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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건하 수원 신임 감독. 제공 | 수원

[스포츠서울 박준범기자] 수원 삼성의 선택은 ‘리얼 블루’ 박건하(49) 감독이었다. 결과적으로 시간만 끌다가 결국 플랜B를 택했다.

수원은 8일 보도자료를 통해 박건하 신임 감독의 선임을 공식화했다. 계약 기간은 2022년 12월 말까지다. 이임생 감독이 물러난 뒤 바통을 이어받았던 주승진 감독대행은 다른 보직을 맡게 된다. 박 감독은 “어려운 상황에서 지휘봉을 잡게 돼 책임이 막중하다. 우선은 팀이 위기를 벗어나는데 온 힘을 쏟겠다”고 취임 일성을 밝혔다. 그의 첫 임무는 오는 13일 17경기(8무9패)째 승리가 없는 FC서울과의 ‘슈퍼매치’다.

수원은 당초 주승진 감독대행 체제 지속에 무게를 뒀다. 수원 유스인 매탄중-매탄고 감독을 거치며 성과를 냈던 주승진을 향한 내부 신임이 두터웠다. 하지만 강등권에 머물고 있었음에도 결과를 가져오지 못했다. P급 지도자 자격증이 없는 주승진이 팀을 이끌 수 있는 데드라인인 60일도 빠르게 지나갔다. 부임 이후 치른 리그 8경기에서 2승(1무5패)에 그치며 기대를 모았던 주승진 체제의 수원은 분위기 반전에 실패했다. 그 사이 최하위 인천 유나이티드가 반전의 불씨를 살리면서 수원은 위기감을 느꼈다. 수원 팬들은 홈 구장에 주승진 감독대행 체제와 프런트를 질타하는 내용의 플래카드까지 거는 등 여론도 만만치 않았다.

문제는 주 감독대행이 P급 지도자 자격증이 없다는 데 있었다. 수원이 바랐던 최상의 시나리오는 주승진이 P급 지도자 연수에 합격해 그가 지휘봉을 계속해서 잡는 것이었다. 하지만 수원 구단의 바람과는 달리 주 감독대행은 최근 확정된 P급 지도자 강습회 합격자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교롭게도 수원은 같은 날 늦은 오후 박건하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주 감독대행이 더 이상 지휘봉을 잡을 수 없다는 사실을 수원 구단이 파악한 뒤 감독 선임 작업에 속도를 붙였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새 사령탑 선임 시기만 놓고보면 수원의 선택이 너무 늦은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을만하다. 수원 구단은 일찌감치 박 감독을 차기 사령탑 최우선 후보로 올려놓았고, 3주 전쯤 적합도를 판단하기 위한 면접까지 소화했다. 하지만 수원은 면접 이후 제법 긴 시간동안 박 감독에게 결과를 전달하지 않았다. 축구계에서는 수원이 기왕에 반전의 불씨를 살릴 새로운 체제를 꾸릴거라면 최하위 인천에게 턱밑까지 추격을 당하기 전에 터닝포인트를 만들었어야 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수원은 지금 벼랑 끝에 서 있다. ‘전통의 명가’라는 타이틀에 오점을 남길 수 있는 강등 위협이 코 앞까지 찾아온 상황이다. 장고 끝에 새 사령탑 선임을 결정한 수원이 올시즌 어떤 성적표를 받아들지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beom2@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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