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마이크로닷
가수 마이크로닷. 출처|마이크로닷SNS

[스포츠서울 박효실기자] 일반 대중에게는 고개를 숙였던 래퍼 마이크로닷(27·본명 신재호) 산체스(34·신재민) 형제가 정작 부모의 사기사건 피해자들에게는 여전히 고자세를 취한 것으로 보여 논란이 예상된다.

무려 20년만인 지난 2018년 총 4억원의 돈을 빌린 채 야반도주한 채무자를 방송을 통해 마주했던 14명의 피해자들은 “사과 한 마디 없이 합의만을 요구했다”며 신씨 부부를 상대로 새로운 민사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입장이다.

사기혐의로 기소된 마이크로닷의 부모 신모(62·구속)씨와 김모(61·여)씨는 최근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각각 징역 3년과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6일 방송된 SBS‘본격 연예 한밤’에서는 신씨 부부의 실형선고에 결정적인 이유로 작용했던 ‘피해회복 미이행’ 뒷이야기가 알려졌다. 일명 ‘빚투’가 제기된지 5개월여 만인 지난해 4월 자진귀국한 신씨 부부는 여러 명의 피해자들을 만나 합의했지만, 4명의 피해자와는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 중 한 피해자는 “자식들이 와서 합의를 하자고 하는데 원금도 안 되는 돈을 주겠다고 하더라. 그러면서 하는 말이 ‘어디 하늘에서 돈뭉치가 떨어지면 연락하겠다’고 화를 내면서 돌아서더라”라고 말했다.

또 다른 피해자 역시 “우리한테 먼저 사과를 해야 하는데 그런 건 전혀 없었다. 최종 선고 후에 사과할 마음이 없냐고 물어봤는데, 신씨 어머니 김씨가 ‘그렇게 우리가 사정했는데 아주 속이 시원하겠다’면서 화를 내더라”라고 주장했다.

IMF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제천시에서 목장을 운영했던 신씨 부부는 친인척과 이웃주민 등 14명에게 총 4억여원을 빌린 뒤 뉴질랜드로 이민을 갔다. 지금도 큰 돈이지만 당시 돈으로 4억원은 피해자들에게 어마어마한 돈이었다.

어느 날 갑자기 야반도주로 사라진 뒤 20여년을 나몰라라하고 살아온 신씨 부부에게는 피해자들의 지난 세월과 고통에 대한 연체료가 혹독하게 부과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신씨 부부는 앞서 합의한 피해자들에게도 원금만 갚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고도 “빌린 돈을 이제라도 갚으면 그만 아니냐”는 태도는 피해자들이 보기에 진정한 사과와 반성으로 보일 수 없다.

이에 피해자들은 20여 년 전 사기 사건의 피해금액을 받아내기 위한 또 다른 민사 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지난달 24일 부모의 항소심 선고공판이 이뤄진지 일주일여 만인 1일 마이크로닷은 자신의 SNS를 통해 장문의 사과문을 게재했다.

그는 “저희 부모님으로 인해 피해를 입으신 분들과 저의 부족함으로 인해 상처받으신 분들께 다시 한 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미흡했던 저의 행동들을 되돌아보며 앞으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항상 주의하겠다”라고 사과했다.

형 산체스도 다음날인 2일 오후 자신의 SNS를 통해 “부모님의 일로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킨 점 죄송하다는 말씀 전해드린다. 거듭 사과드리고 피해자분들에게 정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정작 이들이 사과해야할 대상은 SNS에서 글을 읽는 불특정 다수가 아니라 피해자들이다. 다분히 의도가 보이는 ‘뻔한’ 사과는 피해자의 분노와 대중의 냉소만 불러올 뿐이다.

gag11@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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