아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유채꽃 파쇄는 통상적으로 유채꽃이 서서히 시들어가는 4월 말에서 5월 중순 사이 진행돼왔다. 하지만 마을의 간곡한 요청에 따라 서귀포시는 녹산로와 조랑말박물관 일대 유채꽃을 이른 시일 내에 갈아엎기로 결정했다. 마을회는 코로나19 확진자들의 방문으로 인해 지역감염에 대한 걱정이 커지면서 마을 자랑거리마저 파쇄할 수밖에 없는 점이 안타깝다는 입장이다.

이곳 녹산로 일대에서 열기로 한 제38회 제주유채꽃축제도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취소됐다. 그러나 축제 주 행사장인 10만㎡ 규모의 유채꽃 광장에 심어놓은 유채꽃이 만발하면서 이곳은 상춘객들이 몰고온 차량의 주차장으로 변모했다.

이에 정윤수 가시리장은 “서귀포시와 의논해 파쇄 여부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주민 대다수가 노인이라는 점을 고려해 이례적인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서귀포시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 확산을 우려한 가시리마을회의 의견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방문객 추이를 지켜본 후에 논의를 거쳐 유채꽃 파쇄 시기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업체 2곳, 자가격리자 2명 등 총 5명은 코로나19 의심증상이 나타났음에도 제주 곳곳을 여행해 피해를 끼친 미국 유학생 모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손해배상 청구액은 총 1억3200만원으로, 영업손실액과 2차 피해 정신적 손해에 따른 위자료다.

제주도는 모녀가 귀국 후 5일 만에 자가격리 원칙을 무시하고 제주도로 여행을 왔으며 코로나19 의심증상이 나타났음에도 4박5일 동안의 관광 일정을 모두 강행했고 해외 입국 이력을 밝히지 않은채 현지 의료기관을 이용한 점, 서울로 돌아가 늦은 시간 강남보건소를 찾아 검사를 받았다는 점에서 고의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제주도 측의 강경한 조치와는 달리 정순균 강남구청장은 모녀를 ‘선의의 피해자’라고 감싸며 두둔하는 발언을 해 논란을 더욱 키웠다. 그는 “이들은 애당초 하와이 여행을 계획했으나 코로나19 유행으로 하와이행 항공편이 취소되자 제주도 여행길에 오른 것”이라며 “강남구청이 자가격리 문자를 발송하기 전 제주를 여행했기 때문에 ‘선의의 피해자’에 해당된다”고 주장했다. 이후 정 구청장의 당시 발언이 해외 입국자의 자가격리 원칙에 어긋난다는 비난 여론을 일으켰고 그의 파면을 요구하는 국민청원까지 올라왔다. 결국 정 구청장은 “발언이 진의와 전혀 다르게 전해지며 논란이 됐다”고 사과했지만 여론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certain@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