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NC 루친스키, 위닝 시리즈를 위한...역투!
NC 다이노스 선발 루친스키가 28일 잠실 두산전에서 역투하고있다. 2020.06.28.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잠실=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두산 김태형 감독의 솔직담백한 답변을 듣기라도 한듯 외국인 선발투수 두 명이 나란히 호투를 펼쳤다. 두산 크리스 플렉센(26)과 NC 드류 루친스키(32)가 수준급 선발 대결을 벌였다.

김 감독은 28일 잠실 NC전에 앞서 특유의 명쾌한 화법으로 토종투수 노히트 노런이 보기 힘든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전날 LG 정찬헌이 2아웃을 남겨놓고 노히트 노런에 실패하는 등 약 20년 동안 토종 노히트 노런이 전무한 것과 관련해 “일단 노히트 노런 자체가 힘들다. 실력도 있고 운도 따라야 한다. 골프로 치면 홀인원과 같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KBO리그에서 총 14번의 노히트 노런이 나왔다. 그런데 21세기에 나온 노히트 노런 5번 중 4번을 외국인투수가 달성했다. 2000년 5월 송진우 이후 모두 외국인투수의 손에서 노히트 노런이 만들어졌다. 김 감독은 2015년 4월 유네스키 마야와 2016년 6월 마이클 보우덴 두 투수가 노히트 노런을 하는 것을 지근거리에서 지켜본 바 있다. 가장 최근 노히트 노런 달성자는 지난해 4월 21일 삼성 덱 맥과이어다.

김 감독은 이처럼 노히트 노런 달성자가 외국인투수로 쏠려 있는 것과 관련해 “솔직히 말하면 외국인투수가 우리나라 투수보다 잘 던진다. 국내 선수 중에는 외국인처럼 타자를 압도하는 공이 별로 없다. 아무래도 국내 투수 구위가 외국인투수보다 떨어진다”고 털어놓았다. 실제로 KBO리그 선발투수 지표에서 상위권은 늘 외국인선수들이 차지한다. 최근 몇 년을 돌아봐도 KIA 양현종, 현재 메이저리그로 진출한 SK 김광현 정도를 제외하면 매년 외국인투수들과 타이틀을 놓고 겨루는 토종 투수를 보기 힘들다.

이날 잠실구장 마운드에 오른 플렉센과 루친스키는 외국인 선발투수의 클래스가 무엇인지 고스란히 펼쳐보였다. 두 투수 모두 150㎞를 넘는 패스트볼을 좌우타자 가리지 않고 몸쪽에 깊숙히 찔러넣었다. 김 감독이 말한 구위로 압도하는 게 무엇인지 증명했다. 덧붙여 플렉센은 커브와 체인지업, 루친스키는 컷패스트볼과 커브로 손쉽게 타이밍을 빼앗았다. 4회까지 플렌센과 루친스키는 나란히 안타 2개만 맞으면서 무실점했다.

[포토] 두산 플렉센, 야속한...스리런 홈런...
두산 베어스 선발 플렉센이 28일 잠실 NC전에서 0-0으로 맞선 5회 권희동에게 스리런 홈런을 허용한 뒤 아쉬워하고있다. 2020.06.28.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팽팽한 투수전 속에서 무게추는 권희동의 한 방으로 NC 쪽으로 기울었다. 권희동은 5회초 1사 1, 3루 찬스에서 플렉센의 높게 제구된 커브를 공략했다. 타이밍이 맞지 않았지만 한 손을 놓는 수준 높은 타격기술로 히팅포인트를 앞으로 유지해 3점홈런을 만들었다. 루친스키 또한 5회말이 고비였다. 두산 타자들이 특유의 집중력을 앞세워 2사 만루 찬스를 만들었다. 그러나 루친스키는 강타자 오재일을 완벽한 볼배합으로 잡아냈다. 바깥쪽 150㎞ 패스트볼 후 130㎝ 커브로 오재일을 헛스윙 삼진 처리했다. 루친스키의 구위와 포수 양의지의 영리함이 조화를 이루며 루친스키가 플렉센에게 판정승을 거둔 순간이었다. 이날 플렉센은 5이닝 3실점, 루친스키는 7이닝 무실점했다. 올해 플렉센은 KBO리그 1년차, 루친스키는 2년차인데 지난해보다 구위와 제구 모두 업그레이드됐다.

미국을 비롯한 중남미 국가에서 KBO리그를 모르는 야구선수는 없다. 예전에는 전성기가 한참 지난 선수들이 한국땅을 밟았지만 최근 한국에 오는 투수 대다수는 현역 메이저리거에 가깝다. 메릴 켈리, 조쉬 린드블럼처럼 한국에서 기량이 향상되고 빅리그 보장 계약을 맺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그만큼 외국인투수들의 수준이 올라갔다. 반대로 외국인투수가 부진한 팀은 절대 상위권에 오를 수 없다. “외국인투수가 잘 하니까 노히트 노런을 한다”는 김 감독의 얘기가 KBO리그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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