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 이사장
K리그2 대전 하나시티즌 허정무 이사장이 20일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스포츠서울 창간 인터뷰를 하고 있다. 대전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대전=스포츠서울 도영인기자] 허정무 대전 하나시티즌 이사장의 국가대표팀 사령탑 재임 기간은 2008년 1월 1일부터 2010년 6월 30일까지 2년 6개월이다. 전임 감독체제에서 단일 임기 최장수 기록은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보유한 2월 9개월(2014년 9월 24일~2017년 6월 15일)이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아보지 못했다. 허 이사장이 의지만 있었다면 최장수 국가대표팀 사령탑 기록은 달라졌을 것이다.

한국 축구 역사상 원정 대회 첫 16강 진출을 이룩한 2010남아공월드컵 직후 축구계는 자연스럽게 당시 사령탑인 허 이사장의 연임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하지만 돌연 그는 연임을 포기했다. 축구인이라면 누구나 국가대표팀 사령탑을 꿈꾼다. 환영받으면서 임기를 연장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내려놓은 것은 의외의 결정으로 받아들여졌다. 당시 허 이사장은 거취를 전하는 기자회견에서 “차기 인선에서 물러나겠다. 재충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남아공월드컵 직후 축구협회는 “경험 있는 국내 지도자가 오랫동안 대표팀을 이끌 때가 왔다”면서 허 이사장의 연임을 기대했다. 게다가 당시 여론도 허 이사장의 대표팀 지휘를 강력하게 원했다. 당시 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87%가 허정무 감독의 역할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를 지지하는 목소리가 절대적이었던 시기다. 하지만 당사자의 생각은 달랐다.

10년이 지난 2020년 여름, 허 이사장은 그때 못다한 이야기들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는 “사실 나중에 조중연 축구협회장이 우리 대표팀도 월드컵 2회 연속 나가는 감독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셨다. 그런 이야기를 좀 더 빨리 들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며 싱긋 웃었다.

허 이사장이 대표팀 감독직에서 물러난 이유는 2가지였다. 첫번째는 악플이다. 그는 “대표팀에 있으면서 너무 괴로웠던 것이 악플이었다. 우리가 정말 지양해야 할 것이다. 스포츠 분야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로 봐도 악플 자체가 적폐다. 악플이 편가르기와 양극화를 부추기고 있다. 이걸 그냥 두는 게 이해가 안 된다. 사회 전반에서 생각해야 할 문제다”라고 강조하면서 “그때 나보다 가족들이 상처를 많이 받았다. 난 댓글을 보지 않았다. 그때 정말 악플때문에 많이 시달렸다”고 아픈 기억을 떠올렸다.

두번째 이유는 좋은 선례를 남기기 위해서였다. 허 이사장은 “대표팀을 맡았던 우리 감독들이 수도 없이 많이 바뀌었다. 그런데 제대로 물러난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 나라도 한번 제대로 물러나보자라는 생각을 했다. 흔히 이야기하는 영웅심일 수도 있었다”고 솔직한 생각을 전했다. 흔히 박수 칠 때 떠나는 것이 가장 힘들다고 한다. 하지만 허 이사장은 10년 전 자신의 결단을 통해 한국축구가 조금이라도 달라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어려운 선택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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