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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전 삼성생명 서초사옥 고객센터에서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는 ‘보험사에 대응하는 암환자 모임’(보암모) 회원들과 관련해 법원의 업무방해금지 등 가처분 결정 고시문이 해당 고객센터 벽에 붙어 있다.

[스포츠서울 권오철 기자] 삼성생명에 암보험 미지급금을 요구하며 삼성생명 서초사옥 고객센터에서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는 ‘보험사에 대응하는 암환자 모임’(보암모) 회원들이 결국 법원으로부터 퇴거 명령을 받았다. 보암모 회원들은 수개월 동안 25개의 CCTV에 둘러싸여 생활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생명 측은 이들의 그간 일거수일투족 삶이 담긴 CCTV 녹화파일을 손해배상 청구의 증거자료로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6명의 여성 암환자들은 점거농성을 계속 이어나갈 계획이다.

12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제51민사부(한경환 부장판사)는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증권, 삼성자산운용 등 삼성 금융계열사들과 서초동 삼성전자빌딩, 삼성생명서초타워 내 어린이집 2곳 등이 보암모를 상대로 낸 업무방해금지 등 가처분 신청과 관련해 지난 6일 일부 인용 결정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재판부는 주문에서 “삼성생명 서초사옥 등 부동산으로부터 반경 100m 이내에서 △삼성생명이 고객정보를 조작했다, 보험증권 또는 사문서를 위조했다, 고객들을 상대로 사기를 쳤다 등의 내용으로 현수막·피켓을 설치하거나 연설하는 행위 △소음을 유발하거나 장송곡을 재생하는 행위 △욕설을 하거나 욕설이 포함된 음원을 재생하는 행위 △각 부동산 건물의 입·출구로 통하는 통행로를 점검하거나 차량을 주차하거나 통행을 방해하는 행위 △각 부동산의 지상 건물에 소재한 사업장에 시위 목적으로 무단 출입하거나 퇴거에 불응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집회·시위 및 표현의 자유는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으로서 최대한 보장돼야 하지만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한계를 가진다”고 인용 배경을 설명했다.

다만 ‘삼성생명이 약관을 위반했다’, ‘약관을 위반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문구에 대한 사용 금지 신청 등은 기각했다. 이와 관련 재판부는 “삼성생명이 보험 약관을 위반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는 취지의 내용인데 현재 이 쟁점에 관해 대법원에서 심리 중에 있으므로 현재로서는 위 내용이 허위사실로서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보암보 회원들은 점거 중인 삼성생명 서초사옥 고객센터에서 퇴거해야 할 상황에 처했다. 이들은 지난 1월 14일 암보험 지급 관련 면담을 목적으로 고객센터에 찾아갔다가 삼성생명 측이 면담에 응하지 않자 계획에 없었던 점거를 시작하게 됐다. 점거 초기에는 30여명으로 시작했으나 지금은 6명이 남았다. 이날로 212일째다. 삼성생명은 지난 2월 3일부터 이곳에서의 업무를 종료했다. 이제 법원이 퇴거를 명령한 이상 더 이상의 점거농성은 법적으로 매우 불리한 상황에 놓여질 수 있다. 한 변호사는 “삼성생명 측이 별도의 소송을 통해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고 형법상 주거침입 또는 퇴거불응죄를 적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생명 측은 12일 오전 이들이 기거하는 공간 벽에 이번 법원의 가처분 결정 고시문을 붙였다. 또 이날 오후엔 이 공간에 설치돼 있던 25개 CCTV의 녹화파일을 수거해갔다. 김근아 보암모 대표는 “초기에 삼성생명 측은 비품관리를 위해 CCTV를 켜놨다고 설명했지만 이번에 파일을 가져가며 손해배상 청구 증거로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보암보 회원들은 CCTV가 돌아가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자신들의 프라이버시가 담긴 영상이 외부로 유출될 수도 있다는 사실에 경악했다.

마지막까지 남은 보암모 회원 6명은 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점거농성을 이어갈 계획이다. 김 대표는 “우리가 여기 있는 이유는 삼성생명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서다. 삼성생명이 손해배상 청구를 한다면 우리도 손배청구로 맞대응할 것”이라며 투쟁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konplash@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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