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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왕멍(가운데)이 2010밴쿠버올림픽 여자 쇼트트랙 1000m 결승에서 한국의 박승희(왼쪽)를 따돌리고 금메달을 확정지은 뒤 환호하고 있다. 박승희는 미국의 캐스린에 이어 동메달을 따냈다. <밴쿠버 | 박진업기자 upandup@> 2010. 2. 27.

[스포츠서울 고진현기자]‘대륙굴기’의 의지는 뜨겁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중국이 자국에서 열리는 2022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 자존심을 세우기 위해선 쇼트트랙이 제 역할을 해주는 게 절실하다. 중국이 올림픽 동계종목에서 비빌 언덕이라곤 쇼트트랙 외엔 별로 없어서다. 그래서 중국이 내린 특단의 대책이 있다. 바로 쇼트트랙 세계 최강인 한국의 힘을 빌리는 전략을 짰다. 지난 21일 극비리에 출국한 안현수까지 무려 10여명의 한국인 코치가 중국 빙상·쇼트트랙 대표팀에 합류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인 코치가 중국 대표팀에 집단적으로 포진하기는 이례적이다.

현재 한국인으로 중국 빙상·쇼트트랙 대표팀에 합류한 지도자는 김선태 감독을 비롯해 송재근 코치,이창훈 코치,전재목 코치,안현수 코치,김민재 코치(장비·이상 쇼트트랙), 이재식 코치, 장철 코치(장비·이상 스피드) 등이다. 이들 외에 정확히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트레이너도 몇 포함돼 대략 10명 정도의 한국인 지도자가 중국 빙상·쇼트트랙 대표팀에 포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쇼트트랙 대표팀은 최근 여러가지 잡음과 갈등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빙상·쇼트트랙연맹 회장을 맡고 있는 리옌과 왕멍이 여전히 힘겨루기를 계속 하고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점이다, 다수의 한국인 코치를 데려온 것에 대한 불만도 없지 않다. 2018평창동계올림픽에서 중국대표팀 총감독으로 활동했던 리옌은 한때 왕멍에게 지휘권을 빼앗겼지만 최근 왕멍이 이런저런 구설에 휩싸이며 사태를 관망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쇼트트랙 코칭스태프 대부분이 한국인으로 채워진 것은 그리 좋은 일만은 아니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어차피 최정예 멤버를 꾸리기까지는 시간이 걸리는 만큼 올림픽까지 한국 지도자 모두가 살아남기가 힘들다는 전망도 없지 않다. 한국 지도자들의 노하우와 리더십을 십분 활용한 뒤 정작 올림픽에선 리옌이나 왕멍이 지휘봉을 쥐는 시나리오도 결코 배제할 수 없다. 그 경우 한국 지도자는 ‘대륙굴기’의 희생양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토사구팽(兎死狗烹)의 희생은 일어나서는 안될 무서운 밑그림이다. 한국 지도자들의 기술과 노하우는 빼먹을대로 다 빼먹고 정작 올림픽 무대에서 매정하게 버리는 일은 없기를 바랄 뿐이다.

고진현기자 jhkoh@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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