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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정하은기자]JTBC 금토극 ‘부부의 세계’가 19금과 불륜이라는 제약 속에서도 역대 비지상파 드라마 시청률의 역사를 바꾸며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16일 방송된 ‘부부의 세계’ 최종회 시청률은 전국 28.4%(닐슨코리아 유료가구 기준)를 기록, 비지상파 드라마의 최고 기록으로 대미를 장식했다. 이는 비지상파 드라마 기존 1위 JTBC ‘SKY캐슬’의 23.8%보다도 월등히 높은 수치다. 지난 12회에서 일찌감치 이를 뛰어넘은 ‘부부의 세계’는 마지막까지 스스로의 기록을 갈아치우며 뜨거운 관심을 입증했다.

이같은 ‘부부의 세계’가 남긴 신기록의 의미는 남다르다. 불륜은 한국 드라마의 단골 소재 중 하나다. 남녀 주인공의 아슬아슬한 만남은 시청률을 높이는 장치일 수 있지만 또 그만큼 시청자를 설득시키기 어려워 ‘막장 드라마’라는 질타도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부부의 세계’는 이를 영리하게 빗겨갔다. 뻔한 치정극으로 보일 수 있는 불륜코드를 미스터리하고 서스펜스적으로 풀어내며 신선한 불륜극을 탄생시켰고 치정극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부부의 세계’가 막장이 아니었다고 말할 순 없지만, 확실히 통속적인 불륜코드와는 달랐음은 분명하다. 매회 대중의 예상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전개로 충격을 안겼다. ‘엔딩 맛집’으로 다음 회가 궁금해질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남편 이태오(박해준 분)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이 모두 불륜 사실을 속이고 있었다는 1회 엔딩과 여다경(한소희 분)의 불륜과 임신 사실을 그의 부모 앞에 폭로하는 4회 엔딩, 지선우와 이태오가 동침하는 12회 엔딩이 대표적이다. 16회 최종회에서도 가출했던 아들 이준영(전진서 분)이 돌아온 것인지 궁금증을 안기는 ‘열린 결말’로 끝맺었다.

16부작까지 이어지는 밀도있는 전개도 시청자들의 시선을 붙잡았다. 극 초반엔 이태오의 불륜 사실을 안 지선우가 남편의 불륜에 어떻게 반격할지 호기심을 높였고, 이후엔 이태오(박해준 분)로부터 아들 이준영의 양육권을 지키려는 처절함이 시선을 붙잡았다. 중후반부터는 박인규(이학주 분)의 사망사건을 둘러싸고 범인이 누군가에 대한 심리전, 그리고 이후엔 부부뿐 아니라 자식과 부모의 관계에 대한 심리 묘사가 돋보였다. 마지막엔 지선우(김희애 분)의 내레이션을 통해 사랑과 관계의 본질을 짚어내며 묵직한 울림을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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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의 틀에 개연성을 더할 수 있었던 건 탄탄한 원작을 바탕으로 한 극본과 모완일 감독의 긴장감 넘치는 연출도 있었지만, 등장인물들의 행동을 납득시키게 만드는 배우들의 명연기가 한 몫했다. 특히 김희애가 펼친 복잡미묘한 감정연기는 몰입도를 높이며 새로운 인생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바람을 피우고도 “사랑에 빠진게 죄는 아니잖아”라고 응수하는 이태오의 뻔뻔함을 박해준은 완벽히 소화하며 시청자들의 분노를 일으켰다.

두 배우의 연륜있는 연기가 드라마의 품격을 높였다면 ‘부부의 세계’의 또 다른 수확은 바로 한소희다. 초반 화려한 미모로 시선을 끈 한소희는 후반부로 갈수록 이태오에 대한 배신으로 흔들리는 감정 연기를 소화해내며 김희애와 박해준 등 대선배들 사이에서도 존재감을 빛냈다. 주연 뿐만 아니라 이무생, 김영민, 박선영, 심은우, 이학주, 전진서 등 탄탄한 조연 배우들의 빈틈없는 연기도 몰입감을 더했다.

‘부부의 세계’가 남긴 또 하나의 의미는 바로 ‘19금 드라마’의 신세계를 열었다는 점이다. 19금 드라마는 진입장벽이 높은 콘텐츠이지만, ‘부부의 세계’는 이를 뛰어넘고 비지상파 드라마 최고 시청률이란 기록을 새로 썼다는 점에서 한국 드라마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호평도 얻고 있다. 물론 그로 인한 선정성, 폭력성 논란은 ‘부부의 세계’ 흥행질주의 발목을 잡기도 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제기된 관련 민원만 1600여개에 달한 것으로 알려지며 한국의 19금 드라마가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를 제시하기도 했다.

한 드라마 관계자는 “BBC ‘닥터 포스터’를 원작으로 하는 ‘부부의 세계’는 리메이크 드라마사에서도 새로운 기록을 썼다. 원작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문화적 간극을 줄이고 캐릭터와 배경을 한국화해 디테일을 잡았다. 미국, 영국 리메이크작이 늘어나는 추세에 좋은 선례로 남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jayee212@sportsseoul.com

사진 | JTBC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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