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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김효원기자] “회사는 전쟁터지만 회사밖은 지옥”이라는 말이 있다. 대부분 직장인들은 지옥을 만나게 될까 두려워 매일 만원 지하철을 타고 직장으로 나간다.

회사를 그만두면 어떻게 될까? 회사를 그만두어도 살 만 하다고 속삭이는 책이 있다. 카피라이터 편성준이 쓴 에세이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몽스북)다.

저자는 20년 넘게 광고 회사에서 카피라이터로 일하며 광고주에 맞춘 글을 쓰느라 머리 속 피가 마르는 경험을 했다. 갚아야 할 빚과 고정 생활비 때문에 꾸역꾸역 회사를 다니는 삶을 어느날 멈춰세웠다.

저자는 “나에게 성공이란 인정받는 광고인이 되는 것인가 여러 차례 자문해 보았지만 그때마다 내 속에선 그렇지 않다는 대답이 흘러나왔다. 마음이 시키지 않는 일을 계속하며 살 수는 없었다. 그래서 두렵지만 다른 길을 택했다”고 밝혔다.

출판기획자인 아내와 성북동에 한옥을 사서 ‘성북동 소행성小幸星’이라는 문패를 걸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고 있다. 아내도 회사를 그만두면서 어쩌다 보니 부부 둘 다 놀게 되는 상황이 됐다. 부부는 자그마한 한옥 마당에서 하늘을 바라보며 멍 때리거나, 친구들을 초대해 밥을 해먹이면서 느릿느릿 살아가고 있다.

부부 둘 다 놀고 있다고 하면 흔히 “금수저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그러나 이들 부부는 금수저는 커녕 당장 일감이 없으면 생활비가 떨어질만큼 얇팍한 통장 잔고를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스스로 원하는 것들을 하며 살아가는 지금이 진짜 자신의 인생이라는 생각을 한다.

저자는 “쉰다는 것과 논다는 것은 다른 얘기다. 그동안은 남들이 원하는 것들을 하고 살아왔으니 이제부터라도 스스로 원하는 것들을 하며 살아보려는 마음이다. 좋은 가방, 좋은 오디오, 고급 자동차 등 눈에 보이는 귀중품들을 소장 목록에서 지웠다. 그 대신 계속해서 재미있는 일을 만들고 찾아보자고 다짐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광고주에 맞춘 글을 써왔던 것과 달리 이번 책에는 자신이 쓰고 싶은 글을 썼다. 그래서일까, 잘 읽히는 것은 물론 유머와 따뜻함 등이 가득해 한 번 책을 잡으면 멈춤없이 한달음에 읽게 된다.

장석주 시인은 이런 저자의 글을 읽고 “시종 유쾌하다. 눈을 뗄 수 없게 재미있다. 유머로 버무려진 문장 속에 인생철학이 반짝인다”고 평했다.

많이 벌 생각보다는 많이 놀 생각을 하는 이들 부부는 제주도 한 달 살기를 비롯해 독서모임 ‘독하다 토요일’을 운영하고, 한옥을 고친 경험을 글로 쓰는 등 소소한 재미를 찾아 일을 벌인다. 이들 부부가 앞으로 어떤 재미있는 일들을 만들어낼지 호기심이 인다.

eggrol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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