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민턴 대표팀
배드민턴 국가대표 선수들이 지난해 12월 충북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에서 2020 도쿄올림픽에서의 선전을 다짐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손완호, 최솔규, 김소영, 이소희, 성지현, 김가은, 안세영. 진천/연합뉴스

[스포츠서울 김경무전문기자] 대한배드민턴협회(회장 박기현)가 22일 오전 11시 충남 천안시 오엔시티호텔에서 이사회를 열고, 내년으로 1년 연기된 2020 도쿄올림픽(7.23~8.8) 때를 포함해 2022년 10월31일까지 국가대표팀을 이끌 새 감독 선임 건에 대해 최종 결정을 내린다.

지난 2019년 1월부터 도쿄올림픽을 준비해온 안재창(48) 감독의 임기가 지난 9월 말로 만료된 뒤, 경기력향상위원회의 대표팀 감독 공개모집 결정, 그리고 감독 지원자를 상대로 한 후보 면접 등 일련의 과정을 통해 정해진 수순이다.

한국 셔틀콕은 지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노메달 충격 이후 강경진 감독 등 대표팀 코칭스태프를 경질하고, 인천국제공항공사 팀을 이끌고 있는 안재창 감독을 후임으로 선임해 전권을 주며 도쿄올림픽을 준비하도록 했다.

당시 안재창 감독은 “어려운 시기에 국가대표 수장이라는 중책을 맡게 돼 어깨가 무겁다. 분골쇄신한다는 각오로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도쿄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으로 국민 여러분께 보답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도쿄올림픽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연기된 뒤 자신의 임기가 만료됨에 따라 안 감독은 그런 약속을 지킬 기회마저 가지지 못하게 됐다. 개인적으로 불운한 감독이라 할 수 있다.

과거 대표팀 선수시절 세계적인 명성을 떨쳤던 한 배드민턴 지도자는 이에 대해 “시험공부만 열심히 하고 시험은 못 치르게 된 것”이라며 “그동안 선수들과 동고동락하면서 노력한 안 감독이 당장 9개월 앞으로 다가온 도쿄올림픽에서 평가를 받는 게 객관적 시각에서도 맞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당시 국가대표 지도자 모집공고에는 ‘계약기간 종료 후 재평가를 통해 계약연장가능’이라는 조항도 있었는데, 이번 경기력향상위원회가 이 조항은 무시하고 재평가를 하지 않았다고 문제 제기를 했다.

경기력향상위가 안 감독을 유임시키지 않은 이유는 뭘까? 이와 관련해 배드민턴협회 관계자는, 남자복식과 혼합복식 국가대표인 서승재가 원광대 졸업을 앞두고 인천국제공항과 삼성전기(현 삼성생명)와의 이중계약 문제에 휘말렸는데, 인천공항 소속인 안 감독이 이와 관련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고 전했다.

서승재는 애초 인천공항과 입단 가계약을 맺었으나, 어떤 이유에서인지 원광대와 부모가 반대해 결국 삼성생명으로 진로를 바꾸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인천공항이 소송을 제기했고, 결국 법원의 중재에 의해 서승재는 5천만원을 인천공항에 위약금으로 제공하고 인천공항은 더이상 이를 문제 삼지 않는 것으로 사태가 마무리됐다.

경기력향상위가 그런 것을 문제 삼았지만 정작 안 감독한테 다시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은, 파벌싸움의 결과물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중요한 결정권을 가진 사람들이 대표팀 감독을 특정파벌의 사람으로 갈아치우기 위해 부린 ‘술수’라는 것이다. 대표팀 감독 선임을 놓고 고질적인 파벌론이 등장하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한·중·일 3국이 셔틀콕 올림픽 금메달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상황에서, 대표팀 사령탑에 유능한 지도자를 뽑아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얘기다. 이번에 감독에 응모한 지원자들은 ‘국제대회 경험이 부족하고 검증이 안 된 지도자’여서 논란이 되고 있다고 주장하는 배드민턴 관계자들이 많다. 이들은 감독과 코치진 교체로 대표팀 선수들이 당장 혼란스러워 할 수도 있다는 논리도 편다.

이사회는 이런 비판의 목소리를 흘려 버리지 말고 현명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 한국 배드민턴은 이처럼 혼란스런 대표팀 감독 교체로 자칫 내년 올림픽 무대에서 또한번 좌초할 수도 있다. 그땐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kkm100@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