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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프로축구연맹

[스포츠서울 도영인기자] 2010년대 K리그의 가장 혁신적인 성과를 꼽자면 아마도 실관중 집계를 들 수 있다.

불과 10년전만 해도 K리그 경기장에서는 누가 봐도 수천명에 불과한 입장 관중에도 1만명 이상의 관중 집계 발표가 전광판에 나올때면 모두가 한숨을 내쉬며 애써 외면하기 일쑤였다. 특정 구단의 문제가 아니라 모두의 문제였다. 보여주기식 숫자에 그만큼 길들여졌기 때문이다. 내실보다는 어떻게 보여지느냐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 인식의 문제가 컸다.

1983년 출범 이후 정확한 관중 집계가 되지 않았던 K리그는 2012년부터 실관중 집계에 시동을 걸었다. 2018시즌부터는 집계방식을 전면 유료관중 집계로 전환하면서 또 한번 K리그 투명성을 더했다. 실관중과 유료관중 집계를 시도할 때 축구계의 우려가 컸다. 맨살과 치부를 꼭 드러내야 하느냐는 걱정의 목소리도 여기저기서 나왔다. 하지만 투명한 관중집계가 정착되면서 K리그가 건강하게 성장하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들어 실관중 집계를 통한 교훈을 잊은 듯한 모습이 축구계에 나타나고 있다. 지난 14일 프로축구연맹은 K리그 22개 구단(1부리그 12개, 2부리그 10개)과 연맹의 올해 매출액 감소 예상액이 575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K리그1 구단들이 시즌 축소로 입을 광고, 입장권 매출 감소액은 총 464억원으로 예상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모두가 힘든 상황이다. 대기업들도 재정적 어려움으로 인해 휘청거릴 정도로 모든 산업이 고난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스포츠 산업도 마찬가지다.

다만 이런 통계가 위기 극복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는 곱씹어봐야한다. ‘우리가 더 힘들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예상이라는 단서를 달아 통계를 발표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 자료를 통해 K리그 전반에 임금 삭감 동참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시선도 존재한다.

K리그는 관중 대박을 터뜨린 지난시즌 공식 집계를 시작한 2013년 이후 최대 입장 매출을 기록했다. 1, 2부리그 22개 구단의 2019시즌 입장 매출은 총 193억원이다. 프로연맹은 올시즌이 예년보다 경기수가 30% 정도 줄어든 27라운드(정규라운드 22경기+파이널 라운드 5라운드)체제가 될 것으로 기준을 잡았다. 자료만 단순 비교한다면 올시즌 개막 연기와 시즌 축소로 인해 구단과 연맹이 입을 예상 매출 감소폭은 K리그 3년치 입장 매출액과 맞먹는다. 한 K리그 관계자는 “예상 매출 감소액이 어떤 방식을 통해 도출된 것인지 궁금하다”며 고개를 갸웃거릴정도다.

K리그 구단들은 모기업과 지방자치단체의 의존도가 높은 특성이 있다. 모기업과 지자체의 지원금을 구단에서는 스폰서 또는 광고 매출로 잡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러한 특수성을 어느정도 반영한 예상 통계인지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 K리그 구단은 이익을 추구하는 일반 기업과는 다르다. 얼마나 버느냐보다 어떻게 쓰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최근 들어 구단들은 매출 증가보다는 손실을 줄이는 등 효율성 강화와 내실을 다지는데 더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 이를 대변한다. 지금은 모두가 코로나 사태라는 큰 파고를 견디고, 위기를 헤쳐나가야 하는 시간이다. K리그가 관중 뻥튀기 시절처럼 보여주기식 숫자라는 굴레에 빠진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한다.

doku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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