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회열
KIA 타이거즈 정회열 전 수석코치. 사진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윤소윤기자] “참 착해요. 경기할 때는 냉정하게 하라고 하죠.”

최근 KIA 전력에서 가장 뜨거운 ‘젊은 피’는 단연 정해영(19)이다. 2020년 1차 지명을 받은 고졸 루키지만, 16일 현재 5경기 평균자책점 1.23, 벌써 2승을 수확하며 화려한 데뷔 시즌을 보내고 있다. 첫 승도 데뷔전에서 따냈다. 1군 무대를 밟았던 지난 1일 한화전에서 1이닝 1탈삼진 무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다. 고졸 신인의 데뷔전 승리는 KBO 통산 21번째, 구원으로는 9번째다. KIA로만 범위를 좁히면 1993년 박진철, 2002년 김진우 이후 무려 18년 만에 쓰인 기록이다.

정해영이 유독 많은 주목을 받은 이유 중 하나는 아버지 정회열 전 KIA 수석코치다. 베테랑 심판 강광회-강진성(NC), 이순철 SBS스포츠 해설위원-이성곤(삼성)등 야구인 부자(父子)는 많지만, 정회열 부자는 KBO리그 최초로 ‘동일 구단 1차 지명’이라는 특별한 기록을 썼다. 두 사람 모두 광주일고 출신으로 정회열 전 코치는 1990년, 정해영은 2020년 지명을 받았다. 부자 사이이기 전 30년 차 선후배로 엮여있다.

아버지의 시선으로 본 정해영은 ‘착한 아들’이다. 정회열 전 코치는 “아들 자랑을 하려고 하는 말은 아니다”라며 웃은 뒤 “학교 다니던 시절에도 잡음 하나 없었다. 청소년 선수 생활을 할 때도 늘 동료들을 챙기고, 물통도 나르고 솔선수범했다”고 털어놨다. 부모로서 자식이 바르게 자라주는 건 뿌듯하고 고마운 일이지만, 지도자이자 선배의 입장에선 마냥 착하기만 한 아들이 걱정될 수밖에 없다.

[포토]KIA 정해영, 1이닝 무실점으로 생애 첫 등판에서 승리까지!
KIA 정해영이 1일 광주KIA챔피어스필드에서 열린 2020 KBO리그 KIA와 한화의 경기 9회초 등판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광주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더군다나 투수의 필수 덕목은 담대한 배짱과 강인한 정신력이다. 착한 심성보단 냉철한 판단력이 우선이다. 정회열 전 코치는 “해영이가 워낙 심성이 착해 손해 보는 때도 있었다.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말하더라. 세상이 냉정하지 않나. 다른 때는 몰라도 경기 땐 냉정하게 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들은 아버지의 우려를 말끔히 씻어냈다. 5경기에서 내준 볼넷은 고작 한 개, 실점도 1점뿐이다. 탈삼진은 6개를 잡아냈다. “아직 더 봐야 하지만 해영이의 장점은 볼넷을 주지 않고, 빨리 승부를 본다는 점”이라던 정회열 전 코치의 설명대로다. 데뷔전에서도 한화 베테랑 타자 김태균을 삼진으로 잡아내며 승리를 챙겼다. 아들의 첫 승 순간을 떠올리던 정회열 전 코치는 “사실 첫 경기라 승리는 생각도 못 했다. 집 근처 편의점에서 봤는데 기분이 정말 좋았다. 100m 주변에 있던 사람들에게 한턱 냈다”고 크게 웃었다.

선배로서의 냉철한 평가도 잊지 않았다. “잘하고 있지만, 아직 이르다. 큰 경기에 나서서 경험을 쌓아야 한다. 2승 했으니 올시즌 10승을 채우고 더 나아가 100승 투수까지 됐으면 좋겠다. 꾸준한 선수가 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희망했다.

younw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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