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우
벨기에 신트트라위던 공격수 이승우. 사진은 지난 2019년 볼리비아와 A매치 평가전에서 득점 기회를 놓친 뒤 아쉬워하는 모습. 최승섭기자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풀릴 듯 풀리지 않는다.

벨기에 퍼스트디비전A(1부리그) 신트트라위던에서 반전을 그리는 공격수 이승우(23)의 상황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전 세계 축구리그가 대부분 중단되거나 개막이 연기된 가운데 벨기에 리그는 지난 3일(한국시간) 화상을 통해 이사회를 열고 유럽 리그로는 처음으로 시즌 조기 종료를 발표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스페인 라 리가 등 유럽 대부분 리그가 재개 시기를 두고 고민하는 것과 다르게 벨기에 리그는 이사회에서 “6월 30일 이전에 재개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전문가와 정부 권고를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새 감독 체제에서 어둠의 터널을 조금씩 벗어나던 이승우로서는 너무나 뼈아프다. 그는 최근 이탈리아 ‘칼초 헬라스’와 인터뷰를 통해 “초반 기회를 잡지 못하다가 감독이 바뀌면서 달라졌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아쉬운 마음을 표현한 적이 있다. 어머니와 벨기에에 머무르면서 개인 훈련에 매진해온 이승우는 이때만 하더라도 시즌 조기 종료까지는 예상하지 못했다. 갑작스럽게 시즌 종료 발표가 나와 허탈한 상황이다.

지난해 상반기 1경기 출전에 그치면서 벨기에에서도 자리 잡는 데 어려움을 겪은 그는 후반기 밀로스 코스티치 신임 감독 체제에서 입지가 달라졌다. 코로나 여파로 리그가 중단되기 전까지 3경기 연속 출전이자 2경기 연속 선발 요원으로 뛰었다. 오랜 기간 실전 경기를 뛰지 못해 감각을 익히는 데 시간이 필요했지만 서서히 팀에 녹아들며 특유의 개인 전술, 투쟁심이 돋보였다. 현지 언론의 호평도 이어졌다.하지만 오름세를 이어가려는 그의 의지와 다르게 리그가 멈춰 섰다. 신트트라위던은 안데레흐트와 정규리그 30라운드를 비롯해 플레이오프 경기가 모두 취소되면서 올 시즌 9승6무14패(승점 33)로 16개 팀 중 12위에 머물렀다. 이승우는 4경기 무득점으로 시즌을 마쳤다.

원하는 그림대로 시즌을 마무리하지 못했지만 실망하기에 이르다. 이승우는 코스티치 감독 체제에서 주전 요원으로 뛸 재능임을 입증했다. 전임 사령탑들은 대체로 일본인 구단주가 운영하는 신트트라위던이 여러 아시아 선수를 영입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여겼다. 유럽 리그 생존의 사실상 마지막 팀으로 여기며 진중하게 신트트라위던을 선택한 이승우도 본의 아니게 피해를 봤다. 하지만 코스티치 감독은 아시아 선수에 대한 편견 없이 이승우의 재능을 눈여겨보면서 후반기 중용했다. 즉 이승우가 차기 시즌 시작부터 빛을 보려면 올 여름 어느 때보다 독한 준비 과정을 거쳐야 한다. 유럽 커리어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가 찾아왔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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