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희진 감독
고희진 삼성화재 신임 감독이 28일 본지와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용인 | 이용수기자

[용인=스포츠서울 이용수기자]“솔직히 3-0으로 전승 우승하고 싶다. 지도자는 만족하면 안 된다.”

삼성화재의 신임 감독으로 선임된 고희진 감독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목표를 묻는 질문에 답한 것이다. 고 감독은 단 한 경기도 내주지 않고 이겨야 한다는 다짐으로 경기에 임해야 한다고 자신의 배구 철학을 밝혔다. 삼성화재는 지난 20일 차기 시즌 새로운 사령탑으로 고희진 수석 코치를 내부 승격했다. 이에 따라 삼성화재 창단 감독이었던 신치용 선수촌장의 제자로는 세 번째로 팀의 재건을 최우선 당면 과제로 받아들었다.

지난 2003년 삼성화재에 입단한 뒤로 ‘원클럽맨’이었던 고 감독은 팀의 ‘우승 DNA’를 지닌 지도자다. 신 촌장으로부터 이어진 팀 철학에 관해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옛 명성으로 되돌릴 수 있는 적임자로 평가되고 있다. 고 감독은 4대 프로스포츠 가운데 유일하게 80년대생 감독으로 가장 젊다. 그는 “우리나라 프로스포츠 중 가장 젊은 조직이니 코치진에게 ‘해보자’고 말한다”며 “다들 어렵고 쉽지 않다고 얘기하지만 그래도 젊은 패기와 긍정적인 마인드로 도전할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신 촌장의 지도 철학을 몸소 배워 ‘승리 DNA’가 고스란히 몸에 배인 고 감독은 시대에 맞는 지도자를 꿈꾸고 있다. 그는 “신 선생님께서 창단 때부터 만든 삼성화재의 팀 문화와 색을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며 “좋은 부분은 챙기면서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바꿀 부분은 바꿀 것이다. 시대, 구단 상황에 맞추는 게 내 역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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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희진 삼성화재 신임 감독이 28일 용인 STC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변화’를 외치며 유쾌한 미소를 짓고 있다. 용인 | 이용수기자

무엇보다 선수단의 무한 신뢰를 얻은 신 촌장처럼 되기 위해 고 감독은 선수들과 소통과 수평적인 문화를 강조했다. 그는 “신 선생님은 아내가 출산하거나 장모님 칠순 때 꽃바구니를 보내 챙겨주셔 감동했다. 그래서 ‘내가 감독님께 충성을 다해야겠다’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들었다. 나도 디테일하게 선수들의 마음을 터치할 수 있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며 “선수들의 마음을 얻어야 지도가 되는 것이다. 선수들이 들을 생각도 없는데, 아무리 내가 하고자하는 배구를 외쳐봤자 소용없다”라고 설명했다. 고 감독은 수평적인 문화를 위해 선수단 내 호칭도 영어 이름으로 바꿨다.

고 감독은 27일 선수단과 첫 미팅에서 ‘공감’을 화두로 꺼냈다. ’역지사지’로 서로를 존중하고 상대방의 기분을 이해하면 공감대가 형성되고 그 마음이 배구 코트 위에서 보여진다는 게 고 감독의 지론이다. ‘솔선수범’을 자신의 지도 철학이라고 설명한 고 감독은 “선수들에게 내가 항상 앞장 설 것이라고 말했다. 어려운 일은 내가 짊어질 것이고, 선수들은 즐겁고 신나게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것이다. 그래서 오전에 산에 다녀왔는데, 코치 때는 발목이 아파서 한 번도 오르지 않은 산에도 고통을 참아가며 올랐다”며 “고통스럽긴 했지만 영광은 선수들에게 안기고 힘들고 무거운 짐은 내가 안으려고 생각 중”이라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고희진 감독
고희진 삼성화재 신임 감독이 28일 용인 STC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환하게 미소를 짓고 있다. 용인 | 이용수기자

이제 막 출항한 ‘삼성맨’의 새 팀이 옛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지는 비시즌 행보를 지켜보면 알 것이다. 다만 신임 사령탑은 확실한 목표를 정해두고 첫 시즌 준비를 시작했다. 고 감독은 “첫 시즌 목표는 ‘변화하는 팀’이다. ‘지난해보다 삼성화재가 젊은 조직으려 변했구나’라는 평가를 듣고 싶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성적도 뒤따라올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성적 먼저 보면 선수들이 부담을 느끼고 힘들어 한다. 나 역시 마찬가지로 스트레스받고 시야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선수들에게 변화를 강요하진 않을 것이다. 같이 변하자고 말할 것이다. 우리 코치진과 구단이 먼저 변하겠다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puri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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