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고우석-유강남 \'이겼다\'
2020 KBO리그 LG 트윈스와 KT 위즈의 경기가 2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LG 투수 고우석이 경기 후 유강남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2020. 8. 27.잠실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잠실=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이제는 단순히 패스트볼 구위만 뛰어난 투수가 아니다. 두 번째 구종인 슬라이더의 완성도 또한 한층 향상됐다. 이전보다 정교하고 날카로운 슬라이더를 앞세워 삼진을 만든다. LG 마무리투수 고우석(22)이 꾸준히 성장곡선을 이어가고 있다.

가장 중요한 순간 가장 완벽한 공을 던졌다. 고우석은 지난 27일 잠실 KT전 2-0으로 앞서고 있던 8회초 1사 만루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상대는 MVP를 정조준하고 있는 멜 로하스 주니어. 절체절명 위기에서 최고 타자와 마주했다. 올해 로하스는 타율 0.350 31홈런 84타점 OPS(출루율+장타율) 1.094를 기록하고 있다. 홈런, 타점, OPS 모두 리그 1위다. LG를 상대로는 더 강했다. 로하스의 LG전 타율은 0.432, OPS는 1.381에 달한다. LG전 8경기 동안 홈런 5개를 터뜨렸는데 이중 4개가 한 경기 양타석 홈런이었다. 특히 지난달 21일 수원 LG전에서는 끝내기포로 양타석 홈런을 완성한 바 있다.

최악의 상대와 마주했으나 흔들리지 않았다. 처음에는 공 두 개가 모두 스트라이크존에서 벗어났지만 이후 패스트볼 두 개로 볼카운트 2-2를 만들었다. 시속 151㎞ 묵직한 패스트볼에 로하스의 배트가 밀렸고 연달아 파울타구가 나왔다. 이어 5구 커브로 로하스의 타이밍을 흔든 뒤 6구로 이날 경기의 하이라이트였던 슬라이더를 선택했다. 몸쪽에서 날카롭게 꺾인 슬라이더가 로하스의 배트 아래로 지나가면서 헛스윙 삼진으로 로하스를 돌려세웠다. LG는 막강 화력을 자랑하는 KT에 단 한 점도 내주지 않으며 KT와 상대전적 4승 4패 동률을 만들었다. 7회말에만 8점을 허용하며 고개 숙였던 7월 21일 KT전 악몽과 작별한 순간이었다. 당시 고우석은 동료 투수들이 무너지는 모습을 불펜에서 지켜봤다.

[포토] 고우석 \'완벽하게 막았어\'
2020 KBO리그 LG 트윈스와 KT 위즈의 경기가 2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LG 마무리 투수 고우석이 경기 후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다. 2020. 8. 27.잠실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도약하는 과정은 만만치 않았다. 그 어느 때보다 큰 기대를 받고 올시즌에 돌입했지만 개막 열흘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수술대에 올랐다. 예상치 못했던 무릎 통증으로 두 달 가량 결장하면서 세이브 타이틀에 대한 기대는 일찌감치 접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빈손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재활 과정을 통해 변화구 제구를 향상시켰다. 복귀 후 3주 가량이 지나자 패스트볼 구위와 지난해 수준으로 돌아왔고 슬라이더는 더 예리해졌다. LG 류중일 감독은 “우석이가 올해에는 슬러이더를 이전보다 잘 활용한다. 슬라이더로 카운트도 잡고 헛스윙도 유도한다. 슬라이더 제구가 많이 좋아졌다”고 2년차 마무리투수의 진화를 반겼다.

항상 성공할 수는 없다. 고우석은 일주일 전에는 슬라이더로 고배를 마셨다. 지난 21일 고척 키움전 8회말 1사 1, 3루에 등판해 1점차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 만루에서 김하성에게 던진 슬라이더가 가운데 실투가 되면서 역전을 허용하고 말았다. 올시즌 첫 번째 블론세이브를 범한 순간이었다. 그렇다고 징크스에 빠지지는 않았다. 지난 26일 대구 삼성전에서는 154㎞를 두 차례나 찍었다. 여전히 고척에서 갚아야 할 빚을 가슴 속에 품은 채 지난해보다 높은 무대에 서기를 바란다. 고우석은 “정규시즌 개인기록에 대한 생각은 버렸다. 그러나 포스트시즌은 기대하고 있다. 포스트시즌에서 최고 컨디션을 유지해 정말 잘 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다짐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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