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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 출처|JTBC

[스포츠서울 안은재 인턴기자] 드라마 ‘부부의 세계’는 불륜 드라마의 클리셰(진부하거나 틀에 박힌 생각)를 완벽하게 구현했지만 ‘막장’이라고 손가락질받지 않는다. 완벽하게 구현된 ‘클리셰’는 ‘클래식’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가 방송 4회 만에 시청률 14%(이하 닐슨코리아 기준)를 돌파하며 인기몰이 중이다. 지난 3월 27일 처음 방송한 드라마 ‘부부의 세계’는 1회 시청률 6.3%를 시작으로 매회 고공행진하고 있으며 긴박감 넘치는 스토리 전개와 반전으로 시청자들의 숨통을 조여오고 있다.

‘부부의 세계’는 불륜 드라마의 클리셰를 고스란히 구현한다.

먼저 ‘부부의 세계’는 배우자의 외도 사실을 알면서도 가정 때문에 쉽게 이별을 결심하지 못하는 공감 포인트를 가지고 있다. 한국에서 부부관계는 집안의 결합이고 거기에 아이가 생긴다면 또 다른 세계의 시작이다. 나는 괜찮지만 아이가 받을 상처를 고려해 한 번 참고 넘어가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능력 있는 아내 지선우(김희애 분)도 남편 이태오(박해준 분)에게 외도를 털어놓을 기회를 주었다. 하지만 끝까지 발뺌하는 태오의 태도에 선우는 부부관계의 신뢰가 더 이상 회복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완벽했던 자신의 세계에 균열을 낸 태오에게 복수를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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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 출처|JTBC

두번째 클리셰는 뻔뻔한 남편 이태오의 전형적인 변명이다.

이태오는 능력 있고 돈 많은 부인이 가져다주는 사회적 성공과 지위를 포기하고 싶지 않으면서도 젊고 예쁜 여성을 통해서 남성성도 인정받고 싶은 ‘도둑놈 심보’를 갖고있다. “사랑에 빠지는게 죄는 아니잖아?”라며 항변하는 ‘내로남불’ 로맨티스트이기도 하다.

그런 남자들의 흔하디 흔한 이중성을 바라보며 지선우는 “여자라고 바람을 피울 줄 몰라서 안 피우는 게 아냐. 다만, 부부로서 신의를 지키며 사는 게 맞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제하는 거지”라고 말한다. 자신과 하룻밤을 보낸 남편 친구 제혁(김영민 분)을 향해서였지만, 남편 태오를 향한 말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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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 출처|JTBC

마지막 클리셰는 내연녀는 항상 도발에 가까운 당당함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세상 모든 불륜 드라마에서 내연녀는 이구동성으로 “그 사람은 나룰 사랑해”라고 말한다. 몸은 부인과 있지만 마음은 내연녀인 자신에게 있다는 우월감은 여다경(한소희 분)이 지선우를 내려다볼 수 있게 하는 당당함의 원천이다.

이태오는 여다경에게 사랑을 약속하지만 지선우와의 이혼은 현실적인 이유로 미룬다. 여다경은 이태오에게 있어 자신이 ‘진짜 사랑’이며 지선우와 이태오의 관계는 ‘쇼윈도 부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24살인 여다경이 감당하기에 ‘부부의 세계’는 훨씬 더 복잡하다.

JTBC ‘부부의 세계’는 파격적이다. 불륜드라마의 클리셰를 모두 가지고서도 ‘막장 드라마’라고 손가락질받지는 않는다. 자극적인 소재인 불륜보다 그 이면에 있는 부부관계에 대해 더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생판 다른 사람과 결혼 후 한평생을 같이 사는, 어찌 보면 가장 불합리하고 복잡 미묘한 현실 부부관계는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 할 수 있다.

eunja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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