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스포츠서울 정하은기자]“연상호 감독님에 대해 한치의 의심도 없었어요.”

배우 이정현(40)이 90년대 테크노 전사에서 좀비와 싸우는 액션 전사로 변신했다.

15일 개봉한 영화 ‘반도’(연상호 감독)는 개봉 첫 주만에 180만 관객을 돌파하며 여름극장가의 부활을 이끌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침체됐던 극장가의 정상화를 위한 큰 걸음의 시작으로 의미가 남다르다.

개봉 후 만난 이정현은 “코로나19 때문에 걱정을 많이 했는데, ‘반도’가 전세계적으로 영화산업이 힘든 시기에 활력소가 되고 있는 거 같아 기쁘다”며 “기대를 아예 안했다. 가족 관객들이 많이 찾아주신다고 하더라. 여름방학에 좋은 추억이 되셨으면 좋겠다”고 상기된 표정을 지었다.

‘반도’는 ‘부산행’ 그 후 4년, 폐허가 된 땅에 남겨진 자들이 벌이는 최후의 사투를 그린 액션 블록버스터 영화다. 이정현은 극 중 폐허의 땅에서 들개가 된 생존자 민정 역을 맡았다. 딸 유진(이예원 분), 준이(이레 분)를 지키기 위해 섬뜩한 좀비와 인간성을 상실한 631부대에 정면으로 맞서는 인물이다.

연상호 감독에게 카톡으로 출연 제의를 받았다며 웃은 이정현은 “‘정현씨 뭐하고 지내세요? 같이 영화해야 하는데’라고 왔다. 그러더니 영화 시나리오를 보내주셨는데, 그게 ‘반도’였다”며 ‘반도’를 접한 순간을 회상하며 기뻤다고 말했다. 연상호 감독의 팬이었다는 그는 “애니메이션 하실 때부터 좋아했다. 같이 작업하자고 먼저 연락 주셔서 꿈인지 생시인지 몰랐다. 무엇보다 다른 배우를 거치지 않고 민정 역에 첫 번째로 연락하셨다고 하시더라. 그게 정말 고맙고 감사하더라”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정현

1996년 영화 ‘꽃잎’으로 스크린에 데뷔, 이후 ‘파란만장’,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명량’, ‘군함도’ 등 다양한 장르에 출연해온 이정현은 ‘반도’를 통해 또 한번의 변신을 시도했다. 첫 액션 블록버스터에 도전한 그는 가녀린 체구에서 뿜어져나오는 처절한 전투력을 선보이며 모성애와 카리스마를 모두 보여준다. 이정현이 주도한 카체이싱 액션은 후반부를 이끌며 영화의 클라이맥스를 책임진다.

이정현 역시 모성애로부터 나오는 전투력에 큰 매력을 느꼈다고 말했다. “여성 캐릭터에 전투력을 주는게 참 좋았다. 실제 엄마들의 모성애가 강한데 아이들이 위험한 상황에 처한다면 저 역시 민정처럼 강인하게 변할거 같다. 민정의 상황이 이해가 됐고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늘 액션연기에 대한 갈증이 있었던 이정현은 ‘반도’를 통해 그 염원을 풀었다며 밝에 미소지었다. “액션연기가 정말 하고 싶었다. 굳이 시키지도 않았는데 액션스쿨에 가서 혹시 모를걸 대비해 구르기 3단, 옆차기 등을 준비했다. 그런데 하나도 안 시키셨다”고 너스레를 떤 이정현은 “액션은 배우라면 누구나 하고 싶어하는 장르일 거다. 이번 영화에서 액션을 보여드렸으니까 다른 액션 작품들에서도 제게 연락주시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현은 인터뷰 내내 모든 공을 연상호 감독에게 돌리며 ‘찐 팬’임을 입증했다. “연상호 감독님은 비주얼적인 것에 대단하신 분이시다. 실내 세트인데도 아스팔트도 깔 정도로 디테일함에 놀랐다. 감독님이 프리 프로덕션을 길게 하셨다고 들었다. 배경도 어느정도 만들어놓으신 상태여서 저는 그 비주얼을 기억하면서 연기만 하면 됐다.”

강렬한 카체이싱 액션에 대해서도 “한국영화의 기술력이 이정도로 발달했구나 많이 놀랐다. 제가 직접 운전을 해야하는 줄 알고 감독님께 ‘운전연습 열심히 할게요’ 했더니 다 CG라고 하시더라. 현장에 오니 다 준비돼 있었다. 감독님 머릿속에 너무나 정확한 콘티가 이미 있었고, 액션도 딱 필요한 것만 찍었다. 역시 애니메이션을 하셔서 그런지 콘티 계산 능력이 천재적이다라고 생각했다”고 이야기했다.

강동원에 대한 칭찬도 잊지 않았다. “워낙 좋은 배우라고 알고 있었고 같이 한다고 해서 기뻤다”는 이정현은 “실제로 봤을 때도 착하고 성격도 좋고 이 사람은 진짜 속도 깊구나 생각이 들었다. 현장에서 액션연기도 굉장했다. 그냥 강동원 배우와 함께한 모든게 다 좋았다”며 웃었다.

이정현

현재 영화 ‘리미트’를 촬영을 하며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정현. 데뷔 이후 바쁘게 달려온 시간을 돌아본 그는 “그동안은 마음의 여유가 별로 없었다. 인기가 올라갔다 내려가고를 반복하니 심적으로 힘들었다. 그래서 무슨 일이든 기대하지 말자하는 습관이 생겼다. 기대를 내려놓으니까 마음이 편하고 좋다. 혹시라도 잘됐을 때 두 배로 좋고, 기대만큼 안돼도 금방 잊게 되더라”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좋은 작품 꾸준히 들어왔으면 좋겠다. 저는 어떤 역할이든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특별한 수식어를 바라진 않는다. 그냥 ‘좋은 배우다’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지난해 4월 3살 연하 대학병원 전문의와 결혼하며 인생 2막을 연 이정현은 남편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마음이 편하다. 잘되나 못되나 남편이 옆에서 응원해주니 현장에 가면 연기에 더 집중할 수 있는 거 같다. 항상 고마운 존재”라며 2세 계획에 대해선 “빨리 낳아야 하는데 올해 말까진 스케줄이 많아서 어려울 거 같다. 내년에는 열심히 노력해보려 한다”며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끝으로 ‘와’, ‘바꿔’ 등 히트곡을 탄생시킨 이정현의 새 앨범 계획에 대해선 “작년부터 제 노래가 다시 주목받기 시작하더라. 유튜브에 재밌는 댓글이 많다. 어린 팬들도 생기고, ‘탑골 가가’(탑골+레이디 가가 합성어)라는 별명도 생겼다”며 “가수 은퇴는 아니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좋은 기회가 생긴다면 가수로서도 인사드리고 싶다”고 말해 기대감을 더했다.

jayee212@sportsseoul.com

사진 | NEW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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