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역전 허용하고 교체되는 이형범
2020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KT 위즈의 경기가 10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두산 투수 이형범이 10회 교체되어 마운드를 내려오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불펜이 불안하다. 마무리 투수들은 약속이나 한 것처럼 홈런을 내주고, 불펜 필승조도 블론세이브를 하기 일쑤다. 우여곡절 끝에 개막한 KBO리그가 뒤로 갈수록 ‘극장판’으로 변하고 있다.

지난 1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KT전은 양팀 마무리 투수가 모두 수난을 당했다. 두산 마무리 이형범은 9회초 2사 후 홈런 두 방을 내주고 흔들렸다. 그러자 KT 마무리 이대은이 곧바로 동점 홈런을 허용한데 이어 동료 실책으로 패전의 멍에까지 썼다. NC 김건태도 이날 LG 타선을 막지 못해 역전패하는 등 개막 27경기에서 9개의 블론세이브가 나왔다. 리그 팀 평균 방어율이 5.11인데, 불펜이 5.81로 평균을 상회한다.

[포토] 이대은 \'실책으로 경기를 지다니\'
2020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KT 위즈의 경기가 10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KT 이대은이 경기 후 덕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불펜진의 부진은 개막 시기와 관련있다는 게 중론이다. 두산 김태형 감독을 포함한 사령탑은 “시범경기를 정상적으로 치르지 못했고, 개막 일정도 조기에 확정하지 못하는 등 변수 탓에 불펜진이 던지는 체력을 끌어 올릴 시간이 부족했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달 21일 정규시즌 개막 시기가 잠정 확정된 탓에 각 팀은 선발 투수들의 투구수 증가를 최우선 순위로 뒀다. 외국인 선수가 자가격리한 구단도 있어 선발 꾸리기가 힘든 팀이 절반 가량 나왔다. 두산이 교류전에서 유희관과 이용찬으로 한 경기를 소화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두산 김원형 투수코치는 “불펜 투수들은 경기를 치르면서 구위를 회복하는 수밖에 없다. 교류전이나 2군 평가전 등에서 던지기는 했지만 연투, 위기관리 등을 점검하기에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초반 부진은 예견된 일이라는 관측이 일반적이다.

[포토] 키움 이영준, 4-3 리드...지킨다!
키움 히어로즈 이영준이 9일 고척 한화전에서 4-3으로 앞선 7회 등판해 역투하고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젊은 투수들이 많다는 것도 초반 부진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KT 이강철 감독은 “지난해 풀타임을 소화한 불펜 투수들이 올해 ‘뭔가 더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을 갖고 시즌을 개막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시즌 초반이라 힘은 있지만 실전감각이 떨어져 갈피를 잡지 못한 게 발목을 잡았다는 해석이다. 문경찬을 필두로 젊은 투수들로 불펜을 꾸린 KIA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타자들이 저반발 공인구에 대응해 히팅 포인트를 앞으로 당기기 위한 노력을 하면서 기본적으로는 빠른 공에 포커스를 맞춘 스윙을 하는 점도 불펜 붕괴 원인이다. 빠른공에 원타이밍으로 스윙을 하다보면 제구가 되지 않은 체인지업이나 슬라이더 등이 장타로 연결되는 경우가 잦다. 여기에 이른바 실전타구 적응훈련을 충분히 하지 못한 야수들의 어이없는 실채까지 겹쳐 최악의 출발을 맞게 됐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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